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가격 올라도 납품단가 그대로…하소연 나선 中企 단체들
  • 김준란 디지털팀 기자 (loveways12@naver.com)
  • 승인 2022.04.11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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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18개 단체 ‘납품단가 제값 받기’ 기자회견
“원자재 가격 폭등과 대기업 사이 샌드위치 신세” 호소
지난 18일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서울지역본부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사태 중소기업 분야 비상대응 TF 회의' 모습 ⓒ연합뉴스
지난 18일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서울지역본부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사태 중소기업 분야 비상대응 TF 회의' 모습 ⓒ연합뉴스

중소기업 단체들이 원자재 가격 등락을 반영해 납품단가도 오르고 내리는 납품단가 연동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와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음에도 불구하고 대기업들이 납품대금에 가격 상승분을 반영하지 않는다고 반발한 것이다.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한국창호커튼월협회 등 18개 중소기업 단체 관계자들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납품단가 제값 받기'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해 코스피 상장 대기업의 영업 이익은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올해 중소기업의 영업 이익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10~15%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고 호소했다.

유병조 창호커튼월협회장은 "건설사와의 계약기간은 1~3년인데, 최근 창호·커튼월 프레임의 주 소재인 알루미늄 가격 등이 2배 가량 폭등해 엄청난 손실을 떠앉고 있다"고 토로했다. 강성진 청송건설 대표도 "치솟고 있는 건설자재비 상승분이 반영이 안 되면 현장 셧다운이나 폐업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배조웅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장은 "중소 레미콘 업계는 원자재 가격 폭등과 건설사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라고 표현하면서 "시멘트 대기업은 유연탄값 상승을 이유로 가격을 19% 올려달라고 요구하며 공급중단 압력까지 행사하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정한성 한국파스너공합협동조합 이사장은 "원자재 공급 대기업이 가격 인상 계획을 미리 알려줘 중소기업이 납품단가에 반영할 수 있게 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양찬회 중기중앙회 혁신성장본부장은 지난달 28∼31일 중소기업 304곳을 대상으로 시행한 실태조사 결과를 소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 제품의 공급원가 중 원자재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58.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전부 반영 받았다는 중소기업은 4.6%에 불과했다. 가격 상승분이 납품단가에 아예 반영되지 않았다고 응답한 중소기업은 49.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들의 매출 의존도가 80%가 넘다보니, 감히 납품단가 얘기를 꺼냈다가는 오히려 거래가 끊길 것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실제 절반에 가까운 중소기업들이 원가상승분을 납품단가에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 단체들은 원자재 가격에 따라 납품단가를 결정하는 '납품단가 연동제'의 도입을 촉구했다. 이어 대기업 오너와 중소기업 단체장, 관계부처 차관,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대통령 직속 상생위원회를 설치해 중소기업 정책을 심의하고 조정할 것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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