[인터뷰] 김동연 “천막집에서 저를 경제부총리까지 키워준 경기도에 헌신”
  • 구민주·김종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2.04.07 12:00
  • 호수 16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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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경기지사 유력 후보 부상한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
“‘유승민의 경제’는 훈수와 비평 그쳐…제 현장 경험 결코 못 이겨”
“나라살림 이끈 관록으로 경기도 부동산·일자리 리모델링”
경기지사 출마를 선언한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가 6일 서울 영등포 선거사무실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경기지사 출마를 선언한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가 4월6일 서울 영등포구 선거사무실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는 4월6일 서울 영등포구 선거사무실에서 진행된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자신만의 차별적 경쟁력을 피력하는 데 집중했다. 김 대표는 더불어민주당 경쟁자들에게 부족한 ‘국정운영 경험’과 당 밖의 라이벌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에겐 없는 ‘경기도와의 인연’을 강조하며 ‘왜 김동연인가’에 대해 상세히 답했다. 특히 그는 유력한 맞상대 유승민 전 의원을 “경제를 바깥에서 논평하고 훈수하신 분”이라면서 “단순히 아는 것과 직접 경험한 것은 천지 차이”라고 꼬집었다.

출마를 결심하게 된 결정적 이유는.

“대선을 치르는 동안엔 지방선거 생각 없이 대선에만 ‘올인’했다. 패배 이후 득표 결과와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와 함께 다짐했던 정치교체·국민통합의 가치를 되새기면서 지방선거 도전을 점차 결심하게 됐다.”

왜 경기도인가.

“일각에선 당선 가능성을 고려해 서울과 경기도 중 경기도를 골랐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애초에 고민한 적이 없다. 경기도는 대한민국의 압축판이다. 다양성의 도시다. 인구·산업·투자 등 대한민국 모든 것의 4분의 1이 경기도다. 제가 대선에서 이루고자 했던 비전과 가치를 현실로 옮길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지역이 바로 경기도다. ‘경기도가 바뀌면 대한민국이 바뀐다.’ 이 한 문장을 실현하고자 출마했다.”

경기도와 특별한 인연이 있나.

“단대리 641-27. 서울 무허가 판잣집에서 살다가 강제철거로 열다섯에 경기도로 왔다. 허허벌판에 천막집을 짓고 살았는데, 그곳이 바로 지금의 성남시 수정구 단대동인 중부면 단대리다. 영원히 잊지 않을 경기도의 첫 주소다. 그 후 30년 넘게 경기도에서만 살며 깊은 애착을 쌓았다. 경기도에서 20여 년 경제활동을 했다. 암흑과도 같던 어린 시절을 품어주고 키워준 곳이 바로 경기도다. 이제 제가 경기도에 헌신할 때다.”

‘왜 김동연인가’라고 경기 도민이 묻는다면.

“우선 30년 넘는 국정운영 경험이다. 많은 분이 경제에 대해 바깥에서 훈수를 두지만, 직접 손에 물을 묻혀 보지 않았다. 저는 세계은행 근무는 물론 기획재정부 초임 때부터 무역협상을 담당하며 국제감각도 길러왔다. 경기도가 세계로 나가는 데 일조할 수 있다. 소통과 공감 능력도 갖췄다고 자부한다.”

소통 능력은 무엇으로 보여줄 수 있나.

“청년들과의 소통 능력을 갖췄다고 자부한다. 아주대 총장 시절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돕는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단순히 경제적 지원이 아니라 해외로 보내주는 프로그램이었다.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게 더 넓은 세상을 보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매년 150명을 뽑아 미국과 중국 등에 보냈는데, 실제 선발해 보니 여권을 갖고 있는 학생이 한 명도 없었던 해도 있었다. 아주대 외에 경기도 내 다른 대학 학생들로 지원 정원의 20%를 채웠다. 여기에 제 봉급 절반을 기부했다. 참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동연 새로운물결 당 대표가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광장에서 열린 대선 유세에서 포옹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가 3월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광장에서 열린 대선 유세에서 포옹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청와대와 갈등 많았지만 성과도 많아”

출마 결심 전후 이재명 고문과 대화를 나눴나.

