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경진 “文정부에서 파괴된 사법체계 원상복구가 가장 시급”
  • 이원석 기자 (lws@sisajournal.com)
  • 승인 2022.04.1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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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의 참모’ 김경진 전 의원 “‘핵관’은 어느 정부나 있어”
“尹, 민주당 인사를 장관으로 임명할 생각은 없는 듯”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핵심 참모로 꼽히는 김경진 전 의원이 바라보는 새 정부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뭘까. 시사저널과 만난 김 전 의원은 “사법체계의 원상복구”라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문재인 정부에서 사법개혁을 한다고 했지만 실은 본인들 정파를 위한 제도 파괴를 한 것”이라며 검찰개혁 등으로 대표되는 문재인 정부의 사법개혁을 다시 정상화시켜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아울러 정치 권력의 수사 개입을 막기 위해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김 전 의원은 새 정부 인선에 대해선 “능력과 경륜, 적재적소라고 하는 인선의 핵심 방침은 5년 내내 같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관계자)’ 중심의 국정 운영 우려에 대해선 “어느 정권이나 ‘핵관’들은 있기 마련”이라며 “당연히 능력이 없는 사람이나 엉뚱한 철학을 가진 사람을 핵관으로 두고 쓰는 것은 문제가 있지만, 현재 윤 당선인 곁에 있는 핵관들한테는 그런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김 전 의원은 광주 북구갑에서 20대 국회의원(국민의당 소속으로 당선)을 지냈다. 호남 출신임에도 지난해 7월 막 꾸려진 윤석열 경선 캠프에 대외협력특보로 깜짝 합류하며 주목받았다. 이후 본선에서도 선거대책본부 상임공보특보단장을 맡아 각종 방송 등에 나가 스피커로서 활약하며 대선 승리에 크게 일조했다는 평을 받는다.

김경진 전 의원이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김경진 전 의원이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내각 인선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인사에 있어 윤 당선인의 가장 중요한 기준은 뭘까.

“윤 당선인 스스로 해온 말이 있다. 능력과 경륜, 적재적소, 이게 가장 핵심이다. 인위적인 안배나 균형 맞추기는 하지 않겠다고 했다. 5년 내내 당선인의 인사 방침은 같을 것이다. 계속 발표되는 인선 내용을 보면 그 부분이 실천되고 있다고 본다.”

일각에선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위주 인사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인수위를 보면 안철수 인수위원장 쪽도 30%나 들어갔고, 전혀 연이 없는 분들도 일부 들어갔다. 어느 정권, 어느 대통령이나 정치적인 실세나 주변에 자문을 해주는 핵심 참모, ‘핵관’들은 어디에나 있기 마련이다. 이걸 비판하는 건 인간 본성에 반하는 거다. 당연히 능력이 없는 사람을 핵관이라고 쓴다든지 엉뚱한 철학을 가진 사람을 핵관으로 두고 자문을 받는 경우는 문제가 있다. 그러나 윤 당선인 곁에 있는 핵관들한테는 그런 문제가 없다고 본다. 대표적으로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과 같은 경우도 옆에서 보면 판단이 매우 빠르고 명민하다. 아니면 아니라고 하는 분명한 목소리도 내는 사람이기에 더 신뢰를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유권자들이 정권교체를 택한 이유는 뭐였다고 보나.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이중성, 기만, 조국 사태 등등으로 표현이 된다. 문재인 정부가 사법 시스템이라든지 대한민국의 시스템을 자신들의 세력에만 유리한 방향으로, 반대편에게는 가혹한 방향으로 운영해왔다는 게 워낙 명약관화했다. 거기에 더해 부동산 문제도 컸고, 화룡점정은 민주당이 이재명 전 경기지사를 대선 후보로 선출한 것이었다. 그 자체가 민주당이 정당으로서 건전하지 못하다는 반증일 수 있다.”

이번 대선은 0.7%포인트 차의 신승이었다. 특히 윤 당선인의 호남 득표가 10%대에 머물러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많이 아쉬웠다. 보편적으로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은 컸지만, 핵심 세력 내의 열정의 농도, 온도 차이가 있었던 것 같다. 같은 맥락에서 호남에서 정권 수성에 대한 기제가 작동을 한 것이다. 특히 막판에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 이후 집결이 강했던 부분이 있다. 이재명 후보를 뽑아야 한다는 문자가 엄청나게 쏟아지더라.”

그럼에도 단일화는 필요했다고 보나.

“당연하다. 단일화를 안 했어도 이겼으리라고 본다. 그러나 단일화를 통해 이기면서 정권교체의 정당성이 더 생겼다고 본다. 잘한 선택이었다.”

