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4600만원 벌어 4500만원 빚 갚는 적자 가구 전체의 17%”
  • 김종일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22.05.0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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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4만 ‘적자 가구’는 번 돈으로 ‘빚’만 갚아
소득으로 대출 상환 및 필수 지출 감당 어려워
금리·물가 상승으로 적자 가구 늘고 어려움 더 커진다
서울의 한 시중 은행 대출 상품 관련 안내문ⓒ연합뉴스
서울의 한 시중 은행 대출 상품 관련 안내문ⓒ연합뉴스

미국이 22년 만에 통상적인 금리 인상의 2배인 ‘빅스텝(0.5%포인트)’을 단행하고, 주요국들이 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17.2%가 적자 상황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갈수록 높아지는 대출 금리와 물가로 적자 가구 수가 더 늘어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적자 가구들의 시름이 한층 더 깊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한국금융연구원이 5월8일 발표한 ‘가계재무 상태가 적자인 가구의 특징과 개선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2052만 가구의 17.2%인 354만 가구가 적자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적자 가구는 소득에서 필수적인 소비와 비소비 지출(세금·연금 등)에 금융채무에 대한 원리금(원금+이자) 상환을 하고 나면 남는 것이 거의 없는 가구를 뜻한다. 

354만 적자 가구의 평균 연 소득은 4600만원이었다. 이들 가구의 평균 연간 소비지출은 2400만원, 비소비 지출은 900만원이다. 여기에 평균 연간 원리금 상환금은 4500만원에 달했다. 연 소득의 98%에 달하는 수준이다. 빚 부담이 적자의 가장 큰 원인인 셈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노형식 연구위원은 “금융부채 규모가 소득보다 너무 큰 것이 가계 적자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했다. 실제 적자 가구 중에는 금융부채 규모가 소득의 5배가 넘는 가구도 19.3%(68만 가구)를 차지했다. 

 

“일부는 보증금을 생활비로…경제 충격 파급 연결고리 될 수도”

보고서는 일부 적자 가구가 부족한 생활비를 전·월세보증금을 털어 충당하고 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354만 적자 가구 가운데 18.6%(66만 가구)는 주택 임대로 받은 보증금이 있었다. 평균 임대 보증금은 2억1000만원에 달했다. 이들 가구가 보증금의 일부나 전부를 생활비로 쓴다면 전·월세 가격 하락시 세입자에게 돈을 돌려주기 어려워진다. 

노 연구위원은 “적자이면서 임대를 놓은 가구가 다음 세입자로부터 보증금을 받아 이전 세입자의 보증금을 돌려줄 요량이면, 이전 세입자의 보증금은 모두 본인 적자를 메우는 데 충당했을 가능성도 있을 수 있다”며 “전·월세 가격 하락 시 전출하는 세입자에게 보증금 상환이 원활하지 않으면서 경제 충격 파급의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흑자 여부 막론하고 가계 차원 자구노력 필요”

더 큰 문제는 향후 적자 가구가 지금보다 훨씬 많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미국과 해외 주요국이 금리를 올리면서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계속 올리고 있다. 당연히 대출 금리도 덩달아 연일 치솟는 추세다. 현재 1.00%인 미국 기준금리는 올 연말이면 3%대로 인상될 것이란 전망이 대세다. 가계부채는 작년 기준 1800조원까지 불어난 상황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에 육박한 와중에 금리와 환율이 계속 오르니 물가는 더 뛰기 쉽다. 여기에 대출금리 인상은 향후 계속될 전망이다. 안 그래도 고물가에 허덕이는 서민들의 빚 상환 압박은 더 커질 수밖에 없고 서민들의 생활고는 더욱 심해질 수 있다. 

노 연구위원은 “가구의 부채규모를 통제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향후 물가 상승 및 금리 상승으로 경제상황이 전개되는 경우 필수 소비지출 및 이자 지급액 증가로 인해 흑자 가구의 가계재무 상태도 취약해질 수 있다”며 “흑자 여부를 막론하고 가계 차원의 자구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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