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키워드] 직지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2.05.06 10:30
  • 호수 16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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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표적 세계기록유산인 ‘직지’가 국제 연구 프로젝트를 통해 재조명된다. 행정안전부와 유네스코 국제기록유산센터는 미국 유타대학교와의 공동연구 프로젝트인 ‘직지에서 구텐베르크까지’가 미국 국립인문재단의 기금사업으로 선정돼 내년까지 7만5000달러(약 1억원)를 지원받게 됐다고 5월5일 밝혔다.

금속활자로 인쇄된 책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직지는 고려 우왕 때인 1377년 인쇄된 불교 경전이다. 현재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하권 단 한 권만 남아있다. 직지는 서양 대표 금속활자본인 독일 구텐베르크 성경보다 78년 앞서 간행됐다. 유네스코는 직지의 인류 보편적 가치와 인류 문화사에 미친 영향을 인정해 2001년 직지를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했다.

직지는 초대·3대 주한 프랑스 공사를 역임한 콜랭 드 플랑시가 국내에서 수집해 19세기 말 프랑스로 가져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1911년 파리 경매장에 나온 직지를 골동품 수집상인 앙리 베베르가 구입해 1952년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기증했다. 직지의 역사적 가치를 발견한 사람은 병인양요 때 프랑스군이 약탈해 간 외규장각 의궤(국가 행사·의례 기록) 환수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역사학자인 고 박병선 박사다. 프랑스 국립도서관에서 근무하던 박 박사가 별다른 관리 없이 방치돼있던 직지를 발견했고, 1972년 파리에서 열린 세계도서박람회를 통해 직지가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임을 알렸다.

직지가 약탈이나 도난이 아닌 공식적인 거래를 통해 프랑스에 갔기 때문에, 한국이 반환을 요구할 명분이나 국제법적 장치는 없다. 직지의 고장인 청주시가 여러 차례 대여를 요청했지만 국내 전시는 지금까지 열린 적이 없다. 세상에 내놨다가 여론에 밀려 한국 쪽에 반환될 것을 우려한 프랑스 측의 사전 차단 조처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프랑스 파리를 방문한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프랑스 정부에 직지의 한국 전시를 요청했다. 프랑스 측은 압류 우려가 없다면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실무 협의를 요청해달라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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