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정당 출신 대통령으론 첫 ‘5·18 민주의 문’ 넘은 尹
  • 정성환·조현중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2.05.18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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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42주년 이모저모]
번번이 ‘반쪽 참배’ 尹대통령, 유가족단체와 ‘민주의 문’ 입장
尹에 견제구 날린 野…“42년 전 신군부 대신 신검부(新檢部) 등장 우려” 
친정 눈밖에 난 무소속 양향자 의원, ‘외톨이 신세’?…시종 나 홀로 이동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2주년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민주의 문’에서 5·18민주화운동유족회장 등 유가족 단체와 함께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2주년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민주의 문’에서 5·18민주화운동유족회장 등 유가족 단체와 함께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2주년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입장하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2주년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입장하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보수 진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광주 국립5·18민주묘지 ‘민주의 문’을 넘었다. 기념식장으로 가는 통문(通門)격인 민주의 문에서 5·18민주화운동유족회장 등 유가족 단체와 함께 입장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 50분께 민주묘지에 도착, '민주의 문'을 통과해 추모탑 앞 제42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장에 입장했다. 5·18 기념식 당일 ‘민주의 문’을 통과한 것은 보수 정당 출신 현직 대통령 중 처음이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경호 등의 이유로 차량을 통해 기념식장에 바로 입장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7년 제37주년 기념식 당시 ‘민주의 문’을 통과했다. ‘민주의 문’은 5·18 희생자들이 한데 묻힌 민주묘지의 정문으로, 3칸짜리 기와건물 대문이다. 

윤 대통령은 ‘민주의 문’ 안 접견실에서 방명록에 ‘오월의 정신이 우리 국민을 단결하게 하고 위기와 도전에서 우리를 지켜줄 것입니다’라고 썼다. 윤 대통령은 이어 민주광장과 추념문을 차례로 지나 추모탑 앞에서 진행된 기념식에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민주의 문’ 안 접견실에서 방명록에 ‘오월의 정신이 우리 국민을 단결하게 하고 위기와 도전에서 우리를 지켜줄 것입니다’라고 썼다.ⓒ시사저널 정성환
윤 대통령은 ‘민주의 문’ 안 접견실에서 방명록에 ‘오월의 정신이 우리 국민을 단결하게 하고 위기와 도전에서 우리를 지켜줄 것입니다’라고 썼다.ⓒ시사저널 조현중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해 3월 정치참여 선언 이후로 세 차례 민주 묘지를 참배한 바 있다. 첫 번째로 제헌절인 지난해 7월 17일 민주묘지를 방문, 헌화분향한 뒤 묘역 참배까지 했다. 그러나 이후 민주묘지를 2차례 더 찾았지만 모두 ‘반쪽 참배’에 그쳤다. 5월 어머니회 등의 반발에 막혀 공식 헌화·분향 장소인 추모탑 50m 앞에서 퇴각해야 만 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공식 선출된 직후인 11월 10일 민주묘지를 찾았으나 5·18단체와 광주시민의 거센 반발 속에서 헌화·분향은 하지 못한 채 묵념과 사과문 낭독만 한 뒤발걸음을 돌렸다. 대선 막바지인 지난 2월 6일에도 5·18 묘지를 재방문했으나 역시 5월 어머니회의 침묵시위에 막혀 추모탑 앞까지 나아가지 못했다. 

그해 10월 19일 부산에서 한 ‘전두환 발언’ 논란이 불거진 것과 무관치 않다. 윤 대통령은 당시 “전두환 전 대통령이 잘못한 부분이 있지만,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 호남에서도 그렇게 말하는 분들이 꽤 있다”고 언급했다. 

2월 6일, 오월어머니회 소속 유족 10여명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50m가량 떨어진 위치에서 ‘눈물쇼 무릎쇼 마라쇼’, ‘학살자 찬양 가짜 사과, 전두환과 다를 게 없다’, ‘5·18 기만 이미지 세탁쇼’, ‘오월 영령 앞에 설 자격 없다’ 등 문구를 쓴 피켓을 들고 마스크를 쓴 채 침묵시위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2월 6일, 오월어머니회 소속 유족 10여명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50m가량 떨어진 위치에서 ‘눈물쇼 무릎쇼 마라쇼’, ‘학살자 찬양 가짜 사과, 전두환과 다를 게 없다’, ‘5·18 기만 이미지 세탁쇼’, ‘오월 영령 앞에 설 자격 없다’ 등 문구를 쓴 피켓을 들고 마스크를 쓴 채 침묵시위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윤 대통령은 이날 유족 등 옆좌석 참석자들과 손을 맞잡고 아래 위로 크게 흔들며 ‘님을 향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윤호중 공동 비상대책위원장 등 여야 정치인들도 함께했다.

