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변 볼 때 피가 나온다면 [강재헌의 생생건강] 
  •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5.25 11:00
  • 호수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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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문 출혈이 4주 이상 지속되면 병원 진료 필요 

68세 여성이 한두 달 전부터 대변이 시원찮고 무른 증상이 나타나다가, 대변을 볼 때 검붉은 선지 같은 출혈이 보여 병원을 방문했다. 진찰 후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은 결과 대장암이 발견되었다. 

항문 출혈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대한대장항문학회가 항문 출혈로 전국 24개 병원을 방문한 10~89세 467명(평균 49세)을 조사했더니 항문 출혈의 원인 질환(복수 응답)은 치핵 67%, 치열 27%, 양성 항문·대장질환(염증성 장질환 포함) 6%, 대장암 또는 진행성 선종 5%, 치루 또는 항문 주위 농양 2% 순이었다.

항문 주변 혈관과 결합 조직이 덩어리를 이뤄 돌출하거나 출혈이 있는 치핵이나, 항문 피부나 점막이 찢어지는 치열, 또는 항문 내부와 항문 밖 피부 부위에 서로 통과하는 관이 생긴 치루가 항문 출혈의 원인 중 90%를 차지한다. 그렇지만 조기 진단과 치료가 필요한 대장암이나 진행성 선종도 5%나 되어 항문 출혈을 가볍게 보아서는 안 된다. 진행성 선종은 크기가 1cm 이상이거나 융모상 선종(암으로 잘 전환되는 용종의 일종), 혹은 고도 이형성(변이형)이나 암성 변화를 동반한 선종으로 좀 더 암 쪽으로 진행된 선종을 말한다.

대변을 본 후 화장지에 피가 묻어 나오거나, 대변 바깥쪽에 피가 보이거나, 변기 물이 붉게 변하면 항문 출혈을 의심해볼 수 있다. 어쩌다 한 번 소량의 출혈이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경우 대부분은 치료가 필요하지 않지만, 항문 출혈이 4주 이상 지속하거나 항문 주위에 통증이 있거나 덩어리가 만져지는 경우, 또는 이유 없이 체중이 줄고 유달리 피로감이 심하다면 반드시 진료를 받아봐야 한다. 특히 대변이 검은색 또는 검붉은색이거나, 출혈량이 많거나, 눈앞이 흐려지고 어지러운 쇼크 증상이 있거나, 피가 섞인 설사가 나온다면 즉시 응급실을 방문해야 한다.

40대 이후의 갑작스러운 치핵은 대장암 의심

20·30대 젊은 사람에게 항문 출혈이 발생한다면 치핵 등 항문질환인 경우가 대부분이겠지만, 40대 이후 중장년층에서 과거에 없었던 치핵이 갑자기 생기거나 변비·설사 및 평소와 다른 배변 습관의 변화, 혈변·점액변·잔변감·복통·복부팽만·체중감소·빈혈 등 증상이 발생한다면 대장암 여부 확인을 위해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한다. 치핵이 암으로 진행되지는 않지만, 대장암이 치핵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항문 출혈로 병·의원을 방문하면 의사는 문진을 통해 출혈 양상이나 성격을 확인하고 직장 수지 검사와 항문경 검사를 통해 직장 및 항문의 상태를 확인하게 된다. 그다음으로 필요할 경우 대장내시경 검사 등 정밀검사를 받게 된다. 

항문 출혈에 대한 치료는 원인 질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치핵을 비롯한 항문질환이 원인이라면 섬유질이 풍부한 식사와 온수 좌욕 등 보존치료를 하고, 심할 경우 외과적 치핵 절제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대장암이나 진행성 선종이 원인이라면 내시경 치료나 수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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