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당 이기는 법 알아…정치교체 약속 지켜야”
  • 구민주·김종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2.09.04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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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민주당 당 대표 경선 도전했던 이동학 전 최고위원
“이재명, 지지층에 갇혀선 안 돼…양당제 스스로 내려놓는 모습 보여야”
“尹 대통령, 반대 세력 억압해 지지율 얻으려…검찰도 기소 남발 못할 것”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에 출마한 이동학 전 최고위원 ⓒ시사저널 임준선
이동학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시사저널 임준선

이동학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8·28 전당대회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유일한 80년대생 후보였다. 이 전 최고위원은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이재명 신임 당 대표와 이재명 지도부가 ‘반드시’ 챙겨야 할 한 가지로 ‘정치교체’를 꼽았다. 그는 “국민적 불신을 외면하고 우리 정치가 내부 투쟁만 펼친다면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라며 “이재명 대표는 유연함을 강점으로 갖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정치교체를 약속했던 만큼 반드시 추진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8·28 전당대회 과정을 총평한다면.

“국민을 주목하게 만드는 데에는 실패했다. 오히려 주목하게 한 이슈가 ‘공장(당)’ 내부 일들이었다. 후보 단일화 여부나 당헌 개정 등 곁가지 이슈가 부각되면서 국민 입장에선 딱히 관심 가질 일이 없었다. 다만 이재명 대표가 굉장히 단단한 당원들의 결집을 통해 승리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당대표 경선 후보로서 선거를 치르며 체감한 민주당의 한계가 있나.

“논의의 장이 확장되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운동장을 너무 좁게 쓰고 있다. 우리 당은 넓은 운동장을 갖고 있다. 또 많은 지지자들이 운동장 ‘전체’를 내려다보고 있다. 그런데 운동장 상당부분이 텅 비어있다. 다양한 이슈가 계속해서 들어와 동력을 갖춰야 하는데 최근 몇 년 간은 하나의 이슈, 즉 사법 이슈가 모든 걸 뒤덮었다. 물론 사법개혁 자체도 굉장히 중요한 과제다. 다만 이 부분을 계속 챙겨 가면서 다른 전선들을 만드는 데도 고심해야 한다. 169명의 국회의원이 있다. 이분들의 역할을 잘 나눠 운동장을 오밀조밀하게 만들고 좀 더 다양한 지지층을 끌어와야 한다.”

이재명 지도부에 대한 기대하는 부분이 있다면.

“이재명 대표의 유연성이 향후 기대할 포인트라고 꼽고 싶다. 이 대표가 강성이라는 이미지가 좀 있는데 사실 굉장히 유연한 분이다. 일각의 우려처럼 한쪽 지지층에게만 소구되는 정치를 하진 않을 거라 생각한다. 민주당이 승리하는 길을 이 대표는 알고 있을 것이다. 많은 분들이 이 부분에 주목해 새 지도부의 행보를 지켜봐주길 바란다.”

새 지도부가 ‘이것 하나만은 반드시 챙겨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단연 ‘정치교체’다. 복잡한 국제 정세와 경제 불황이 우리 삶을 타격하고 있다. 우리 정치 내부에서 서로 투쟁만 해서는 이 국면을 타개할 방도가 없다. 특히 윤석열 정부는 지금의 위기를 돌파할 능력이 굉장히 취약하다. 준비가 전혀 안 됐다. 따라서 지금 야당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지금처럼 여권은 사정 정국을 만들고 우리는 방어하기 바쁜 상황만 반복하는 건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이다. 우리 당은 대선 때부터 국민 통합을 위한 정치 교체를 약속한 바 있다. 이제 이재명 지도부가 그 약속을 실현해야 한다.”

이재명 지도부가 해낼 수 있을까.

“지금은 여당이 심판 받느냐 야당이 심판 받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 전체가 국민적 심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신뢰 자체가 완전히 붕괴돼버렸다. 저와 같은 위기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당에 많이 있다. 당 대표의 의지만 있다면 우리 당은 내홍에 빠진 국민의힘과 달리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는 데 성공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국민의 응원은 반드시 필요하다.”

지난 8월17일 호남에서 정치교체 선언을 하기도 했다. 호남을 택한 이유가 있나.

