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의 말뿐인 ‘초당적 협력’…한동훈·한덕수 카드 강행하나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2.05.16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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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대통령의 협력 발언, 사실상 여론 압박 분석도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첫 국회 시정연설에서 ‘초당적 협력’을 띄웠다. 지난 취임사에서 ‘통합’과 ‘협력’을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은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코로나19 손실보상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 통과와 한덕수 국무총리 인준을 앞두고 사실상 더불어민주당의 협조를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국회 본회의장에서 취임 후 6일 만에 시정연설에 나서 “지금 우리가 직면한 대내외 여건이 매우 어렵다”며 “국회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윤 대통령은 ‘경제’를 10번, ‘위기’를 9번, ‘민생’과 ‘협력’을 5번씩 언급하며 민생 위기 극복을 위한 국회의 초당적 협력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여야 간 초당적 협력을 이루기 위해 의회를 존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진정한 자유민주주의는 바로 의회주의라는 신념을 갖고 있다. 국정운영의 중심이 의회이다”라며 “국정의 주요 사안에 관해 의원 여러분과 긴밀하게 논의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코로나19로 인해 피해를 본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보상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의 신속한 처리를 요청하는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코로나19로 인해 피해를 본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보상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의 신속한 처리를 요청하는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추경안 통과‧한덕수 인준 요청한 尹…한동훈까지?

윤 대통령이 시정 연설을 통해 ‘초당적 협력’을 요청한 표면적인 대상은 추경안 통과였으나, 정치권 일각에선 한덕수 국무총리 인준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라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 윤 대통령은 시정연설에 앞서 여야 지도부를 만나 한 후보자 국회 인준 협조를 요청했다. 사전환담에 참석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윤 대통령이 한 후보자를 당선 전부터 총리를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분이라며 꼭 처리에 협조해 달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윤 대통령이 한 후보자 인준을 요구하고 나선 데에는 “지금이 적기”라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인사청문회 헛발질과 잇따른 성비위 문제로 곤혹을 치르고 있는 만큼, 여론을 등에 업고 민주당 압박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극단적인 여소야대 국면을 의식해 ‘초당적 협력’을 구호로 내세우면서도, 민주당의 위기 국면을 틈타 쟁점 사안을 관철시키려는 포석으로 읽힌다는 것이다.

당장의 ‘협치’ 가늠자는 한동훈 법무부 후보자에 대한 임명 강행 여부다. 민주당 측에선 윤 대통령이 끝내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없이 한동훈 후보자 임명을 강행한다면 사실상 한덕수 후보자 임명 동의안 표결에 협조할 수 없다는 뜻을 내비쳐왔기 때문이다. 현재 윤 대통령은 국회에 한동훈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한 상태이며, 기한은 이날(16일)까지다. 여야가 이날 한동훈 후보자에 대한 청문경과보고서 채택 여부를 결정짓지 못하면 윤 대통령은 이르면 17일 한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코로나19 손실보상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 대해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코로나19 손실보상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 대해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대통령 호소에도 요원한 與野 협치

관건은 민주당 내에서도 한덕수 후보자 인준에 묘한 기류 변화를 보인다는 점이다. 이재명계 좌장 격으로 분류되는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지난 12일 SNS를 통해 박완주 의원의 성비위 파동과 관련해 “참담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고 언급하고는 “붙들고 늘어지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한덕수 후보자에 대한 조건 없는 인준 표결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초 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를 열어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 관련 논의를 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새 정부 출범 컨벤션 효과에 힘입어 여야 간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는 점도 변수다. 지난 13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10~12일, 전국 1000명 대상), 국민의힘 지지율은 4%포인트 오른 반면 민주당 지지율은 10%포인트 급락해 양당 간 격차는 14%포인트로 크게 벌어졌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고) 대선 후반전으로 평가되는 지방선거를 약 2주 앞두고 지지율 격차가 벌어지면서, 민주당이 민심을 의식해 자세를 낮출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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