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이재명, 나 이길 자신 없어 달아나” [보궐선거 동행 르포]
  • 이원석 기자 (lws@sisajournal.com)
  • 승인 2022.05.21 10:00
  • 호수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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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 분당갑 안철수 국민의힘 후보 동행 인터뷰]
安 “당선되면 여당 3선·공동정부 한 축… 최선 다하겠다”
안철수 국민의힘 성남 분당갑 국회의원 보선 후보가 지난 5월15일 김은혜 국민의힘 경기지사 후보와 함께 거리에서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안철수 국민의힘 성남 분당갑 국회의원 보선 후보가 지난 5월15일 김은혜 국민의힘 경기지사 후보와 함께 거리에서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5월15일 오후 성남 분당 야탑동에 위치한 한 샌드위치 가게 앞이 30~40명의 사람으로 붐볐다. 오는 6월1일 지방선거에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하는 김은혜 경기지사 후보와 신상진 성남시장 후보가 지지자 및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를 알리는 소리에 인파의 시선은 도로 쪽 횡단보도로 쏠렸다. 맞은편에서 같은 당 붉은색 점퍼를 입은 한 인물이 걸어왔다. 지방선거와 같은 날 치러지는 국회의원 보궐선거 성남 분당갑 후보로 출마한 안철수 후보였다. 본래 정치 시작부터 서울 노원구를 정치적 근거지로 삼았던 안 후보는 5월8일 분당갑으로 지역구를 옮겨 출마하겠다고 전격 선언한 바 있다. 김은혜·신상진 후보는 “안 후보님 잘 오셨다”며 “이제 우리가 완성이 된 것 같다”며 안 후보를 반갑게 맞았다.

세 사람은 샌드위치 가게에서 20분가량 비공개로 점심식사를 함께 했다. 나와서는 ‘안심해 트리오(‘안’철수+‘신’상진+김은‘혜’)’의 결성을 알렸다. 손을 맞잡은 세 사람은 “도민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경기도를 만들기 위해 수시로 소통할 것을 약속했다. 이제 시작”이라며 “힘 있는 집권여당 후보만이 분당·판교의 발전, 성남의 발전, 그리고 경기도의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분당은 2012년 안랩이 둥지 튼 곳…재도약시킬 것”

세 사람의 ‘원팀’ 선언은 국민의힘 입장에선 매우 고무되는 장면이다. 이번 선거는 여당이 된 국민의힘 입장에선 국정 동력 확보를 위해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과제로 꼽힌다. 특히 경기도는 ‘대선 2라운드’로 불릴 정도로 이번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다. 전국에서 얼마나 많은 지역에서 승리를 가져왔는지도 관심사지만, 경기도를 쥐는 쪽이 진정한 승자나 다름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안 후보가 여러 선택지 중에서 분당갑을 지역구로 택한 것도 경기도 선거 지원이라는 이유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는 이날도 신상진 후보 개소식뿐 아니라 구혁모 화성시장 후보 개소식에도 참석하며 자신의 지역구를 넘어 경기도 선거까지 적극 지원사격하는 모습을 보였다.

안 후보는 5월16일 유세 일정 중 시간을 내 가진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도 분당갑 출마 결심 계기에 대해 “지방선거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제가 (인수위원장으로서) 그린 새 정부의 청사진이 실행되고 개혁을 할 수 있는 동력이 생긴다. 그래서 특히 중요한 경기도 지역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돼야겠다는 생각으로 출마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안 후보는 안심해 트리오의 ‘연결고리’를 자처했다. 안 후보는 “신 후보는 제 서울대 의대 선배다. 원래 잘 알고 관계가 좋다. 김 후보는 인수위에서 같이 일했다. 그 중간의 연결고리가 저”라며 “여기 분당갑 현안 해결을 위해 성남시장과 경기지사의 관계는 매우 중요하다. 트리오의 시너지가 잘 날 것”이라고 자신했다.

