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 1년’ 듣고 욕설하자 형량 3배 높인 판사…대법원 “위법”
  • 박선우 객원기자 (capote1992@naver.com)
  • 승인 2022.05.13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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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역 1년’ 주문 낭독 직후 “재판이 개판” 등 난동…‘징역 3년’으로 재차 선고
대법원 “주문 낭독 실수 등 특별한 사정 없인 정정 불가”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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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역 1년을 선고받자 욕설을 하며 난동을 부린 피고인의 형량을 늘려 재차 선고한 재판부의 판결은 위법하다고 대법원이 판단했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무고, 사문서 위조 등 혐의를 받고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의정부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분쟁의 시작은 차용증 등을 위조한 혐의를 받고 기소된 A씨가 2016년 9월 1심 재판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으면서 시작됐다. A씨는 재판장이 주문을 낭독한 후 항소기간 등에 관한 고지를 하려던 사이 “재판이 개판이다” “뭐 이따위야” 등의 욕설을 하며 난동을 부렸다. 결국 A씨는 교도관들에게 제압돼 법정 바깥으로 끌려나갔다.

재판부는 A씨를 다시 법정 피고인석으로 데려오게 한 후 “선고가 최종 마무리되기까지 이 법정에서 나타난 사정 등을 종합해 A씨에 대한 선고형을 정정한다”면서 애초 형량보다 높아진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당초 주문에서 선고한 형량보다 3배 높여 선고한 셈이다.

이에 A씨는 “위법한 판결 선고”라며 항소했다. 이미 징역 1년의 선고가 종료됐으므로 이를 변경할 수 없다는 취지의 주장이었다.

2심 재판부는 원심의 판단이 적법했다고 봤다. 2심 재판부는 “판결 선고는 재판장이 판결 주문 낭독 이후 피고인의 퇴정을 허가해 피고인이 법정 바깥으로 나가 선고기일이 종료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라면서 “그때까지 발생한 모든 사정을 참작해 일단 선고한 판결 내용을 변경해 다시 선고하는 것도 유효·적법하다”고 판시했다. 다만 2심 재판부는 “A씨가 난동을 부린 점 등을 반성하고 있다”면서 형량을 징역 3년에서 징역 2년으로 감형했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재판서에 기재된 주문과 이유를 잘못 낭독하거나 설명하는 등 실수가 있거나, 판결 내용의 잘못이 발견된 경우 등과 같이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재판장이 주문을 낭독한 이후라도 내용을 정정해 다시 선고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 사건은 이에 해당하지 않아 위법하다”며 원심 판결을 파기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1심 재판장은 피고인의 행동을 양형에 반영해야 한다는 이유로 이미 주문으로 낭독한 형의 3배에 해당하는 징역 3년으로 선고형을 변경했다”면서 “(당시) 피고인은 자신의 행동이 양형에 불리하게 반영되는 과정에서 어떤 방어권도 행사하지 못했다”고 판결 배경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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