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대규모 투자계획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핵심 경제 기조인 ‘민간 주도 성장’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선물보따리’라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전날 삼성·현대차·롯데·한화 등 4개 그룹은 동시다발적으로 대규모 투자계획을 내놨다. 전체 투자금액은 600조원에 육박한다. 올해 국가예산(607조7000억원)에 맞먹는 규모다.
삼성은 향후 5년간 반도체·바이오·신성장 정보통신(IT) 등 미래 먹거리 분야에 450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이 중 80%에 해당하는 360조원은 국내에 투자하기로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의 삼성전자 평택공장을 방문 사흘 만에 나온 발표다. 한·미 ‘반도체 동맹’ 강화와 정부의 ‘반도체 초강대국’ 목표 달성에 적극적으로 부응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삼성은 또 향후 5년간 핵심사업을 중심으로 8만 명을 신규 채용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자동차와 기아, 현대모비스 등 계열사 3곳이 오는 2025년까지 3년간 국내에 63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대규모 투자를 국내에 집중해 그룹의 미래 사업 허브로서의 한국의 역할과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설명이다. 이번 투자계획에 부품과 철강, 건설 등 다른 계열사 투자까지 더해지면 전체 투자액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한화그룹은 향후 5년간 미래 산업 분야에 총 37조6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이 가운데 20조원 규모의 국내 투자는 태양광·풍력 등 에너지와 탄소중립, 방산·우주항공 등 3개 분야에 집중된다. 한화그룹은 이를 통해 국내에서 5년 동안 2만 명 이상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롯데그룹도 향후 5년간 37조원을 투입해 신성장동력 산업을 키우기로 했다. 신성장 테마인 헬스 앤드 웰니스(Health&Wellness)와 모빌리티, 지속가능성 부문을 포함해 화학·식품·인프라 등 산업군이 주요 투자 대상이다.
지난 24일 하루 동안 이들 그룹이 발표한 투자액 합계는 총 587조6000억원이다. 여기에 SK그룹과 LG그룹 등 다른 대기업들도 대규모 투자계획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대기업들의 중장기 투자 규모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대기업의 동시다발적인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를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우선 친기업 성향을 보이는 새 정부 출범에 따라 기업 활동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데 대해 대기업들이 화답을 보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새 정부가 반도체와 배터리, 바이오 등 전략 산업에 대한 세제 혜택 등 지원 가능성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견해도 있다. 일각에서는 연이은 대미 투자 소식에 국내 투자에는 소홀하다는 여론이 형성된 점을 의식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