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의원 전원이 18일 광주를 찾았다. 지난 21대 총선 당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펼쳐온 ‘호남동행’의 일환이자, 호남 민심 공략을 위한 ‘서진정책’의 연장선이다. 2주 앞으로 다가온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부여당이 적극적인 호남 구애 작전을 펼치고 있다.
정치권의 관심은 5일 뒤 열리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3주기 추도식으로 쏠린다. 윤 대통령이 광주에 이어 민주 진영의 정신적 구심점으로 통하는 경남 봉하마을에까지 방문한다면, 호남 민심에 적잖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어서다. 노 전 대통령 추도식을 계기로 지지층 총결집을 노리려던 더불어민주당으로선 긴장하는 속내가 읽힌다.
효과 ‘톡톡’ 서진정책…尹대통령 봉하마을까지 찾을까
윤 대통령은 이날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 기념사에서 “자유민주주의를 피로써 지켜낸 오월 정신은 바로 국민 통합의 주춧돌”이라며 “오월 정신을 확고히 지켜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의 요청으로 국민의힘 의원 100여 명이 기념행사에 함께 자리했으며, 보수정당으로선 처음으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5‧18민주묘지를 방문한 것은 이번이 4번째이다. 정치 입문을 선언한 직후 1번, 대선 후보 시절 2번 방문했다. 윤 대통령의 이 같은 ‘서진정책’은 호남 민심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의 호남 지역 득표율은 광주 12.72%, 전남 11.44%, 전북 14.42%였다. 목표치였던 20%에 미치진 못했으나, 보수정당 역사상 최고치였다.
국민의힘 일각에선 기세를 몰아 윤 대통령이 23일 열리는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에도 참석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이 진보 진영의 정신적 지주로 통하는 만큼, 지방선거 판도를 뒤흔들기 위해선 윤 대통령이 직접 얼굴을 비쳐야 한다는 주장이다.
윤 대통령도 앞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관련해 “진영과 이념을 뛰어넘은 정치적 결단과 고뇌에 깊이 공감한다”며 긍정적 평가를 해 온 만큼, 추도식 참석에 정치적 부담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대통령실의 공식적인 입장은 ‘불참’으로 가닥이 잡혔다. 추도식 이틀 전인 21일 한‧미정상회담이 예정돼 있어, 추도식에 참석할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與 광폭 호남 러브콜에 다급해진 野…표 단속 어떻게
더불어민주당의 속내는 복잡하다. 보수권 대통령의 호남 구애 전략을 마냥 독려하기도, 견제하기도 난감한 상황이라서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의원들의 광주 방문을 두고 “의미 있는 방문(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광주를 폄훼한 후보들의 사퇴부터 전제돼야 한다. 윤석열 정부가 진상 규명을 철저히 해 나갈 것을 기대한다(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며 뼈있는 말을 남겼다.
특히 윤 대통령의 노 전 대통령 추도식 참석에 대해선 견제구를 날리는 분위기다. 김민식 민주당 선대위 공동총괄본부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봉하마을은 정치검찰의 패륜에 대한 고통의 시간을 겪었고 이제 극복하고 있다. 하루 이벤트로 끝내려하면 온 국민이 금방 안다”고 말했다.
당초 민주당 내에선 추도식을 기점으로 막판 지지층 총결집을 시도해야 한다는 기류가 읽혔다. 퇴임 후 사저에서 머물고 있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공식 등판하는 시점이기도 해, 문 전 대통령이 사실상 지지층 결집에 결정적 역할을 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왔다. 이처럼 공을 들이는 행사에 윤 대통령이 참석한다면, 스포트라이트를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호남 민심이 출렁거리고 있다는 점도 민주당으로선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지난 13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 기준(10~12일 전국 1000명 대상 조사), 국민의힘의 호남지역 지지율은 전주 대비 5%포인트 올라 13%를 기록한 반면,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14%포인트 떨어진 63%였다. 여전히 민주당 지지율이 압도적 수준이긴 하지만, 정치권에선 변동폭이 크다는 점을 주목한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이 때문에 민주당은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을 필두로 호남 순회에 나서며 텃밭 표 단속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