윤 대통령은 기념식을 마친 뒤 묘지를 찬찬히 둘러보며 참배했다. 윤 대통령은 입장 때와는 달리 기념식이 끝난 뒤 11시 30분께 민주의 문 오른쪽 관리사무소 쪽에 대기 중이던 전용차량에 승차해 빠져 나갔다. 

윤 대통령은 이날 검은 정장에 검은 넥타이를 맸으며 다른 참석자들과 마찬가지로 ‘오월을 드립니다’라는 글귀가 적힌 흰색 마스크를 착용했다. 윤 대통령은 앞서 이날 서울역에서 ‘광주행 KTX 특별열차’에 국민의힘 의원들과 함께 탑승해 광주로 향했다. 김건희 여사는 이날 일정에 동행하지 않았다.

 

尹에 견제구 날린 野…“42년전 신군부 대신 신검부 등장 우려” 

-윤호중 “5·18 정신 헌법전문 추가, 기념사에 포함되지 않아 유감”

더불어민주당은 18일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사에서 ‘5월 정신’을 강조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42년 전 신군부를 대신해 신검부(新檢部)가 등장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광주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42주년 기념식 후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하고 “광주 시민들이 지켜온 민주주의의 꽃을 더욱 피우기 위해 신검부의 등장을 경계하며 야당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 1기 내각과 대통령실 곳곳에 검찰 출신 인사가 대거 포진된 것을 겨냥한 것이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18일 오전, 광주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42주년 기념식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은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 ⓒ시사저널 정성환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18일 오전, 광주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42주년 기념식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은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 ⓒ시사저널 정성환

윤 위원장은 “오늘 여야가 함께 기념식에 참석해 5·18 정신을 계승하겠다고 한 것은 의미가 있다”면서도 “아직 5·18의 진실은 다 밝혀지지 않았고 진정한 사과와 반성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5·18 정신을 진정으로 계승하기 위해 그 문구를 헌법 전문에 추가하는 것을 희망한다”며 “윤 대통령은 오늘 기념사에서 관련 발언을 검토했던 것으로 아는데 포함되지 않아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은 “윤 대통령이 5·18 정신을 계승하겠다고 했는데 말 뿐만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며 “5·18 정신을 왜곡한 국민의힘 김진태 강원지사 후보의 사퇴가 첫 번째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친정 눈밖에 난 무소속 양향자 의원, ‘외톨이 신세됐나’?…시종 나홀로 이동 

광주출신 무소속 양향자 의원은 5·18기념식에서 동료 의원 없이 시종 나홀로 움직여 외톨이 신세가 된 분위기였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기념식장 입장이나 퇴장 시 단체로 이동했으나 양 의원은 보좌관만 대동하고 이동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동료 의원들로부터도 별다른 눈길도 받지 못해 고립된 모습이었다. 반면에 그와 대척점에 섰던 민형배 의원은 동료의원과 시민들로부터 환대(?)를 받아 대조적이었다. 심지어 양 의원은 민주의 문 안내소 측에 ‘안에 화장실이 있냐’고 물었다가 한 시민으로부터 “국회의원이 화장실도 모르고 다니냐”며 야유를 받기도 했다.

5·18민주화운동 42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국립5·18민주묘지 ‘민주의 문’을 들어서는 무소속 양향자 의원 ⓒ시사저널 정성환
5·18민주화운동 42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국립5·18민주묘지 ‘민주의 문’을 들어서는 무소속 양향자 의원 ⓒ시사저널 정성환
더불어민주당 윤호중·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 등 당 소속 의원들이 기념식이 끝난 후 이동하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더불어민주당 윤호중·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 등 당 소속 의원들이 기념식이 끝난 후 이동하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양 의원은 ‘삼성 최초 여상 출신 임원’으로 고졸 신화의 상징같은 인물이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의 영입인재로 2016년 1월 민주당에 입당해 최고위원을 역임하는 등 당내 중진으로 분류되는 등 무게감 있는 인물이다. 이른바 ‘고졸·여성·호남 출신’으로 대변되는 차별의 아이콘이다.   

그러나 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추진 과정에서 친정에 반기를 들어 눈 밖에 났다. 민주당 출신인 양 의원은 ‘검수완박’ 관련 법안을 심사하는 국제법제사법위원회 소속으로 민주당이 법안 처리를 강행하는 중요한 인물이었다.