인수위 출범 한 달이 지났다. 특히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와 관련해 윤 당선인은 청와대에 잠깐도 들어가지 않겠다며 강한 의지로 추진하고 있다. 이유가 뭘까.

“한번 청와대에 들어가면 못 나온다는 거 아닌가. 현안들이 계속 밀려들기 때문에 들어가면 당선인이나 참모들도 다시 이사에 관심을 쏟기 쉽지 않다. 지금 민주당에선 ‘찬성은 하지만 왜 이렇게 빨리 추진하려고 하느냐’고 한다. 사실 천천히 한다고 해도 이런저런 핑계를 달아 반대했을 가능성이 높다. 윤 당선인은 칼로 자르듯 결단을 내려야만 가능한 문제였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당선인의 심정이 이해가 간다.”

이전 과정에서의 안보 공백, 위기관리 공백 등에 대한 우려가 있다.

“탈각하는 동물들도 탈각하는 그 순간이 제일 위험하다고 한다. 하지만 또 탈각을 해야만 새로운 단계로 업그레이드가 되는 것 아닌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리스크가 있다고 본다. 다만 그 리스크를 얼마만큼 기술적으로 최소화시킬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그 과정에서 윤석열 정부의 능력이 증명될 거라고 본다. 아울러 안보 공백이라는 주장엔 일부 과장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국방부나 합참이 이사하는 도중에도 일선의 부대들은 현장에서 집행을 하고 있지 않나. 청와대 위기관리 시스템 대신 이동식 차량 시스템을 대체하여 운용한다는 것 아닌가. 대한민국의 시스템이 그렇게 허술하진 않다.”

국민들을 충분히 설득하지 않고 중대사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 앞으로도 비슷한 상황이 펼쳐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반대 여론이나 인식들도 경청하고 존중해야 한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본다. 옆에서 지켜본 윤 당선인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면 밀고 가는 사람이다. 결국엔 비판받을 땐 받고, 깨질 땐 깨지더라도 결과로서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윤 당선인 스타일 자체가 워낙 뚜벅뚜벅 걸어간다. 비슷한 상황이 더 있을 수는 있다고 본다. 다만 일정한 시간이 흐르고 결과로 보여준다면 국민들도 결국엔 납득하실 거라고 본다.”

새 정부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뭐라고 보나.

“사법체계의 원상복구다. 국민들이 검찰총장이던 사람을 왜 대통령에 당선까지 시켰겠나. 문재인 정부에서 사법개혁을 한다고 했지만 실은 본인들 정파를 위한 제도 파괴를 했다. 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 시스템 자체가 완전히 없어졌다.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만들었지만 일 제대로 하는 걸 봤나. 경찰들은 몰려드는 사건들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고소장 내고 1년, 2년이 지나도 처리가 안 된다는 것 아닌가. 민주당 정부의 사법개혁은 기존의 검찰이 노무현 대통령을 죽음에 몰아넣었다고 하는 잘못된 도그마를 가진 나머지 검찰을 어떻게든지 해체해버리자는 것에 불과했다. 대한민국의 공정과 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 사법체계 자체를 파괴시키고 공중분해시킨 거다.”

구체적인 방안은 뭘까.

“윤 당선인이 이미 다 제시를 했다. 우선 검찰 수사권을 너무 묶어놨다. 검찰이 합리적인 수사권을 행사할 수 있을 정도의 제도 개선이나 보완이 좀 있어야 될 것 같다. 다음으로 공수처가 오히려 수사를 방해할 수 있는 요소들도 해결을 해야 한다. 아울러 대통령이라고 하는 정치 권력이 법무부 장관을 통해서 수사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지 않나. 그런 부분들을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뼈저리게 당해봤기 때문에 자신이 비록 이번에 이제 정치 권력을 잡았지만, 아예 후세를 위해서라도 없애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게 핵심이라고 본다.”

새 정부의 주요 과제 중 하나가 국민통합이다. 특히 호남과의 갈등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결국 호남의 문제는 1980년 5월(5·18 민주화운동)의 문제다. 그 한과 응어리가 안 풀려서 그렇다. 대통령이 최소한 5년 내내, 5월마다 다녀오는 것은 물론이고, 중간중간에도 자주 찾고 대화해야 한다. 그 외에 다른 방법은 없다고 본다.”

일각에선 민주당이라는 거대 야당을 두고 협치 없이는 새 정부가 일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 인사를 장관에 임명하는 등의 파격적인 협치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해볼 순 있겠지만, 윤 당선인은 그런 생각을 갖지 않은 것 같다. 가능한 범위 내에서 협조를 얻자, 아니면 협조를 얻을 수 있는 좋은 인물을 기용하자, 이게 당선인의 생각인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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