“최근까지 여러 차례 통화했다. 지방선거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지난 대선에서 함께 약속했던 정치교체를 어떻게 실천으로 옮길까에 대해 계속 소통하고 있다. 이 고문과는 서로 정치적 방향과 철학이 일치하다는 걸 충분히 확인했다.”

‘이재명의 경기도정’ 공과를 평가한다면.

“지사 시절의 업적과 대선에서 제기한 경기도 공약을 다시 살펴봤다. 좋은 내용이 많더라. 모두 계승 발전시키겠다. 여기에 김동연만의 색을 더해 보강할 부분은 보강하겠다. ‘김동연의 경기도’에서는 부동산과 일자리 문제만큼은 리모델링으로 새롭게 보여드리겠다는 점을 약속드리겠다.”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부동산 문제를 확실히 해결하겠다. 부동산 정책은 오케스트라 지휘와 같다. 공급만 챙겨선 안 된다. 규제는 물론 금리·통화·국제경제까지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 과거 나라살림을 챙겼던 경험을 바탕으로 질 높은 주거환경을 만들겠다. 동시에 부동산 시장을 확실히 안정화시킬 것을 약속드린다. 아울러 경기도의 산업 발전과 경제성장으로 일자리 넘치는 경기도를 보여드리겠다.”

문재인 정부 경제 실정의 책임자였다는 비판이 나온다.

“문제인 정부에서 경제부총리를 지낸 1년6개월간 경제 운영에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전혀 부인하지 않는다. 다만 정책 결정을 부총리가 전부 다 하지 않는다. 그런 구조가 아니다. 부동산 정책이나 최저임금 인상 등과 관련해 청와대와 갈등도 많았다. 갈등 과정에서 제 의견이 많이 받아들여졌다면 많은 부분이 달라졌을 거다. 당시 제가 소신껏 의견을 내며 투쟁한 사실을 국민은 다 알고 계신다. 최선을 다했기에 아쉽지만 후회는 없다. 재직 기간에 성과도 많았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가 됐고, 이전 정부에서 2%대로 떨어졌던 경제성장률을 다시 3%대로 끌어올렸다.”

상대 진영의 유승민 전 의원을 어떻게 평가하나.

“오랜 의정활동으로 합리적 개혁보수의 면모를 보여온 훌륭한 분이다. 다만 경제를 바깥에서 보며 논평과 훈수하듯 하셨다. 반대로 저는 현장에 줄곧 발을 담그고 있었다. 직접 나라살림을 챙기며 실질적인 경험과 관록을 쌓았다. 단순히 아는 것과 직접 경험한 것은 천지 차이다. 훈수를 두는 분들은 대부분 한두 사안을 콕 집어 비평한다. 그런데 현장 책임자는 그 외 수많은 사안을 복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한다. 이게 저와의 가장 큰 차이다.”

얼마 전 ‘유 전 의원이 경기도에 세금 1원도 안 냈을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유 전 의원은 허위사실이라고 반발한다.

“경기도와 아무 연고가 없다는 얘기하며 지적한 부분이다. 아마도 자녀분이 사시는 집이 경기도에 있는 듯싶은데, 본인이 경기도에서 직접 경제활동을 해서 세금을 내신 적이 있는지 다시 묻고 싶다.”

‘국정농단 부역자’ 공세 등 당내 견제도 거세지고 있다.

“우린 모두 한 팀이다. 이게 중요하다. 다만 견제의 주요 메시지가 네거티브인 점은 아쉽다. 함께 앞으로 나가야 하는데 발목을 잡는 것 같아 안타깝다. 국정농단 얘기를 하는데, 박근혜 정부 당시 제 손으로 사표 내고 국무조정실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국정농단이 알려지기도 전이었는데 ‘이건 아니다’ 싶어 1년을 졸라 사표를 냈다. 조금 더 버티면 경제부총리까지 될 수 있는데 왜 박차고 나왔느냐며 당시 주변 분들이 의아해했다. 이제 분열 정치가 아니라 대안 정치·통합 정치로 가야 한다. 과연 이런 정치로 민주당이 다시 국민 지지를 받을 수 있을지 우려된다.”

당내 지지 기반이 약하다. 경선 룰 논란에 대한 입장은.

