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의 딜레마…北은 도와야겠고, 인민들 분위기는 심상찮고…
  • 모종혁 중국 통신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5.22 12:00
  • 호수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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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북한 ‘코로나 지원’ 요구에 딜레마
강력한 봉쇄정책에 불만 쌓인 국민들 반발 가능성도

5월15일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뜬 한 편의 동영상이 중국 네티즌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동영상은 홍콩 피닉스TV 기자가 “북한 조선중앙TV가 제작했다”고 밝힌 코로나19 예방에 관한 2분30초 분량이다. 동영상 내용을 보면, 북한 방역 당국은 코로나19 증상이 보이면 반드시 치료받을 것을 강조했다. 하지만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감염환자 대다수의 증상이 경미하기에, 재택치료나 외래진료를 받으면 된다고 안내했다. 또한 마스크의 정확한 착용, 올바른 손 씻기 방법, 사회적 거리 두기 유의사항 등을 자세히 소개했다.

중국 네티즌들은 예상 외로 수준 높은 북한의 동영상에 대해 놀라는 분위기였다. 이날은 5월12일 북한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있다는 소식이 보도된 지 4일째였다. 13일 중국의 주요 포털사이트는 ‘북한의 코로나19 상황이 엄중하다’는 이름으로 주제판까지 만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폐쇄국가’ 북한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북한 당국이 강력한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일관하는 중국과 달리 비교적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동영상을 선보여 이목을 끈 것이다.

5월18일 현재 중국 SNS에는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하는 북한의 소식을 전하는 포스트가 계속 올라오고 있다. 대부분은 국제기구와 한국 및 외국 언론 중문판의 보도다. 하지만 북한과 접경하는 중국 도시에서 전하는 글도 간간이 보인다. 특히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 신의주 맞은편에 있는 단둥 시민들의 포스트가 눈길을 끌었다. 한 주민은 북한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되고 봉쇄령이 내려진 후 “중국으로 건너오는 북한의 차량과 배가 뚝 끊겼다”고 전했다. 또한 “신의주 압록강변에서도 사람의 자취를 볼 수 없다”고 밝혔다.

5월10일 중국 상하이에서 한 주민이 아이와 함께 철제 바리케이드 사이로 밖을 내다보고 있다. 중국 당국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이유로 상하이를 6주째 봉쇄하고 있다.ⓒREUTERS 연합

북한은 대형 수송기 3대를 중국에 왜 보냈나

이렇게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북한의 위기 상황이 고조되자, 중국 당국은 진작부터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기 시작했다. 5월13일 외교부 정례 브리핑에서 자오리젠 대변인은 “북한의 코로나19 발생에 대해 우리는 고도로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자오 대변인은 “중국과 북한은 산과 물이 맞닿아 있는 우호적인 이웃 나라”라며 “북한과의 방역 협력을 강화하고 요구를 받으면 지원과 도움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당국의 적극적인 협력 의사는 16일에도 이어졌다. 정례 브리핑에서 한 기자는 북한이 방역물자 지원을 요청했는지 질문했다.

이에 대해 자오 대변인은 “구체적인 정보로 파악하는 것이 없다”면서도 “중국과 북한은 위기 때 서로 돕는 훌륭한 전통이 있다”고 밝혔다. 자오 대변인의 언급은 빈말이 아니었다. 같은 날 북한 고려항공 항공기 3대가 랴오닝성 선양공항에 도착해 의약품을 싣고 돌아가는 모습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북한이 보낸 항공기는 다목적 대형 수송기인 러시아제 ‘IL-76’이었다. IL-76은 소련 시절인 1974년부터 양산됐는데, 북한은 1980년대와 1990년대에 3대를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개량형은 화물 중량이 60톤에 달한다.

한국도 소련에 빌려준 차관을 현물로 상환받는 불곰사업에서 IL-76 도입을 고려했었다. 이런 항공기 3대를 동시에 중국에 보내 의약품을 실어갈 만큼, 북한의 코로나19 확산 상황이 심각하다는 걸 방증한다. 게다가 중국의 대북 소식통은 “충분한 물량을 수송하지 못했기에 추가 운항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을 정도다. 이는 북한 내 봉쇄령과 함께 랴오닝성의 여러 도시도 코로나19 유행으로 봉쇄됐기에, 의료물자의 육로 운송이 어려운 현실이 작용했다. 따라서 북한은 신속히 많은 물자를 반입하기 위해 IL-76을 택한 것이다.

