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주 쓰나미’에 이재명 효과 ‘멈칫’
  • 송종호 서울경제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05.22 14:00
  • 호수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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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땅한 승리 전략 없는 민주당의 고민…기댈 곳은 ‘노무현 효과’뿐이란 얘기도

6·1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더불어민주당이 승리 전략 찾기에 갖은 애를 쓰고 있지만 묘수 찾기가 쉽지 않은 형편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20여 일 만에 치러지는 전국 선거에서 ‘정권 안정 vs 정권 견제’라는 선거 프레임은 민주당에 처음부터 불리한 구도였다. ‘구도·인물·바람’ 흔히 말하는 선거 3대 요인 가운데 구도 자체가 불리한 선거전을 극복하자는 전략적 선택이 이재명 총괄상임선대위원장의 계양을 출마로 이어졌다. 실제 선거 구도는 ‘이재명이냐, 반(反)이재명이냐’로 빠르게 전환되는 듯했다. 구도의 재편에 이어 1600여만 표를 얻어 윤석열 대통령을 0.73%포인트 차로 추격한 제1 야당 ‘상징자본’의 출격은 인물 요인도 부각시켰다. 이제 바람만 불면 된다고 기대하는 찰나, ‘박완주 쓰나미’가 민주당을 휩쓸고 지나갔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5월16일 윤석열 대통령의 추경안 시정연설에 참석하기 위해 국회 본회의장으로 이동하고 있다.ⓒ시사저널 이종현

‘반성 없는 민주당’ 프레임 재가동될까 불안

이재명 효과는 말 그대로 ‘순삭(순시간에 삭제)’이 됐다. 전국 17개 시도 광역단체장 중 8곳의 승리를 기대하던 민주당은 성비위 사건으로 박완주 의원 제명 조치 이후 4곳(전남·전북·광주·제주)만 건지게 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5월21일 한·미 정상회담에 이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지원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 등 대부분의 호재는 여권에 쏠려있다. 무엇보다 구도를 전환시키려던 ‘이재명 카드’가 힘을 잃은 게 최대 난제다. 민주당은 12일 박완주 의원 제명을 밝힌 뒤 이틀 뒤 의총에서 만장일치로 제명안을 의결하는 등 속전속결로 사태 해결에 나섰지만 박 의원 파고를 넘기에는 민주당의 업보가 만만치 않다.

‘오거돈·박원순’ 민주당 광역단체장의 성비위 사건으로 공석이 돼 치러진 지난해 4·7 재보선 참패 이후에도 차가운 민심의 결과가 대선 패배였다. 특히 일각에선 박 의원의 성비위 사건이 대선 기간 중에 일어났다는 의혹까지 제기돼 성비위 사건에 대해 이재명 후보가 대선 기간에 한 사과가 무색해졌다는 원성까지 나오고 있다. 박 의원은 피해자가 아닌 제3자의 서명으로 사직서를 만들어 의원면직을 시도하려 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최강욱 의원의 ‘짤짤이’ 발언과 이어진 2차 가해 및 은폐 압력 의혹과 함께 김원이 의원 보좌관의 직원 성폭행 및 2차 가해 의혹이 연이어 터져나온 상황에서 다시 박 의원의 보좌관 성비위 사건까지 드러나자 국민의힘은 ‘더불어M번당의 현주소’라고 성토하고 나섰다. 박지현·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이 사건 발생 첫날 “피해자께서, 국민들께서 됐다고 하실 때까지 계속 사과하겠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당 안팎의 비판 여론은 잦아들지 않았다.

