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횡령 사건 일파만파…점차 확대되는 금감원의 감시망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22.05.18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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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증권사에 대우일렉트로닉스 채권단까지 살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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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에서 벌어진 600억원대 횡령 사건의 여파가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검사 보폭을 넓혀나고 있기 때문이다.

18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금감원은 우리은행 본점 기업개선부 소속 차장급 직원 A씨가 50억원을 추가로 횡령한 정황을 최근 수시검사 과정에서 확인하고 검찰에 통보했다. 이로써 A씨의 전체 횡령 규모는 660억원대로 늘어나게 됐다. 그는 앞서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에 참여했던 이란 가전업체 엔텍합에 돌려줘야 할 계약보증금 614억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았다.

A씨가 추가로 횡령한 자금은 2012년 대우일렉트로닉스 채권단이 인천 공장 부지 매각과 관련해 받은 계약금이다. 계약무산으로 몰수되면서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이 해당 계약금을 관리해왔다. A씨는 이 자금을 부동산신탁회사에 맡긴 뒤 채권단의 요청으로 회수하는 것처럼 문서를 위조해 인출한 것으로 파악된다.

금감원은 이번 사건 발생 직후부터 금융권 전반에 대한 진단 및 점검에 착수했다. 시작은 지난 2일,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 하나은행, 농협은행 등 모든 시중은행의 내부통제 실태에 대한 긴급 점검을 주문한 것이다. 우리은행에서 횡령 사건이 벌어진 기업구조조정과 인수합병(M&A) 자금 관리 등에 대한 실태 조사 차원이었다.

여기에 최근 우리은행 직원의 추가 횡령이 신탁 계정에서 발생한 사실이 확인되자 금감원은 점검 범위를 넓혔다. 국내 모든 증권사들에 신탁재산 관련 실태 조사 지시를 내린 것이다. 횡령 사건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신탁재산이 실재하는지, 내부통제 시스템은 정상 작동하는지를 확인하라는 취지다.

우리은행에 대한 조사도 확대하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 13일까지이던 검사 기간을 이달 27일까지 연장하고 추가 문서 위조와 횡령 의심 사례 등에 대한 검사를 진행 중이다. 금감원의 조사망은 우리은행에만 한정되지 않을 전망이다.

금감원은 10년에 걸쳐 벌어진 대규모 횡령을 대우일렉트로닉스 채권단 소속 금융기관들이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점에 의문을 품고 채권단 간 자금관리약정도 들여다보고 있다. 채권단에는 우리은행을 비롯해 캠코, 옛 외환은행과 조흥은행, 서울보증보험, 농협 등 금융기관 30여 곳이 포함돼 있다.

주채권은행은 채권 금융기관들과 약정을 체결해 자금을 관리하는데, 자산을 운용·집행할 때는 반드시 채권단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금감원은 A씨가 수년에 걸쳐 600억원이 넘는 거액을 횡령하는 동안 누구도 계좌를 점검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채권단 약정에 허점이 있었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살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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