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에 밀린 동원그룹 오너 일가…대체 무슨 일이?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22.05.23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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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에 유리한 합병비율”…갈등 불씨는 여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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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원산업 소액주주들의 반란이 성공했다.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의 합병비율이 주주들에게 불리하다며 계속된 문제 제기에 동원산업이 백기투항한 것이다.

동원산업은 최근 이사회를 통해 동원엔터프라이즈와의 합병비율을 기존 1대 3.8385530에서 1대 2.7023475로 조정했다. 동원산업의 합병가액을 기준시가가 아닌 자산가치를 기준으로 정하기로 결의한 결과다. 이로 인해 동원산업 합병가액은 종전 24만8961원에서 38만2140원으로 53.5% 상향된다.

합병신고서 제출 이전에 기업이 스스로 합병 비율을 변경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소액주주들의 집단 반발이 그 배경이다. 시작은 지난달 동원산업이 합병신고서를 제출하면서다. 동원산업이 동원엔터프라이즈를 1대 3.838553 합병비율로 흡수합병한다는 내용이었다. 동원산업 소액주주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오너 일가에 유리한 합병비율을 산출하기 위해 동원산업의 가치를 저평가하면서 주주 피해가 예상된다는 주장이었다.

그룹 지주사이자 비상장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는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68.3%)과 부친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24.5%) 등 오너 일가가 지분 99.6%를 보유 중이다. 따라서 동원엔터프라이즈의 가치가 높게, 동원산업이 낮게 평가될수록 합병 후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높아지는 구조다.

소액주주들은 동원산업의 자산가치(주당 38만2140원)가 기준시가(24만8961원)보다 높음에도 기준시가를 합병가액의 기준으로 삼은 점을 문제 삼았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는 상장사가 비상장사를 합병할 경우 기준시가에 따라 합병가액을 결정하되, 기준시가가 자산가치보다 낮은 경우에는 자산가치로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소액주주들은 이처럼 동원산업의 가치를 실제보다 낮게 평가하면서, 동원엔터프라이즈는 고평가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동원엔터프라이즈의 합병가액(19만1130원)은 자산가치에 미래 수익가치까지 가중평균하는 방식으로 산정했다.

또 동원산업의 100% 자회사인 미국의 참치 가공업체 스타키스트의 가치를 합병가액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고도 지적했다. 스타키스트의 순자산 가치가 6567억원에 달함에도 동원산업은 재무제표상에 이 회사의 가치를 2008년 인수 당시 장부가인 1648억원으로 기재했다는 것이다.

소액주주들은 법적 분쟁까지 예고했다. 경제개혁연대도 이번 합병에 오너 일가에 유리한 합병비율을 산출하기 위한 결정이 있었다고 보고 동원산업 이사회에 합병가액 조정 가능성을 질의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증권가에서도 전형적인 승계 목적의 합병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처럼 각계각층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자 동원산업은 결국 합병비율을 조정했다. 그 결과, 오너 일가의 합병회사 지분율은 기존 65.8%에서 58.6%로 약 7% 낮아지게 됐다. 이에 따라 김재철 명예회장의 지분율은 기존 17.38%에서 15.49%로, 김남정 부회장은 48.43%에서 43.15%로 줄어들게 된다.

이런 결정에 대해 동원그룹 관계자는 “이번 합병은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경영효율성을 증대해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진행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적법성을 넘어 적정성까지 고려해 합병 비율을 변경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분쟁의 소지는 남아있는 상태다. 합병비율 재조정 시 별도 재무제표가 아닌 연결재무제표상 순자산 가치를 반영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서다. 별도 재무재표상 순자산 가치 반영으로 스타키스트의 가치가 여전히 저평가(1400억원)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소액주주들은 스타키스트의 가치를 1조원에서 1조5000억원 사이로 보고 있다. 따라서 연결 재무재표상 명시된 6000억원대의 가치가 반영돼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한다. 이들은 또 반대 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 가격도 순자산 가치로 조정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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