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취임식에 가린 ‘이재명 효과’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05.1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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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수완박’ ‘의원 성희롱’ 논란까지 겹치며 李 ‘컨벤션 효과’ 반감

“심판만 하면 소는 언제 키웁니까?”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 후보로 나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지방선거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지난 13일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이번 지선에서는 국민의 살림을 책임지는 유능한 일꾼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위원장은 이어 “저의 출마는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준비된 후보들의 선거에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정권심판론’으로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위원장이 오는 지방선거에서 반전을 다짐하고 있다. 이른바 ‘유능한 일꾼론’을 앞세워 본인의 당선과 지선 승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각오다. 그러나 이 위원장의 공언과 달리 민주당 지지율이 하락 곡선을 그리고 있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과 민주당 ‘성 비위 의혹’ 등이 겹친 파장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이재명 효과’를 기대했던 민주당에도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6·1 지방선거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12일 오후 충남 천안시 쌍용동에서 열린 양승조 충남도지사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마스크를 고쳐쓰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6·1 지방선거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12일 오후 충남 천안시 쌍용동에서 열린 양승조 충남도지사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마스크를 고쳐쓰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등판에도 尹 취임에 가로막힌 민주당 지지율

이 위원장은 대선 패배 후 공개 활동을 삼가왔다. 그랬던 이 위원장이 지방선거를 불과 한 달 앞두고 출마를 선언했다. 이 위원장의 등판 배경에는 민주당 수뇌부의 간곡한 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이 위원장의 경쟁력을 주목했다.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과 호각세를 보였던 이 위원장을 ‘반윤(反尹) 연대’ 선봉에 세워 지선 승리를 노리겠다는 심산이었다.

다만 당장 드러난 수치는 기대에 못 미치는 모습이다. 이 위원장 출마로 기대했던 ‘컨벤션 효과’(정치 이벤트 후 당이나 후보 지지율이 급등하는 현상)가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에 가렸다는 분석이다. 윤 대통령의 취임식 후 예상대로 국민의힘 지지율이 반등한 모습이다.

13일 발표된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의 5월 2주차 정례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일주일 전보다 5%포인트(p) 오른 45%를 나타냈다. 이는 2014년 11월 이후 7년 6개월 만의 최고치다. 반면 같은 기간 민주당 지지율은 전주 대비 10%p 내린 31%로 조사됐다. 조사 기간(10~12일)이 이 위원장의 출마 선언(8일) 이후임을 고려하면 ‘이재명 출마 효과’는 빛이 바랜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지현·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성비위 사건으로 제명된 박완주 의원과 관련해 민주당의 입장을 밝히고 공식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박지현·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성비위 사건으로 제명된 박완주 의원과 관련해 민주당의 입장을 밝히고 공식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달라진 기류…“수도권 한 곳만 이겨도 승리”

일각에선 ‘검수완박’ 후폭풍이 이 위원장 등판의 후광을 가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검찰을 비롯한 법조계, 시민단체의 반발에도 민주당이 관련 법안을 밀어붙이면서 일명 ‘개딸’(개혁의 딸·이재명 여성 지지층)과 ‘양아들’(양심의 아들·이재명 남성 지지층) 등은 결집했지만, 중도층 민심이 이탈했을 수 있다는 추측이다. 이런 가운데 검찰 개혁을 주장했던 이 위원장이 직접 등판하자 ‘반(反) 검수완박’ 표심이 국민의힘 측으로 몰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검수완박’은 민주당 강성 지지층만 반기는 법안으로 지방선거에서는 분명 독이 될 것”이라며 “이재명 위원장의 등판도 이른 감이 있었다. 이 위원장이 ‘대장동 의혹’과 ‘성남FC 후원’ 등 각종 사건으로 피의자 신분이 됐지만, 현재까지 해소된 의혹이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민주당 내에서 잇따라 불거진 ‘성 비위’ 추문도 지선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박완주 의원은 성폭력 논란에 휩싸인 끝에 제명됐고, 김원이 의원은 성폭력 피해 직원에 대한 2차 가해 논란이 불거졌다. 최강욱 의원은 성희롱 발언 논란에 휩싸인 상태다.

이에 당초 승리를 자신했던 이 위원장의 최근 발언 기류도 바뀐 모습이다. 이 위원장은 이날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수도권을 한 곳이라도 이긴다면 승리라고 본다”며 “호남만 제대로 지켜도 다행이다 싶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앞서 이 위원장은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하며 ‘전국 과반 승리를 이끌겠다’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광역단체장 17곳 중 9곳을 목표로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이 목표를 ‘수도권 세 곳(서울-경기-인천) 중 한 곳 승리’로 대폭 하향 조정한 셈이다.

한편, 기사에서 인용한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전화 조사원이 무선 90%·유선 10% 무작위 전화 걸기(RDD)로 인터뷰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0.3%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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