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문재인과는 다를까” 바이든의 탐색전
  • 김현 뉴스1 워싱턴 특파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5.16 10:00
  • 호수 17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본보다 한국 먼저 방문하는 美 대통령의 행보…“中 견제에 한국 확실히 끌어들이려” 해석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5월20일부터 취임 이후 처음으로 한국과 일본을 잇달아 방문하는 아시아 순방에 나선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방한 기간에 윤석열 대통령과 첫 한·미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한·미 동맹 강화와 북한 문제 등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아시아 순방이 동북아시아는 물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에 대한 견제 차원에서 이뤄지는 성격이 강한 만큼 중국과 관련한 논의도 오갈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5월20~22일 한국을 방문한 뒤 22~24일까지 일본을 찾는다. 21일 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데 이어 23일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24일엔 도쿄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대중 견제 협의체인 ‘쿼드(Quad)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2021년 6월16일(현지시간)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에 오르고 있다.ⓒEPA 연합

“한국 중요성에 대한 인식 내비친 것”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순방에 대해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과 미국의 조약 동맹인 한국 및 일본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확고한 약속을 진전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아시아 순방은 지난해 1월 취임한 이후 15개월 만에 이뤄진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바이든 대통령이 아시아 국가 중 처음으로 방문하는 나라가 한국이라는 것이다. 5월2일 백악관 브리핑 당시 일본 특파원으로 보이는 한 기자가 “지난 60년간 어떤 미국 대통령도 재임 시기 (아시아 순방에서) 한국을 먼저 방문한 적이 없다. 그들은 보통 일본을 첫 번째로 방문했다. (이것이) 동아시아에 대한 정책 변화의 신호냐”라고 질문했을 정도로 이례적인 순방 순서였다.

백악관은 ‘순방 순서에 관해 과하게 해석하지 말라’는 취지로 선을 그었지만, 워싱턴DC의 한 소식통은 5월11일(현지시간) 기자와의 통화에서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바이든 행정부가 한국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은연중에 내비친 게 아니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방한을 통해 5월10일 취임한 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것도 주목된다. 윤 대통령 취임 후 11일 만에 열리는 것으로, 역대 한국 대통령 중에서 최단기 한·미 정상회담 개최 기록을 쓰게 될 전망이다. 이전 기록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2017년 6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취임 후 51일 만에 가진 것이었다.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3월9일 대선에서 윤 대통령이 당선 수락 인사를 한 지 5시간 만에 전화통화를 하기도 했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 정부의 윤석열 정부에 대한 강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아시아의 차르’로 불리는 커트 캠벨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은 5월11일 미 싱크탱크 중 하나인 미국평화연구소(USIP)가 개최한 대담에서 윤 대통령에 대해 “우리는 한국에 미국과 협력해 매우 분명하게 대북 억지와 한·미 간 파트너십에 대해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는 데 관여하려는 의지가 단호한 새로운 파트너, 신임 대통령이 있다는 것에 주목한다”고 밝혔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5월10일 정례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의 취임을 축하하면서 “양국 국민의 우정에 뿌리를 둔 한·미 동맹은 인도·태평양의 평화와 안보, 번영을 위한 핵심축(linchpin)”이라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진전시키기 위한 협력을 고대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 간 정상회담에선 한·미 동맹 강화와 북한 문제가 최우선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올해 들어 3차례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비롯해 15차례의 무력시위를 벌였고, 이르면 5월 중 7차 핵실험에 나설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한에 대한 관여는 물론 대북 억지력 강화를 위한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행정부는 방한을 앞두고 미국의 핵우산을 의미하는 ‘확장 억지’ 약속을 여러 차례 재확인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윤 대통령이 대선 기간에 언급했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시스템) 추가 배치에 대해선 ‘고유의 자위권’을 강조하면서 논의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정상회담에선 양국 간 경제 및 통상도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캠벨 조정관은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 때) 우리는 개괄적으로 무역에 관해 대화할 것이고, IPEF(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에 대해 얘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바이든 행정부가 대중 견제 차원에서 추진 중인 IPEF가 이번 순방 기간에 공식 출범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한국도 IPEF에 참여 의사를 밝힌 상황이다.

4월5일(현지시간) 박진 의원(오른쪽)이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면담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내는 윤석열 당선인의 친서를 전달하고 있다.ⓒ한미정책협의대표단 제공

“이전 정부의 親中 행보, 매우 아까운 시간”

이런 연장선상에서 중국 문제도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대통령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두 달 넘게 지속되고 있는 도중에 5월12~13일 미국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의 특별정상회의를 개최한 데 이어 중국에 이웃한 한국과 일본 순방에 나선 것은 중국 견제를 위한 의미가 크다는 게 중론이다. 캠벨 조정관도 9일 또 다른 대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한·일 방문을 거론하며 “앞으로 몇 주간 우리가 보내려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우크라이나에 피할 수 없는 긴급하고 당면한 과제들이 있지만, 동시에 우리는 21세기에 더 크고 근본적인 도전들이 인도·태평양 지역에 놓여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바이든 대통령이 일본보다 한국을 먼저 방문하는 것을 두고 그간 중국 견제에 초점을 맞춘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약한 고리’였던 한국을 확실히 끌어안기 위한 행보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된다. 미·중 양국 사이에서 다소간 ‘줄타기’ 외교를 했던 문재인 정부와 달리 윤 대통령은 ‘한·미 동맹 강화’에 더 초점을 두고 있다.

미 싱크탱크인 루거센터의 폴 공 선임연구원은 통화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윤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중국 견제와 관련해 했던 언급들에 대해 재확인하려고 할 것”이라며 “미국 입장에선 박근혜-문재인 정부의 9년간은 다소 친중적 행보가 있었기 때문에 아까운 시간이었다.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은 대중국 정책에서 윤 대통령을 어느 정도 의지할 수 있을지, 앞으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한국을 어느 정도 포함시킬지를 살펴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 대통령이 친미 행보를 강화할 경우 중국의 반발이 예상되는 만큼 윤 대통령으로선 대외 정책에서 적지 않은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CFR) 한국담당 국장은 최근 포브스에 기고한 글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한 데 이어 5월10일 취임식에 중국 사절단으로 왕치산 국가부주석을 보낸 것 등을 거론하면서 “중국 정부의 관심을 끌 중요한 문제는 윤석열 정부가 한·중 관계를 한·미의 ‘포괄적 전략 동맹’ 틀에 종속시킬지, 아니면 ‘중국과의 상호 존중’이라는 표현을 미·중 관계와 무관하게 한·중 양국이 진정으로 존중하는 데 서로 만족하는 방식으로 정의할 수 있을지 등에 달려있다”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