안 후보는 인터뷰, 간담회 등 일정 사이에 틈날 때마다 아파트 단지와 상가, 거리를 다니며 주민들에게 인사했다. 주민들은 먼저 다가와 그와 사진 촬영을 청하기도 하고, 차 안에서 손을 흔들기도 했다. 안 후보는 “분당 주민들이 (제가) 온 첫날부터 굉장히 따뜻하게 환영해 주셨다. 우리 동네 사람이라고 여겨주시는 것 같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분당은 안 후보가 설립한 회사 ‘안랩’이 지난 2012년(완공)부터 둥지를 틀고 있는 곳이다. 안 후보 설명에 따르면 그는 2005년 CEO에서 물러났지만, 이후 이사회 의장 등을 맡으면서 안랩이 분당에 자리 잡는 과정 전반에 관여했다.

안 후보는 “이 지역에 제가 안랩을 세워서 한국의 실리콘밸리가 되는 데 저 나름대로 관여를 했다. 10년이 지나 다시 이곳에 돌아온 것인데, 또 한 번 분당을 재도약할 수 있게 만드는 게 제 역할인 것 같다”며 “특히 제가 인수위원장을 하면서 국정 운영의 큰 그림을 그리는 동시에 이 정부를 이끌 주요 모든 인사들과 인맥을 다 형성했다. 어떤 사업이든 제가 이야기해서 관철시킬 수 있는 힘이 생긴 거다. 그런 의미에서 저만큼 분당갑 발전을 위한 적임자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5월18일 오전 성남 분당 서현동 도로에서 출근하는 시민들에게 인사하는 안철수 후보 ⓒ시사저널 박은숙
지난 5월18일 오전 성남 분당 서현동 도로에서 출근하는 시민들에게 인사하는 안철수 후보 ⓒ시사저널 박은숙

이재명 겨냥해 대장동 문제 적극적으로 거론

안 후보는 분당갑 내에 위치한 대장동 원주민·입주민들을 적극 만나고 있다. 대장동 문제는 개발 과정에 관여한 특정 인물, 집단이 불법적이고도 과도한 이익을 취한 사실이 드러난 사건으로 전직 경기지사인 이재명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선 후보의 시장 때 일어난 일이어서 크게 논란이 된 바 있다. 5월13일 원주민들과 만난 안 후보는 “제 인맥 역량을 총동원해서 (대장동 문제를) 제대로 바로잡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5월16일엔 현 입주민들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이러한 행보엔 성남시장·경기지사를 지낸 이재명 후보를 견제하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안 후보는 출마선언 때부터 이 후보를 영화 《배트맨》의 악당 ‘조커’로, 성남을 영화의 배경 ‘고담시’로 비유하며 관심을 끈 바 있다. 안 후보는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도 이 후보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이 후보가 여기(분당갑)에서 출마하길 바랐다. 당연히 연고가 있는 곳에 나와야 하는 것 아닌가. 대장동 문제에 대해 본인이 결백하다며 ‘국민의힘 게이트’라고도 얘기했으니 여기에서 국민에게, 시민들에게 평가를 받았으면 됐다”며 “그런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저렇게 달아나 버렸다. 당선만 된다고 다가 아니지 않나. 누가 저 사람을 다음 대통령감이라고 생각하겠나”라고 꼬집었다. 이어 ‘분당에 출마하지 않은 이유가 따로 있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저한테 이길 자신이 없었을 거다. 제가 아니고 다른 사람이었다면 나왔을 것”이라며 “또 대장동 문제에 대해서 본인이 떳떳하지 못했던 것 아닌가 싶다. 의혹을 해소시킬 어떤 결정적 증거 같은 것도 내놓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사실 정치권에선 안 후보의 보선 출마도 출마지만 당권 도전, 다음 5년 뒤 대선 출마 등에 더 관심을 기울인다. 그러나 안 후보는 이후 목표를 묻는 질문에 “머리 들면 진다고 하지 않았나. 지금 제 머릿속엔 이번 보선에 최선을 다해 당선되는 것 외엔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마지막 각오로 “제가 이번에 당선이 되면 여당 3선 의원이다. 거기다 공동정부의 한 축이다. 이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예전 초선 때와는 비교가 안 되게 컸다”며 “정말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최선을 다해 분당갑 주민들에게 확신을 심어드리기 위해 한 분이라도 더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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