“제가 민주당에 아무 기반이 없고 제가 아는 권리당원이 한 명도 없는 건 사실이다(웃음). 경선 룰이 다소 불공정하다는 생각도 있지만, 경선 룰이 결정되면 당의 결정을 쿨하게 따를 것이다. 민주당과의 합당에서도 저는 조건 하나를 붙이지 않았다. 일각에선 모종의 밀약이 있지 않았나 추측하는데, 이는 저에 대한 모욕이다. 이번 경선에서도 당의 결정을 따를 것이다.”

일각에선 다당제 등 정치 개혁 깃발을 내리고 민주당과 합당했다고 비판한다.

“다당제라는 호랑이를 잡기 위해 민주당이라는 호랑이굴로 들어간 것이다. 거대 양당의 견고한 구도에 대해 여전히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대선 완주로 이를 깨고 싶었는데, 비호감 대선으로 인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됐다. 차선책으로 이재명 후보와의 연대를 택했다. 거대 정당인 민주당은 스스로 기득권을 내려놓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민주당도 살고 대한민국 정치도 산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민주당 안에서 꾸준히 목소리를 내겠다.”

경기지사 출마를 선언한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가 6일 서울 영등포 선거사무실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경기지사 출마를 선언한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가 4월6일 서울 영등포구 선거사무실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尹 당선인, ‘인의 장막’에 갇혀선 안 돼”

문재인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였다. 새 정부 내각 인선에 대해 조언한다면.

“지난 2월 이재명 후보와 대선후보 양자토론을 마친 후 이 후보에게 ‘실패한 대통령이 되는 두 가지 길’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첫 번째 길은 대선 때 공약을 다 끌어안고 가는 것이고, 두 번째 길은 당선 후 ‘인의 장막’에 갇히는 것을 말했다. 지금 윤석열 정부 내각 인사로 거론되시는 분 대부분은 제가 잘 아는 분들이다. 나름대로 다 능력 있는 분들이라 개별적으로 평가하지 않겠다. 다만 과거 인수위에서 일해 봤고 청와대에도 오래 있어본 경험자로서 윤 당선인에게 절대 인의 장막에 갇히면 안 된다고 얘기해 주고 싶다. 천하의 인재를 최대한 널리 써야 한다.”

마지막으로 꼭 강조하고 싶은 점은.

“저는 정치 초짜다. 정치공학이나 네거티브에는 관심이 없다. 다만 천막집에서 끼니를 걱정하던 열다섯 소년을 대한민국 경제부총리로 키워준 경기도에 모든 걸 바쳐 헌신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이런 제 ‘진정성’이 국민께 전해졌으면 한다.”

진정성을 말했는데,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이번 대선에서 저는 정치교체를 통한 경제·사회·교육에서의 양극화 해소 의지를 무엇보다 굳게 다졌다. 이 신념의 바탕에는 제 삶의 행로가 녹아있다. 경기도 단대리의 천막집에서 체화된 신념이다. 어머니께서 32세에 혼자가 되셨다. 천막집 인근 야산에서 어머니는 나물을 캐 장사를 하셨다. 채석장에서 돌도 나르셔야 했다. 여섯 가족의 가장으로서, 무학(無學)이지만 삶에 최선을 다하셨다. 2017년 국회 인사청문회 때 야당에서 어머니 통장 돈이 제 동네에서 인출됐다며 차명계좌 아니냐고 질의했다. 그래서 제가 어쩔 도리가 없어 사실대로 ‘어머니가 은행에서 돈 찾는 법을 모르신다. 일주일에 한 번씩 찾아가 돈을 인출해 드린다’고 답했다. 저는 20대에 처음 경제기획원(현 기획재정부)에서 일하면서 그런 생각을 했었다. ‘복지정책을 고민하고 있는 이 사람들은 과연 밥 한 끼 굶어본 적 있을까. 몸이 아픈데도 병원에 가지 못한 적 있을까.’ 노무현 정부에서 미래비전 전략인 ‘비전2030’을 설계할 때, 성장과 복지의 ‘동반성장’이라는 말을 우리 정부 보고서 최초로 사용한 사람이 바로 저다. 저의 능력과 비전 이전에 저의 이런 진정성이 먼저 국민께 닿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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