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와 이재명의 귀환이 불러올 ‘후폭풍’, 정치 지형 뒤흔든다
  • 구민주·이원석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2.05.20 10:00
  • 호수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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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유력 잠룡 등판으로 지방선거보다 판 커진 보궐선거
국민의힘·민주, 차기 당권 경쟁 둘러싼 치열한 쟁투 예고

안철수·이재명 두 거물급 정치인의 동시 출격으로 6·1 국회의원 보궐선거는 전국 지방선거보다 더욱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5월8일 두 후보가 나란히 출마를 선언한 후 선거에 대한 관심의 무게추는 이들이 택한 경기 분당갑과 인천 계양을로 기울었다. 큰 관심과 큰 힘에는 무거운 책임이 따르는 법. 이들은 자신의 당선만이 아닌, 수도권에서의 지방선거 승리를 견인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까지 안고 전장에 뛰어들었다. 현재 이들의 지역구가 속한 광역단체장(경기지사·인천시장) 모두 초접전 양상의 쉽지 않은 승부를 벌이고 있다. 이곳을 포함해 전반적인 수도권 성적표가 어떻게 매겨지느냐에 따라 향후 이들의 정치적 입지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두 후보는 대선 때 못지않은 수위로 서로를 공격하며 지지층 결집을 도모하고 있다. 출마 후 각 지역의 맞상대인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분당갑 후보, 윤형선 국민의힘 계양을 후보와 싸우기보다는, 서로를 향한 공세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다. 안철수 후보는 5월8일 출마선언 때부터 이재명 후보의 계양을 출마를 두고 “아무 연고도 없는 안전한 곳으로 도망가버린 배신행위”라고 맹공을 퍼부었고, 대장동 사건을 계속 꺼내들고 있다. 비교적 공세를 자제해온 이재명 후보 역시 안 후보를 향해 “10년째 새정치를 우려먹다가 구 정치 세력에 갖다 바친” 인물로 깎아내리는 등 점차 날을 세우고 있다. 특히 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직을 맡아 당 운명 전체를 책임지게 된 이 후보는 윤석열 정부에도 견제구를 날리며 대선에서 얻었던 절반의 지지층을 재결집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두 잠룡의 이 같은 신경전은 가까이는 국회 내에서의 주도권을, 멀게는 5년 후 대선을 염두에 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그만큼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두 후보의 정치적 공간은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낙선할 경우 둘 모두 정치 생명에 상당한 치명상을 입게 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각자 지역구에서 당선돼 원내 진입에 성공하더라도 ‘어떻게’ ‘얼마나’ 이겼는가에 따라 향후 당내 입지가 달라질 거란 지적도 있다. 두 후보 모두 각 당에선 비주류에 속한다. 합당으로 합류한 안 후보는 국민의힘 내 세력이 사실상 전무하다. 이 후보 역시 대선을 거치며 상당 부분 비주류색(色)을 지웠지만 여전히 당내 장악력을 키워야 할 ‘0선’ 정치인이다. 따라서 이들에겐 이번 선거가 첫 기회이자 중요한 분기점인 셈이다. 이번 보궐선거에서 상대 후보에게 큰 격차로 이기고, 경기지사·인천시장 등 지방선거에서도 ‘확실한’ 선전을 이룬다면 향후 당내 주도권 장악에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거란 분석이 나온다.

이들은 이미 5년 후를 내다본 싸움을 시작했다. 두 후보의 당선을 가정했을 때, 당장 이들 앞엔 굵직한 정치 타임라인이 연이어 예정돼 있다. 오는 8월(민주당)과 내년 6월경(국민의힘)으로 예정된 당대표 선거에서 주도권을 잡아 2024년 총선을 이끌고, 이를 발판 삼아 2027년 대선에서 당내 적수 없는 1인자로 발돋움해야 한다. 이 모든 여정의 첫 출발점이 바로 이번 보궐선거와 지방선거라는 해석이다.

ⓒ시사저널 박은숙

安 ‘앙숙’ 이준석과 주도권 다툼 예고…믿을 곳은 尹뿐

단일화로 윤석열 정부 탄생에 동참한 안철수 후보는 당초 대통령직인수위원장에 이어 총리 등 입각 가능성도 거론됐으나, 지난 3월말 일찌감치 이를 일축했다. 다만 당권 도전에 대해 “그동안 여러 가지 많은 일들이 생길 것이니, 그 부근에 가서 판단할 생각”이라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의 목표는 이미 명확하다. 5월16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앞으로의 정치적 목표에 대해 “국민의힘을 변화시키는 게 제가 할 다음 일”이라고 말했다. 당권 도전에 대한 구체적 대답은 피하고 있으나 ‘정당을 변화시킨다’는 과제를 밝힘으로써 사실상 간접적으로 당권 도전 의사를 밝히고 있다는 해석이다. 물론 그 끝엔 5년 뒤 대선이 서있다. 입각보다는 당대표가 돼 당내 영향력과 정치력을 키우는 게 다음 대선 여당 후보로 나서기에 훨씬 효율적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란 시각이다. 이를 위한 원내 입성은 안 후보에게 최상의 시나리오인 셈이다.

