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핵심기술을 둘러싼 세계 각국의 경쟁이 심화되고 산업 보호주의 기조가 강화되면서 '무역기술장벽'(TBT, Technical Barriers to Trade)이 대폭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국제무역 환경 실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세계무역기구(WTO)에 통보된 무역기술장벽 건수가 총 3966건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12일 밝혔다. 이는 기존 최대치였던 2020년 3352건 보다 18.3% 증가한 규모다.
무역기술장벽은 대표적인 비관세장벽 중 하나로, 서로 다른 기술 규정이나 표준, 시험인증 절차 등을 적용해 국가 간의 자유로운 교역을 방해하는 무역 장애 요소다.
대한상의는 국가 간 무역에서 기술장벽이 높아진 것은 세계 각국이 코로나19로 침체된 자국의 경제를 회복하고 첨단산업 주도권 확보를 위한 기술·표준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기술규제를 전략적 도구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선진국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들도 에너지효율등급 규제 등 선진국의 기술규제를 차용하면서 무역기술장벽이 급격히 늘어난 상황이다.
지난해 국가별 무역기술장벽 통보 건수는 우간다가 507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브라질 443건, 미국 391건, 케냐 175건 등의 순이었다. 우리나라는 117건으로 아홉 번째로 많았다.
글로벌 보호무역과 핵심기술 보호주의는 외국인직접투자를 억제하는 형태로도 나타났다. 대한상의가 유엔(UN) 무역개발협의회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0년 한 해 글로벌 외국인직접투자 규모는 전년 대비 35% 감소한 9989억 달러(약 1233조원)로 조사됐다. 외국인 투자 규제정책도 전년 대비 2배 이상(21개→50개) 새로 도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의는 올해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우려와 주요국 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세계 경제가 예상보다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각국의 무역 제한 조치는 더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향후 미·중·러 패권 경쟁에 따른 지정학적 불안이 더욱 커질 전망인 만큼, 통상 이슈에 대해 주요국과의 협력 기반을 공고히 하는 동시에 신속하게 자체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대한상의는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