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앞 분노한 ‘개딸들’에…민주당 ‘박지현 딜레마’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05.20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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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원 일각, 朴 향해 “선거 앞 내부총질”…사퇴 촉구 집회도
“전문성‧경험 모두 없다” 비판에도 朴 “입장 변화 없다”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를 선봉에서 이끄는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이 위기에 직면한 모양새다. 박 위원장이 ‘조국 사태’와 당내 ‘성 비위 논란’을 비판하자 당원 일각에서 “내부 총질하지 마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분노한 당원들은 민주당 당사 앞 시위까지 예고했다. 선거를 앞두고 박 위원장의 능력과 리더십이 도마에 오르자 민주당 수뇌부도 고민에 빠진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이 17일 대전에서 열린 6.1 지방선거 필승결의 선거대책회의에 참석해 민주당 후보들의 지지를 부탁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이 17일 대전에서 열린 6.1 지방선거 필승결의 선거대책회의에 참석해 민주당 후보들의 지지를 부탁하고 있다. ⓒ연합뉴스

분노한 ‘개딸들’ “박지현, 그만 내려와라”

이재명 선거대책위원장을 지지하는 2030 여성 모임인 ‘개딸’(개혁의 딸)들이 20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박 위원장을 겨냥한 사퇴 시위를 예고했다. 그간 박 위원장에 대한 비판 의견이 당 게시판을 통해 제기된 적은 있다. 그러나 거리에 모여 ‘퇴진 시위’를 벌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 영등포 경찰서에 따르면, 신고된 시위 인원은 500명이다.

시위 주최 측은 “박 위원장은 민주당의 여성 지지자들의 대표가 아니다”라며 “민주당 2030 여성 지지자와 박 위원장은 추구하는 신념과 방향이 서로 다르다”고 밝혔다. 또한 “(박 위원장이) ‘내부 총질’만 해 지방선거를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 박 위원장의 인스타그램 계정과 페이스북 계정 등에는 “사퇴하라”는 ‘악플’이 쇄도하고 있다. 박 위원장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게 사과를 요구한 게 도화선이 된 모양새다. 박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 모두발언에서 “대법원이 동양대 표창장과 6개 인턴 확인서를 허위라고 판결한 만큼 조국 전 장관이나 정경심 (전) 교수는 사과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박 위원장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도 우려를 표하면서 일부 당원들의 분노가 확산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박 위원장이 성폭행 논란으로 제명된 박완주 의원에 이어 성희롱 논란이 제기된 최강욱 의원을 향해서도 ‘책임론’을 제기하고 나서자,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분노가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더불어민주당 박지현·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 등이 18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2주년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더불어민주당 박지현·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 등이 18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2주년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대위 이끌 적임자 맞나” 당내 비판도

민주당으로선 난처한 상황이다. 박 위원장은 현재 전국을 돌며 지방선거 유세에 동참하고 있다. 일부 강성 당원들의 주장대로 박 위원장을 사퇴시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다만 선거를 앞두고 ‘한표’가 아쉬운 민주당으로선, 박 위원장을 비토하고 나선 ‘개딸’의 주장을 무시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2030 여성표가 결집하면서 막판 초접전 승부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당 일각에선 처음부터 ‘박지현 카드’가 무리수였다는 불만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박 위원장이 민주당의 쇄신을 이끌기엔 경험도 전문성도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박 위원장은 지난 3월25일 서해수호의 날을 맞아 게재한 호국 영웅 추모글에서 천안함 피격사건과 제2연평해전을 혼동해 뒤늦게 수정하며 논란을 불렀다. 지난 18일 5‧18 기념식에 참석한 자리에선 ‘임을 위한 행진곡’ 가사를 외우지 못한 모습을 노출하면서 “민주당 비대위원장 답지 않다”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한 민주당 초선 의원은 “국회에 처음 입성한 초선 의원도 법이든 행정이든 자신만의 전문 분야가 있다. 그 전문성을 바탕으로 입법을 하고 국민의 목소리를 수렴하는 게 정치의 기본”이라고 했다. 이어 “그러나 박 위원장은 과거 ‘n번방 사건’을 취재한 경험 외에는 별다른 경력이 없다. 성별이나 나이가 스펙이 된다면 그게 역차별이다. 거대 야당을 쇄신할 적임자가 (박 위원장이) 맞는지 당 지도부 스스로가 되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박 위원장은 일각의 비판에도 ‘정면 돌파’ 의지를 드러냈다. 박 위원장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 민주당의 일부 강성 지지자들이 자신을 비판하는 것에 대해 “괴롭긴 하지만 제 입장은 변함 없다”며 “우리 당에 접수된 성범죄들은 모두 지방선거와 관계없이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개딸’들이 오늘 당사 앞에서 박 위원장을 비판하는 집회를 열 예정인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진행자의 물음에는 “그분들이 정말 ‘개딸’인지는 사실 좀 궁금하다”고 반문했다. 이어“많은 지역을 다니면서 여성, 남성을 가리지 않고 50대분들의 비난과 비판은 많이 들었는데 그분들 중에 2030 여성은 단 한 분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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