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엔 “뷰티풀” 김정은엔 “헬로”…바이든의 ‘말말말’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05.22 15:1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尹 대통령 만나 유머 섞어가며 친분 과시…김정은 질문에는 “할 말 없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2일 오전 방한 숙소인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의 면담 자리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2일 오전 방한 숙소인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의 면담 자리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박3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은 가운데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정치권 관심이 집중됐다. 바이든 대통령의 ‘한 마디’에 국내외 정세가 요동칠 수 있어서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만남에선 유머를 섞어가며 양국의 친선을 강조한 반면 북한 이슈에 대해서는 정제된 언어로 거리감을 나타냈다.

한‧미 정상은 21일 오후 7시30분 무렵 국립중앙박물관에 마련된 만찬장에 도착했다. 윤 대통령은 단상에 올라 환영 만찬 건배사를 건넸다. 윤 대통령은 “1950년 공산세력의 침략을 당했을 때, 미국의 청년들이 우리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함께 싸우며 목숨을 바쳤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올해로 10주년을 맞는 한‧미 FTA는 양국에 더 많은 투자와 일자리를 창출했다”며 “앞으로도 우리의 관계는 더 깊어질 것이고 우리의 협력은 더 강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의 건배사에 이어 바이든 대통령도 잔을 들며 윤 대통령에게 “감사하다”며 화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늘 굉장히 생산적인 회의를 가졌고 더 중요한 건 우리가 우리 서로에 대해 더 잘 알게 됐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오늘 이 자리에서 제가 정말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는 것은 한·미 장병이 나란히 싸워서 한반도를 수호했고, 한반도의 평화와 공동의 번영을 추구할 수 있었다는 점”이라며 “위대한 양국 동맹과 향후 수십 년간 번영을 지속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21일 오후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환영 만찬에 앞서 김건희 여사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21일 오후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환영 만찬에 앞서 김건희 여사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공식 만찬에 앞서 윤 대통령 부부와 인사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윤 대통령을 보며 “미국에는 이런 말이 있는데, 윤 대통령과 저는 ‘married up’한 남자들이다”라고 인사하며 웃었다고 한다. ‘married up’은 ‘남자가 본인보다 훨씬 훌륭한 여성을 만나 결혼했다’는 의미의 미국식 유머다.

바이든 대통령은 배석한 김건희 여사를 향해서도 연신 칭찬을 건넸다. 바이든 대통령은 만찬 자리에서 윤 대통령에게 김 여사 얘기를 꺼내며 거듭 “뷰티풀(beautiful‧아름답다)”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 여사가 “조만간 다시 뵙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인사하자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에 오시면 뵙기를 바란다”고 화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윤 대통령 내외와 줄곧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했지만, 대북 이슈에 대한 질문에는 정제된 언어를 사용하며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22일 서울 그랜드 하얏트 호텔 정원에서 미국 CNN방송 기자가 “김정은에게 보낼 메시지가 있느냐”라고 묻자 “헬로(Hello)”라고 간단히 대답했다. 일순간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잠시 뜸을 들인 뒤 “끝(period)”이라고 덧붙였다. 유머로 보기엔 사실상 전할 메시지가 없다는 뜻으로 읽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에서는 “북한에 코로나19 백신을 지원하겠다고 제안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과 면담 가능성에 대해 “내가 북한 지도자와 만날 지는 그가 진실하고 진지한지에 달렸다”고 답했다. 북한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 없이는 양국 간 정상회담을 추진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이날 “아시아를 순방하는 동안 북한의 핵실험을 걱정하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북한이 어떤 일을 하든지 준비하고 있다”라며 “그들의 행동에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지 숙고해 온 만큼 이 질문이 그걸 뜻한다면 나는 걱정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