급기야 박 위원장은 5월17일 “박 의원의 제명 이후에 의원직 박탈까지 정말 속전속결로 진행돼야 한다”며 “이런 성폭력 행위 자체는 물론이고 은폐 시도나 2차 가해도 철저하게 징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도를 높이며 대응에 나섰다. 이번 사건을 성비위가 아닌 ‘성폭행’이라고 분명하게 규정하며 박 의원의 의원직 박탈까지 언급한 데는 박 의원의 해명 아닌 해명이 촉매제로 작용했다. 앞서 박 의원은 당의 제명 결정은 수용한다면서도 성비위 의혹 자체에 대해선 부인하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는 15일 취재진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당과 나에게도 고통스럽지만 불가피하게 제명의 길을 선택한 것”이라면서도 “어떠한 희생과 고통이 있더라도 아닌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박 의원의 억울하다는 취지의 입장에 대해 박 위원장은 “피해자 보호를 위해 당 지도부만 이 사안에 대해 조사를 지시하고, 조사를 받고, 결과 보고를 받았다”며 “저희가 (박 의원을) 제명한 건 그만큼 명백한 증거, 정황, 진술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것들이 누군가의 알 권리를 위해 (외부에) 알려지면, 그동안 피해자에게 가해지는 2차 가해가 너무 많았다. 이런 것들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이 한껏 자세를 낮춘 데는 ‘반성 없는 민주당’ 프레임이 재가동될지 모른다는 불안함도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5월23일 이후 여론의 판세가 달라질 것” 기대

다만 민주당이 사과 모드만 이어가는 것은 아니다. 연신 고개를 숙이던 민주당도 더 이상 밀리면 안 된다는 우려 속에 반격에 나섰다. 이른바 투트랙이다. 두 공동비대위원장이 고개를 숙인 지 하루 만인 5월13일 국민의힘을 향한 공세 전환은 빠르게 이뤄졌다. 표적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박지현 위원장은 “이 대표는 성상납 의혹 및 증거인멸 의혹을 받고 있다”며 “민주당은 그나마 수술 중이지만, 국민의힘은 지금도 숨기는 중”이라고 지적했고, 이어 “국민의힘도 최소한의 조치는 해야 민주당을 비판할 자격이 있다”고 쏘아붙였다.

박 위원장이 이준석 대표를 끌어들여 공세에 나선 것도 수세적으로만 일관해서는 지지층 이탈까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한 민주당 의원은 “제명까지 결정하는 등 발 빠른 대처로 사과까지 했는데도 계속 성비위 이슈에 끌려가면 6·1 선거에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 있다”고 설명했다. 5월16일엔 이재명 후보가 이준석 대표를 겨냥해 “만약 우리 당 대표가 성상납을 받았다면 당이 해체됐을 것”이라고 공세에 가세했다.

물론 공세 수위를 올려도 국민에게 ‘통’할지는 미지수다. 현재까지는 ‘무반성’의 민주당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인 형편이다. 그 결과 박 의원 제명 조치 일정이 포함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과 민주당 지지율은 더 벌어졌다. 5월16일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전국 성인 2526명 대상, ±1.9%P)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37.8%로 국민의힘(48.1%)에 비해 10%포인트 이상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갤럽이 5월10~12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10%포인트 이상 지지율이 벌어졌다는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기댈 언덕은 다시 ‘노무현’이란 당내 목소리도 나온다. 5월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13주기 추모식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 후보뿐만 아니라 민주당의 주요 광역단체장 후보들이 참석해 지지층 결집의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특히 대선 과정에서 가팔라진 ‘명낙대전’을 봉합하고 6·1 선거에서 민주당 지지층 결집의 최대치를 이루겠다는 의지가 곳곳에서 읽히고 있다.

김민석 민주당 선대위 공동총괄본부장은 5월18일 기자간담회에서 “윤 대통령 취임식 프리미엄과 박완주 마이너스 리스크가 생겨 지지율이 벌어졌다”며 “이로 인한 해일과 모래바람이 가라앉기 전까진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이 등장하든 우리가 좋은 정책을 내든 지지율 격차가 늘어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이러한 효과가 언제 가라앉고 판세 변화가 올 것이냐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조심스럽게 예측해 보면 24일 이후 판세 조사는 지금과 다를 것”이라며 “5·18과 21일 한·미 정상회담, 23일 봉하를 거치면 대선 이후 잠들어 있던 민심이 기지개를 펴고 (선거에 대한) 고민이 시작될 것이다. 판세는 그때부터”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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