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이냐, 노무현이냐…지방선거 D-9, 주사위는 던져졌다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2.05.23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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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정상회담, 호재”…野 “盧추도식 계기 지지층 결집”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명운을 가를 6‧1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9일 앞으로 다가왔다. 27일부터 시작되는 사전투표 일정을 고려하면 단 나흘 전이다. 여야는 선거 막판 지지층 총결집을 위한 총력전에 돌입한 분위기다.

판세에 영향을 끼칠 막판 변수로는 21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과 23일 열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13주기 추도식이 거론된다. 어느 행사에 스포트라이트가 쏠리느냐에 따라 민심 지형이 뒤바뀔 수 있다는 예측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2일 오후 오산 미 공군기지의 항공우주작전본부(KAOC)를 방문,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2일 오후 오산 미 공군기지의 항공우주작전본부(KAOC)를 방문,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 연합뉴스

“정상회담으로 국격 올랐다”…국정안정론 파고드는 與

국민의힘은 한‧미 정상회담을 이번 선거의 지지율 상승 동력으로 적극 활용하려는 태세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열흘 만에 초대형 외교무대 데뷔전을 치렀다며 리더십을 추켜세우고 있다. 정상회담을 계기로 윤 대통령을 둘러싼 ‘정치 신인’ 이미지를 불식시키고 ‘국정안정론’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23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지방선거에서 정상회담이 국민의힘에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믿음직하고 든든한 정부라는 인식을 줬다”며 “윤 대통령이 신인 정치인이라 좀 불안한 시선이 있었지만 불식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날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일제히 정상회담의 성과를 극찬하며 “국격이 바뀌었다”고도 했다.

한‧미 정상회담은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만남 이전부터 국민의힘 진영의 호재로 꼽혀왔다. 한‧미 정상회담 일정 예고 이후 민심에 긍정적 신호가 잡히면서다. 이날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 결과(YTN 의뢰, 16~20일, 2528 대상)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2.0%포인트 늘어난 51.1%였다. 국민의힘이 50%대 지지율을 기록한 것은 2년3개월 만에 처음이다. 조사 기간을 고려하면, 윤석열 정부 출범에 대한 컨벤션 효과와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이 두루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국민의힘은 기세를 몰아 진보 진영을 겨냥한 ‘서진정책’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의원 전원을 대동해 참석하는가 하면, 이날 열리는 노 전 대통령 추도식엔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등 여권 인사가 대거 참석하면서다. 민주당의 텃밭에도 과감히 러브콜을 보내면서 지방선거를 압승으로 이끌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3주기 추모제가 엄수되는 23일 오전 문재인 전 대통령이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깨어있는 시민 문화 체험 전시관'을 방문 후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3주기 추모제가 엄수되는 23일 오전 문재인 전 대통령이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깨어있는 시민 문화 체험 전시관'을 방문 후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盧-文’ 필승카드 출격…반전 꾀하는 민주당

민주당으로선 추도식을 사실상 ‘마지막 반전의 기회’로 여기는 분위기다. 남은 선거 일정 동안 지지층 결집을 노릴 만한 빅이벤트가 또 없어서다. 민주당은 당초 지방선거에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을 등판시켜 분위기를 반전시키고자 했으나, 별다른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태다. 이 위원장은 출마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에서조차 윤형선 국민의힘 후보와 오차 내 접전을 펼친다는 뼈아픈 성적표를 받아들고 있다.

때문에 민주당 인사들은 추도식이 열리는 경남 봉하마을에 총집합했다. ‘노무현 정신’을 계승한 문재인 전 대통령도 퇴임 후 처음으로 모습을 공식 드러냈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40%대 지지율로 임기를 마무리한 문 전 대통령을 공식 등판시켜 지지층 결집을 호소하려는 전략으로 통한다. 김민석 민주당 공동총괄선대본부장은 “봉하마을 추도식이 지나고 나면 경합지에서 맹렬한 추격을 시작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다만 민주당의 기대와 달리, 노 전 대통령 추도식이 정상회담 보다 민심에 더 큰 영향을 끼칠지는 미지수다. 정상회담의 경우 윤석열 정부의 성과로 직결될 수 있지만, 노 전 대통령의 추도식에선 윤 대통령을 직접 겨냥할 대목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한‧미 정상회담의 경우 바이든 대통령의 카운터파트로서 윤 대통령이 직접 조명을 받아 긍정적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이지만, 노 전 대통령의 경우 윤 대통령과 직접적 연결고리가 없다”면서 “진영 총결집을 이뤄내려면 민주당 지지층의 분노를 자극할 수 있어야 하는데, 노 전 대통령 추도식만으론 힘을 얻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민주당으로선 백약이 무효한 상황”이라며 “사면초가에 놓인 셈”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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