“광주가 민주당에겐 아픈 곳이 되고 있다. ‘우리가 계속 밀어주는데 민주당은 아무런 보답이 없다’고 생각하는 게 광주 민심이다. 1987년 민주화에 성공하면서 헌법도 바꾸고 비로소 대통령을 내 손으로 직접 뽑게 되지 않았나. 그 도화선이 된 곳이 광주였다. 그래서 또 한번 호소 드리고 싶었다. 또 하나의 혁명을 해보자, 제7공화국을 만들어보자는 호소를 광주에서 가장 먼저 하고 싶었다. 다만 이를 위해선 우리 당부터 그동안 양당 구도에서 누려오던 걸 스스로 내려놔야한다. 양당제의 적대적 공생관계를 부숴보겠다는 선언을 했다. 반응이 괜찮았다. 조만간 영남권에서도 기자회견을 할 것이다. 정체교체를 전국적인 이슈로 만들 것이다.”

그보다 앞서 8월11일 국회에서 ‘정치교체를 위한 공동선언’을 하고 정치개혁에 대한 당시 당 대표 후보들의 구체적인 답변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이후 유의미한 답변을 받았나.

“직접적으로는 받지 못했고 이후 당 대표 후보자 토론회에선 이 의제가 다뤄졌다. 궁극적으로 8·28 전당대회 당일 '국민통합 정치교체를 위한 결의안'이 통과됐다. 이재명 대표 역시 앞으로 적극적으로 임할 거라고 본다.”

지난 당 대표 출마 선언 당시 ‘세대교체’가 아닌 ‘세대공존’을 강조했다. 세대공존의 지도부가 꾸려졌다고 보나. 새 지도부가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을까.

“연령대로 보면 30대, 40대, 50대로 지도부가 고루 구성됐다. 하지만 물리적 연령보다 중요한 건 지도부가 ‘어떤’ 내용을 다루는가일 것이다. 초고령화 문제나 지방소멸 이슈는 전 연령대에 걸친 시급한 문제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속속 65세 이상이 되는 상황에서 이 속도를 우리 재정이 어떻게 감당해야 할까. 또 젊은 세대가 수도권으로 몰리면서 수도권은 과밀화되고 지방은 소멸되는 이중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새 지도부도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을 분명히 할 것이다. 우리 당이 수권정당이 되려는 이러한 이슈를 리드해 나가야 한다. 우리 정부 때 못하고 지나간 국민연금개혁에 대한 책임감도 2배로 느끼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서둘러 지속 가능한 세대 간 공존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당 지도부가 이재명계 일색으로 꾸려졌다는 지적도 여전한데.

“이 대표의 유연성을 믿는다. 그동안은 선거 과정이었기 때문에, 지지층에게 소구력 있는 호소 위주로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당선이 됐으니 지지층 안에만 갇혀 있는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 국가 비전 전반을 다뤄야 하며 우리 당 전체가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 이 대표의 추진력이나 실행력은 이미 검증됐으니 세부적인 내용들을 잘 잡았으면 좋겠다. 여권에서 먼저 꺼낸 의제라고 우리는 뒤로 빠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빠르고 적극적으로 추진해서 그 공을 민주당으로 가져올 수 있어야 한다.”

이 대표를 향한 검경의 압박이 거세다. 뚫어낼 수 있을까.

“경찰에서도 이미 몇 가지 의혹에 대해선 무혐의를 냈고 법원에서 기각된 이슈도 있다. 검찰도 무리한 기소를 남발하진 못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자기가 잘해서 득표해야 하는데, 나를 비판하거나 나를 반대하는 사람을 억누르는 방식으로 자기를 세우려는 기본적인 마인드가 있다. 그러니 자꾸만 사정으로만 가려고 하는 것이다. 국민 다수도 정부가 사정정국을 형성해 야권에 복수하고 있다고 인식한다. 다만 우리 당이 무리하게 당헌을 개정하려 한 점은 아쉽다. 기소가 돼도 당장은 직무가 정지될 수 있지만 곧장 윤리심판원을 통해 시정될 수 있는 구조였는데 다소 소모적인 논쟁을 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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