북한이 IL-76을 보낸 사실은 중국에도 한국 언론의 중문판을 통해 보도됐다. 이와 더불어 일부 중국 언론은 ‘북한에 대한 방역물자 원조를 진행하나’라는 제목으로 자오리젠 외교부 대변인의 답변을 다시 상기해 전했다. 관련 보도에 대한 중국인의 반응은 대체로 호의적이다. 한 네티즌은 “오랜 친구가 어려울 때 서로 돕는 것이 당연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일부 네티즌은 북한에 대한 인적 지원 가능성을 언급하며 우려를 표명했다. “북한의 의료시설이 열악하고 방역 능력이 떨어져 중국 의료진과 방역요원을 북한에 보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에 대한 직접적인 근거는 부족하다. 자오 대변인도 “북한 내 중국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킬 것”이라고 언급했을 뿐, 중국인을 귀국시키는 문제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반응했다. 그러나 일부 중국인이 주목하는 것은 자오 대변인이 추가로 언급한 내용이다. 자오 대변인은 “북한의 요구에 따라 지원과 도움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만약 북한이 중국에 의료진과 방역요원 파견을 요청할 경우 적극적으로 돕겠다는 말이었다. 이에 대해 일부 중국인이 미묘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최근 중국 상황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자국민 출국도 엄격히 제한하면서…”

5월16일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4월 소매판매는 지난해 동월 대비 11.1% 감소했다. 이는 3월의 -3.5%보다 3배나 악화된 수치다. 산업생산도 -2.9%로, 3월의 5% 증가에서 감소세로 돌아섰다. 3월말부터 시작된 상하이 봉쇄 충격이 통계로 드러난 것이다. 고용 상황도 나빠져 4월 도시 실업률은 6.1%를 기록했다. 이런 경제적 충격파는 6일부터 시작된 중국 당국의 여러 조치에 더해져 민심을 흔들었다. 중국에서 개최될 예정이던 국제 스포츠 행사의 연기 및 취소와 중국인의 출국 제한 방침이 그것이다.

5월6일 중국은 6월 청두와 9월 항저우에서 각각 열릴 예정이던 유니버시아드대회와 아시안게임을 내년으로 연기했다. 14일에는 2023년 아시안컵 개최권을 반납했다. 그 이유로 “현재 코로나19의 팬데믹 상황을 고려해서”라고 밝혔다. 또한 12일에는 공안부 산하 이민관리국이 “자국민의 불필요한 출국을 엄격히 제한하겠다”면서 “향후 출입국 관련 증서 발급도 규제하겠다”고 공지했다. 이런 일련의 조치는 누가 봐도 중국인과 외국인의 입출국을 막아 중국에서 제로 코로나 정책을 더욱 공고히 하려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해 5월12일부터 중국 SNS에서는 출처 불명의 소문이 확산됐다. ‘중국 전 지역에서 여권 수속 업무가 중단됐다’ ‘해외 거류증을 압수당했다’ ‘베이징이 사흘간 봉쇄된다’ 등 제로 코로나 정책과 연관된 내용이었다. 이처럼 자국민의 출국을 막고 도시 봉쇄를 강화하는 현실 속에서 중국 당국이 북한에 인적 지원을 할 경우 중국인들의 큰 반발을 살 수 있다. 실제로 청두의 한 언론인은 필자에게 “북한에 대한 인도적인 의약품 지원은 찬성하지만 의료진과 방역요원을 보내는 것에는 반대하는 이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청두는 유니버시아드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대대적인 투자를 하고 시민들에 대한 정기 핵산검사가 이뤄졌는데, 갑작스레 대회를 연기하니 주민들의 허탈감이 크다”고 말했다. 게다가 외신의 보도에 따르면, 최근 중국에서는 중앙정부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의문을 표시하는 지방 관리가 하나둘씩 생겨나고 있다. 또한 극단적인 도시 봉쇄에 질려 이민을 가려는 중국인이 늘고 있다. 따라서 자오리젠 대변인의 호언처럼 중국이 북한의 요구에 지원과 도움을 아낌없이 제공할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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