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지지율 상승 위한 세 개의 ‘비단주머니’ [배종찬의 민심풍향계]
  •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5.14 14:00
  • 호수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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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에서 실용으로의 전환’ ‘국민 통합과 사회 정의의 조화’
‘야당을 상대로 한 끊임없는 대화 시도’ 필요

윤석열 정부 시대가 열렸다. 5월10일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성대한 취임식이 열렸고, 윤석열 대통령은 발표대로 용산 대통령 집무실에서 첫 업무를 시작했다. 그러나 시작부터 갖가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여소야대 정국이기 때문이다. 대선후보 시절에 약속한 공약을 비롯해 행정부의 현안을 법제화하려 해도 170석의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자영업층과 소상공인을 위한 추경 편성부터 국회에서 예산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시행하기 어렵다.

야당인 민주당도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비난을 받겠지만, 국정 동력을 살려가야 하는 윤석열 정부에 더 큰 타격이다. 단순히 예산이나 법안 통과뿐만이 아니다. 국정 운영의 실무적인 총괄 업무를 담당하는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는 인사청문회까지 다 완료되었지만, 5월12일 현재까지 국회 인준을 받을 가능성이 여전히 불투명하다. 20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 집권 때와 비슷한 상황이다. 2002년 12월 대선에서 우여곡절 끝에 당선돼 대통령 자리에 올랐지만 국회는 여소야대 국면이었다. 노 전 대통령은 2004년 4월 총선에서 다수당이 되기 전까지 거의 국정 운영을 하기 힘든 지경이었다. 게다가 임기가 시작되면서 꽤 높았던 지지율이 이른 시기에 붕괴되면서 난감한 상황에 빠지는 지경이었다.

윤 대통령은 다음 총선이 2024년 4월이라 2년 가까이 남았기 때문에 노무현 정부보다 더 정치적 환경이 좋지 않다. 결국 윤석열 정부의 국정 동력이 될 에너지는 국민으로부터 얻는 여론이다. 여론이 윤 정부를 떠받쳐준다면 여소야대 국면이지만 국정 동력이 살아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고난의 행군이 지속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그렇다면 윤 대통령이 국민으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아 국정 운영의 동력을 살려갈 ‘비단주머니’는 무엇이 될까.

윤석열 대통령이 5월10일 취임식을 마친 후 이동하며 시민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국회사진취재단

尹 정부 평가, 중도층은 긍정-부정 팽팽

지지율을 20~30% 더 얻을 수 있는 첫 번째 비단주머니는 ‘이념에서 실용으로의 전환’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역대 대통령보다 당선인 시절을 비롯해 임기를 시작할 무렵 국정 수행 기대감이 낮은 이유는 이념 간 대결 구도 즉, 진영 간 대결 국면이라서다. 대선 여파가 가라앉지 않고 있고 지방선거는 대선에서 맞붙었던 이재명 민주당 계양을 후보를 비롯해 정적들이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비롯해 곳곳에서 신구 세력이 충돌하면서 지지율마저 양쪽으로 쪼개진 상태다.

한국리서치가 KBS의 의뢰를 받아 5월6~7일 실시한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 수행을 잘할 것으로 보는지, 잘못할 것으로 보는지’ 물어보았다. ‘잘할 것’이라는 긍정적 응답은 52.2%로 나타났고, ‘잘못할 것’이라는 부정적 의견은 41.8%로 나왔다. 긍정 평가가 응답자의 절반을 넘기는 했지만 역대 대통령에 비해 많이 낮은 편이다. 여기서 주목할 결과는 20대, 여성, 중도층 중에서 20대와 여성의 긍정 평가는 50%를 넘겼지만 중도층은 오차범위 내 팽팽한 결과다(그림①). 지나친 진영 간 대립 국면에서 발생하는 결과다. 즉 중도층의 긍정 의견을 더 많이 끌어낼 때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적어도 5~10%포인트 이상 더 올라간다. 이렇게 하기 위한 ‘비단주머니’는 이념을 강조하기보다 실용을 더 강조하는 것이 해법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이념 간 대결 국면으로 여론이 악화되고 있을 때 들고나왔던 해법이 ‘친서민, 중도, 실용’이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을 끌어올릴 두 번째 비단주머니는 ‘국민 통합과 사회 정의의 조화’다. 윤 대통령은 취임식 연설에서 ‘자유’를 35번이나 언급했지만 ‘통합’은 아예 언급하지 않았다. 취임 다음 날 기자들은 대통령 집무실로 출근한 윤 대통령에게 취임사에서 ‘통합’을 거의 언급하지 않은 이유를 물었고, 윤 대통령은 민주주의 과제 실천에서 통합은 당연한 것이라 언급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지지율을 더 올리기 위해 국민을 향해, 정치권을 향해 통합을 지속적으로 언급하고 강조하며 실천하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다.

여야 협치에 가장 중요한 역할은 “대통령의 몫”

KBS의 윤석열 정부 특별 여론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우선 방향’이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전체적으로 ‘국민 통합’과 ‘갈등 해소’가 27%로 가장 높았다. 교과서적인 시각으로 본다면 전체 응답 중 가장 높은 의견이 ‘국민 통합’이므로 통합이야말로 지지율 상승의 만병통치약으로 착각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지지율은 지지층의 예술이다. 지지층의 국정 우선 방향이 무엇인지를 헤아리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다.

그렇다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가장 바라는 국정 우선 방향은 무엇일까. ‘부패 청산과 사회 정의’가 26.9%로 가장 높았다(그림②). 즉 국민 전체의 여론 결과도 중요하지만 임기 초반 국정 동력을 살려가야 할 대통령은 핵심 지지층의 요구사항을 무시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지지율을 추가적으로 견인하기 위해 윤 대통령은 ‘국민 통합과 사회 정의의 조화’를 이뤄나가야 한다. 야당을 상대로 한 협치도 필요하지만 사회악과 정치적 부패를 척결하는 모습도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마지막으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을 껑충 뛰게 할 비단주머니는 무엇일까. ‘야당을 상대로 한 끊임없는 대화 시도’가 그 주인공이다. KBS의 특별 여론조사에서 ‘여야 협치를 하는 데 누가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지’ 물어보았다. 예상대로 대통령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응답이 전체 의견에서 34.7%로 가장 높았다. 국정 운영의 주도권을 쥐고 있고 국가를 대표하는 대통령이 마땅히 짊어져야 할 책임이다. 그다음은 민주당, 국민의힘 순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국민의힘 지지층이 판단하는 여야 협치에서 중요한 역할의 결과는 달랐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민주당이 여야 협치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그림③). 여소야대 정국에 대한 고려가 깔려있는 응답이다.

이런 조건에서 국민이 바라는 노력은 어떤 국면일지라도 윤 대통령이 야당과의 대화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정성을 보이면 국민 여론 역시 함께 움직이게 된다. 윤석열 정부는 역대 다른 정부보다 낮은 기대감으로 시작했다. 가장 큰 이유는 다름 아닌 여소야대 국면이라는 점이다.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어렵다는 의미다. 그렇지만 어떤 비단주머니를 풀어놓느냐에 따라 뛰어넘기 힘들어 보이는 벽의 높이는 달라진다. ‘이념에서 실용으로의 전환’ ‘국민 통합과 사회 정의의 조화’ ‘야당을 상대로 한 끊임없는 대화 시도’가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을 높은 쪽으로 춤추게 할 ‘황금색 비단주머니’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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