민주당은 앞서 이른바 '검수완박'이라 불리는 검찰 수사권 분리 법안을 논의하는 국회 법사위 안건조정위에 무소속 의원을 포함하기 위해 탈당한 양 의원을 법사위로 사보임 했다. 그러나 양 의원이 법안에 반대하고 나서자 법사위 소속 민주당 강경파 민형배 의원이 무소속으로 안건조정위에 참여하고자 탈당했다. 

양 의원은 이 과정에서 “민주당 강경파 모 의원은 특히나 검수완박 안 하면 죽는다고 했다. 다른 분한테서는 ‘검수완박을 처리하지 않으면 문재인 청와대 사람 20명이 감옥갈 수 있다’는 말도 들었다”고 폭로했다.


“정권 바뀌었다고 차별하나”…기념식장 곳곳에서 실랑이

5·18 기념식장 주변에선 작은 실랑이가 벌어졌다. 경찰 측은 행사 시작 전 기념식장 주변에 삼엄한 경비를 이어가면서다. 

초청장을 받지 못한 일부 인사는 행사장에 입장시켜달라며 진입을 시도해 경찰 경호요원들이 제지하는 등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이 목격됐다.

5·18민주화운동 42주년 기념식장 주변에선 작은 실랑이가 벌어졌다. 초청장을 받지 못한 일부 인사는 행사장에 입장시켜달라며 진입을 시도해 경찰 경호요원들이 제지하는 등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이 목격됐다. ⓒ시사저널 조현중
5·18민주화운동 42주년 기념식장 주변에선 작은 실랑이가 벌어졌다. 초청장을 받지 못한 일부 인사는 행사장에 입장시켜달라며 진입을 시도해 경찰 경호요원들이 제지하는 등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이 목격됐다. ⓒ시사저널 조현중

한 진보 성향 유투버는 “경찰은 시민 편의는 아랑곳 하지 않고 오직 윤석열 대통령 경호에만 신경 쓴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유투버는 출입구역 제한을 지켜달라는 경찰의 요구에 “정권 바뀌었다고 차별하나”며 거세게 항의했다. 주로 진보성향 유투버와 경찰 측이 충돌하면서 정권 교체를 실감케 한다는 한숨소리도 터져나왔다. 

이날 기념식장 주변에는 경찰기동대 50개 중대 3500명 등 약 4000명의 경찰이 배치됐다.

 

다시 돌아온 ‘오월 주먹밥’…“대동정신 구현”

1980년 5월 광주의 대동정신을 상징하는 ‘5·18 주먹밥 나눔 행사’가 열려 눈길을 끌었다. ‘오월 주먹밥’은 민주화 운동 당시 고립된 광주에서 하나로 똘똘 뭉쳐 서로를 돕고 지켰던 시민공동체의 상징이다.

주먹밥은 1980년 5월 광주 대표 전통시장인 양동시장 상인과 동네 부녀자들이 만들어 시민군들에게 나눠주던 음식이다. 

1980년 5월 광주의 대동정신을 상징하는 ‘5·18 주먹밥 나눔 행사’가 열려 눈길을 끌었다. 이날 주먹밥 행사장에는 70m 가량 길게 늘어 선 줄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시사저널 정성환
1980년 5월 광주의 대동정신을 상징하는 ‘5·18 주먹밥 나눔 행사’가 열려 눈길을 끌었다. 이날 주먹밥 행사장에는 70m 가량 길게 늘어 선 줄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시사저널 정성환

42년이 흘러 잰 손놀림으로 주먹밥을 만들었던 130여명의 노점상 대부분은 나이 들어 시장을 떠나거나 눈을 감았다. 뒤를 이어 오월어머니회와 적십자봉사단체가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행사를 주최한 5·18민주화운동 부상자회와 대한적십자사광주전남지사(주관) 회원들은 1800여 개의 주먹밥을 나누며 80년 오월의 대동정신을 구현했다. 김밥은 밥차 솥에 쌀 17가마(40kg)를 찐 밥에 162kg, 홍어 75kg, 햄, 당근, 참기름 등을 넣어 김으로 말았다.

이날 주먹밥 행사장에는 70m 가량 길게 늘어 선 줄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시민들은 종이컵에 담긴 주먹밥을 먹으며 주먹밥의 의미를 되새겼다. 

구덕임 적십자사 솔잎봉사회 회장은 “15년째 해오던 주먹밥 나눔을 코로나19로 인해 3년 쉬었는데 재개해 뿌듯하다”며 “시민들에게 주먹밥을 나눠주며 오월 광주의 의미를 전달하고 당시를 떠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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