그러나 안 후보가 이번에 당선된다 하더라도 장애물은 여럿 남아있다. 우선은 이준석 대표와의 관계다. 정치권에서 두 사람의 관계는 ‘앙숙’으로 여겨진다. 지금은 당의 필요에 따라 안 후보의 보선 출마를 밀어주는 모양새지만, 이 대표는 안 후보를 겨냥해 “(분당갑 출마를) 험지 출마라 보기 어렵다” “당권 경쟁하려면 적극적으로 당내 활동을 해야 한다” 등 견제성 발언을 계속 날리고 있다. 현재 권력으로서 당내 기반과 지지를 쥐고 있는 이 대표와의 관계 설정이 잘못되면 안 후보에게 꽤나 괴로운 동거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이 대표 역시도 잠재적 차기 대권주자라는 점은 안 후보에게 상당한 긴장감을 심어줄 부분이다.

아울러 5년 뒤 대선에서의 당내 기반을 위해 당권에 도전한다 해도, 역설적으로 지금 당장 당내 기반이 없으면 당권을 쥐기가 만만치 않다는 점도 과제다. 이에 대해 안 후보가 현재 믿을 수 있는 건 ‘윤심(尹心)’으로 보인다. 취재에 따르면 이번 안 후보의 보선 출마엔 윤 대통령 측의 적극적인 지지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인수위 초반 윤 대통령 측과 안 후보 측이 내각 인선 등을 놓고 파열음이 있었으나 당권 등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지 않았겠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른바 ‘윤핵관’들이 안 후보의 기반이 돼준다면 ‘비주류’인 안 후보도 견고하게 당내 입지를 다질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윤 대통령과 안 후보가 선거 과정, 인수위 기간에도 여러 번 틀어졌던 만큼 상수가 아니라 변수다. 분명한 건 여당이 된 국민의힘 내 차기 권력 다툼 형세는 훨씬 더 갈라지고,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시사저널 박은숙
ⓒ시사저널 박은숙

李 강력한 팬덤은 무기…친문과의 갈등 극복은 과제

이재명 후보의 경우 대선 패배 62일 만의 출마가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가에선 크게 두 가지 이유가 거론된다. 이른바 사법 리스크로부터 보호받기 위함이라는 것과 더 늦기 전에 당권을 잡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전자의 경우 이 후보를 향한 여당의 주요한 공격거리이기도 하다. 국민의힘은 이 후보의 출마를 두고 연일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누리기 위해 스스로 방탄조끼를 입은 것”이라고 쏘아붙이고 있다. 이에 이 후보는 “빈총으로 사람을 위협하는 것”이라며 결백함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 후보의 연루 여부를 떠나 윤석열 정부 출범과 동시에 성남시청·성남FC 압수수색 등 이 후보의 의혹과 관련한 검경의 수사 압박이 이어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민주당 내부에서도 현 정부의 ‘이재명 흠집내기’가 지속될 상황에서 이 후보가 원내에 들어와 입지를 다져놓을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재명계로 분류되는 한 민주당 관계자는 “정부·여당에선 차기 견제 대상 1순위인 이 후보를 향한 공세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 후보가 꺾이면 당장 민주당으로서도 대안이 없기 때문에 타격이 큰 상황”이라며 “이 후보가 야인으로 머물고 있으면 우리 당도 지켜줄 방도가 마땅치 않기 때문에 이번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후보 개인에게나 당에나 맞는 선택이었다”고 전했다.

0.73%포인트 차 대선 석패 이후 지지 열기가 지속되고 있을 때 당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는 점도 이 후보 복귀를 앞당긴 이유로 꼽힌다. 불리한 분위기에서 지방선거를 치러야 하는 민주당으로서도 47.83%의 대선 득표율을 보인 이 후보가 필요했지만, 이 후보 역시 향후 정치 행보를 위해 이번 보궐선거는 놓치기 아까운 기회였다. 8월 선출되는 당대표는 2024년 총선에서 공천권이라는 거대한 권력을 쥐게 된다. 윤석열 정부 3년 차에 치러지는 총선에서 선방해 정치적 입지를 다진다면 차기 대선으로 무난히 직행할 가능성이 열리게 된다.

다만 이 후보의 보궐선거 출마설이 제기되던 초기부터 민주당 안팎에서 가장 많이 나온 얘기는 “원내 당대표가 갖는 권력과 원외 당대표가 갖는 권력은 확연히 다르다”는 것이었다. 비주류인 이 후보가 당내 확실한 주류가 되기 위해선 8월 당권을 잡는 것이 필수인데, ‘원내’ 당대표여야 이 후보를 중심으로 구심력이 더욱 크게 작용할 것이란 얘기다. 총선 전 이 후보가 원내에 진입할 수 있는 기회는 이번 보궐선거가 사실상 마지막이다.

관건은 이 후보가 당내 출혈 없이 통합의 리더가 될 수 있을지다. 이번 대선을 거치며 계파색이 다소 흐려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당내 비(非)이재명 성향의 친문 의원이 적지 않다. 여기에 권칠승·이인영·전해철·황희 등 문재인 정부 임기 마지막을 함께한 친문 내각 인사들이 국회로 돌아온다. 이들 중에서 차기 당대표에 출마해 이 후보와 맞붙을 가능성도 농후하다. 이 경우 어게인 친문-친명 대결 구도가 첨예하게 펼쳐질 거라는 관측이다. 현재로선 이 후보의 승산이 높다는 전망이 많다. 지난 대선을 거치며 세를 불려놓았으며 소위 ‘개딸’이라 불리는 20~40대 여성을 중심으로 당내 누구보다 강력한 팬덤이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크게 패할 경우, 총괄선대위원장인 이 후보의 책임론이 당대표 선거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이 경우 잠시 묵혀둔 대선 패배 책임론을 놓고 계파 간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등장할 가능성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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