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찍고 봉하마을까지?…尹의 ‘서진정책’에 긴장하는 野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2.05.18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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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대통령 구애에 호남 민심 ‘꿈틀’…6‧1 지방선거 변수에 촉각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의원 전원이 18일 광주를 찾았다. 지난 21대 총선 당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펼쳐온 ‘호남동행’의 일환이자, 호남 민심 공략을 위한 ‘서진정책’의 연장선이다. 2주 앞으로 다가온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부여당이 적극적인 호남 구애 작전을 펼치고 있다.

정치권의 관심은 5일 뒤 열리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3주기 추도식으로 쏠린다. 윤 대통령이 광주에 이어 민주 진영의 정신적 구심점으로 통하는 경남 봉하마을에까지 방문한다면, 호남 민심에 적잖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어서다. 노 전 대통령 추도식을 계기로 지지층 총결집을 노리려던 더불어민주당으로선 긴장하는 속내가 읽힌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2주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 기념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2주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 기념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효과 ‘톡톡’ 서진정책…尹대통령 봉하마을까지 찾을까

윤 대통령은 이날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 기념사에서 “자유민주주의를 피로써 지켜낸 오월 정신은 바로 국민 통합의 주춧돌”이라며 “오월 정신을 확고히 지켜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의 요청으로 국민의힘 의원 100여 명이 기념행사에 함께 자리했으며, 보수정당으로선 처음으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5‧18민주묘지를 방문한 것은 이번이 4번째이다. 정치 입문을 선언한 직후 1번, 대선 후보 시절 2번 방문했다. 윤 대통령의 이 같은 ‘서진정책’은 호남 민심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의 호남 지역 득표율은 광주 12.72%, 전남 11.44%, 전북 14.42%였다. 목표치였던 20%에 미치진 못했으나, 보수정당 역사상 최고치였다.

국민의힘 일각에선 기세를 몰아 윤 대통령이 23일 열리는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에도 참석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이 진보 진영의 정신적 지주로 통하는 만큼, 지방선거 판도를 뒤흔들기 위해선 윤 대통령이 직접 얼굴을 비쳐야 한다는 주장이다.

윤 대통령도 앞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관련해 “진영과 이념을 뛰어넘은 정치적 결단과 고뇌에 깊이 공감한다”며 긍정적 평가를 해 온 만큼, 추도식 참석에 정치적 부담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대통령실의 공식적인 입장은 ‘불참’으로 가닥이 잡혔다. 추도식 이틀 전인 21일 한‧미정상회담이 예정돼 있어, 추도식에 참석할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42주년 기념식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42주년 기념식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고 있다. ⓒ 연합뉴스

與 광폭 호남 러브콜에 다급해진 野…표 단속 어떻게

더불어민주당의 속내는 복잡하다. 보수권 대통령의 호남 구애 전략을 마냥 독려하기도, 견제하기도 난감한 상황이라서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의원들의 광주 방문을 두고 “의미 있는 방문(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광주를 폄훼한 후보들의 사퇴부터 전제돼야 한다. 윤석열 정부가 진상 규명을 철저히 해 나갈 것을 기대한다(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며 뼈있는 말을 남겼다. 

특히 윤 대통령의 노 전 대통령 추도식 참석에 대해선 견제구를 날리는 분위기다. 김민식 민주당 선대위 공동총괄본부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봉하마을은 정치검찰의 패륜에 대한 고통의 시간을 겪었고 이제 극복하고 있다. 하루 이벤트로 끝내려하면 온 국민이 금방 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 등 지도부가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42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뒤 참배단에서 분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 등 지도부가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42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뒤 참배단에서 분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당초 민주당 내에선 추도식을 기점으로 막판 지지층 총결집을 시도해야 한다는 기류가 읽혔다. 퇴임 후 사저에서 머물고 있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공식 등판하는 시점이기도 해, 문 전 대통령이 사실상 지지층 결집에 결정적 역할을 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왔다. 이처럼 공을 들이는 행사에 윤 대통령이 참석한다면, 스포트라이트를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호남 민심이 출렁거리고 있다는 점도 민주당으로선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지난 13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 기준(10~12일 전국 1000명 대상 조사), 국민의힘의 호남지역 지지율은 전주 대비 5%포인트 올라 13%를 기록한 반면,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14%포인트 떨어진 63%였다. 여전히 민주당 지지율이 압도적 수준이긴 하지만, 정치권에선 변동폭이 크다는 점을 주목한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이 때문에 민주당은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을 필두로 호남 순회에 나서며 텃밭 표 단속에 나서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귀향 일주일째인 17일 문 전 대통령 페이스북에 올라온 사진 ⓒ 문재인 전 대통령 페이스북
문재인 전 대통령이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귀향 일주일째인 17일 문 전 대통령 페이스북에 올라온 사진 ⓒ 문재인 전 대통령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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