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X(브랜드 경험·고객경험·디지털 고객경험)가 기업 생존의 핵심 키워드”
  • 이석 기자 (ls@sisajournal.com)
  • 승인 2022.05.24 10:00
  • 호수 170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마케팅 전문가에게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해법을 묻다

세스 고딘(Seth Godin)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마케팅 구루로 통한다.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 베스트셀러로 선정된 저서도 여럿이다. 그는 어느 날 수백 마리의 소떼가 초원에서 풀을 뜯어먹는 모습을 보게 된다. 마치 영화와도 같은 모습에 반해 계속 쳐다보다 보니 지루함이 몰려왔다.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보라색 소(Purple Cow)가 한 마리 있었다면 얼마나 돋보였을까(remarkable).” 그 유명한 ‘퍼플 카우 전략’의 시작이었다. 그는 저서 《보라빛 소가 온다》에서 “극단적인 차별화 없이는 기업이 더 이상 생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전 세계는 최근 몇 년간 유례없는 감염병 사태를 겪었다. 우리네 일상도 많이 바뀌었다. 언택트(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재택근무가 일상이 됐다. 소비문화도 바뀌었다. 유통과 물류, IT가 융합한 ‘뉴 커머스’가 각광받으면서 카카오나 쿠팡, 배달의민족 등 플랫폼 기업들이 기존 오프라인 공룡을 제치고 재계의 신흥 세력으로 떠올랐다.

최근 몇 년간 계속된 감염병 사태로 유통과 물류, IT가 결합한 ‘뉴 커머스’가 각광받 고 있다. 사진은 MZ세대 조자홍씨(21)와 윤지원씨(21)가 홀로그램 영상을 통해 네이버 제페토, SK텔레콤 이프렌드, 스페이셜, 로블록스 등 메타버스 플랫폼 공간 을 살펴보는 모습ⓒ뉴시스

극단적인 차별화가 기업의 생존 전략

이럴 때일수록 기업의 마케팅 역시 ‘차별화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불특정 다수보다 로열티가 있는 소수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세스 고딘은 강조했다. 그는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대중적인 히트작을 기획하는 것보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소수 고객을 만족시키는 게 더 중요하다. 그들에게 의미 있는 것을 주는 것이 이치에 맞다”면서 “기업 역시 단기적인 이익에 함몰되기보다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마케팅 활동을 하다 보면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마케팅 해법을 3X에서 찾고 있다. 지금의 마케팅 키워드를 브랜드 경험(BX)과 고객경험(CX), 디지털 고객경험(DCX)으로 세분화해 해석한 것이다. 요컨대 기업 경쟁력을 매출과 영업이익으로 평가받는 시대는 이제 지났다. 오히려 경영 외적인 요소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잘 실천하는 기업에 투자자나 소비자들이 몰리고 있다.

세계적인 스포츠 브랜드인 나이키의 슬로건은 ‘저스트 두 잇(Just do it)’이었다. 1988년 처음 광고 캠페인을 시작한 이 슬로건은 나이키의 광고나 브랜딩 전반에 걸쳐 일관되게 사용돼 왔다. 캠페인 당시 경쟁 브랜드였던 리복을 추월하고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나이키로 성장하는 데 기여한 슬로건으로 평가받고 있다.

 

나이키가 32년 만에 슬로건 교체한 이유

나이키는 2020년 5월 ‘포 원스, 돈 두 잇(For once, Don’t Do It)’이란 문구를 공식 SNS에 올렸다. 장장 32년간 이어온 자사의 유명 슬로건을 교체한 것이다. 직역하면 ‘이번 한 번만, 하지 마’라는 뜻이다. 미국 전역을 달구고 있는 ‘조지 플로이드 사건’을 상기시키고, 인종차별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낸 것이다. 반향은 컸다. 소비자는 물론이고 경쟁사인 아디다스와 언더아머 등이 이 캠페인을 리트윗했을 정도다. 서 교수는 인종차별과 같은 민감한 이슈에 기업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브랜드의 정체성을 확보하는 전략이 ‘브랜드 경험(Brand eXperience)’이라고 말한다.

고객경험(Customer eXperience)도 마케팅에 중요한 요소다. 최근 소비의 주축으로 떠오른 MZ세대의 특징은 ‘멀티라이프’다. 여러 곳의 도시에서 여러 개의 직업을 병행하는 삶을 선호한다. 기업은 주요 고객인 이 MZ세대의 멀티라이프를 용이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외부 고객만 대상이 아니다. 내부 고객인 직원들의 직장 경험까지도 잘 관리해야 한다고 서 교수는 조언한다.

일례로 한화생명은 최근 본사인 63빌딩 사무실이 아니라 호텔에서 바다를 보면 업무와 휴식을 취하는 ‘원격 근무지(Remote Workplace)’ 제도를 도입했다. 동일한 근무 환경과 반복되는 업무에 지친 직원들에게 새로운 자극을 주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하려는 취지였다. 반응 역시 나쁘지 않았다. 색다른 환경에서 충전된 임직원들은 본사로 복귀한 후에도 창의적인 사고와 함께 높은 업무 효율을 보였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촉발된 소비 혁명에 기업이 적응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고객경험(Digital Customer eXperience)도 챙겨야 한다. 소비자가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바일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면서 원하는 상품을 발견하고 구매까지 ‘원스톱’으로 이뤄지게 하는 것이 기업이나 마케터들의 지상 과제가 됐다.

위해 이케아는 최근 3D로 구현된 자사 제품을 사용자가 원하는 공간에 배치해볼 수 있는 라이브 커머스 ‘이케아 라이브’를 론칭했다. 헬스케어 스타트업인 모노랩스는 문진과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토대로 분석한 고객 맞춤형 영양제를 한 팩 단위로 포장해 배송하고, 카카오톡을 통해 약 먹는 시간을 알람으로 제공한다. 서 교수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를 예단하기는 힘들다”면서도 “분명한 사실은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기에는 너무 멀리 왔다. 기업들이 브랜드 경험(BX)과 고객경험(CX), 디지털 고객경험(DCX)을 통해 미래를 재설계한다면 뉴노멀 시대를 미리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