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이재명…‘이낙연의 시간’은 올까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2.11.29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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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명계 ‘지도부 개편’ 목소리 맞춰 ‘이낙연 역할론’ 대두
美서 ‘외교·한반도’ 문제 공부한 李…‘바이든의 길’ 걸을까

“어떤 사람은 저주하고 공격한다. 여러분이 정의와 선함으로 이겨주기를 바란다.”

지난 6월7일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인천국제공항에서 출국 전 지지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자신의 지지자들을 향한 친이재명계(친명계) 지지자들의 공격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됐다. 이 전 대표는 “어떤 사람은 국내가 걱정스러운데 어떻게 떠나느냐고 나무란다. 그러나 제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공부하는 것이 더 낫겠다는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이 전 대표는 미국 워싱턴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 전 대표가 출국한 지 약 6개월, 돌연 그의 ‘정계 복귀론’이 대두되고 있다. 이른바 ‘대장동 비리 수사’가 이재명 대표를 겨냥한 ‘불법선거자금 수사’로 확대되면서다. 이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는 검찰의 수사를 ‘야당 탄압’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비이재명계와 친이낙연계를 중심으로 ‘포스트 이재명 시나리오’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양상이다. 과연 자연인으로 돌아간 이 전 대표는 다시금 정치 무대로 복귀할 수 있을까.

이낙연 전 대표가 지난해 9월27일 오후 부산 연제구 부산시의회에서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 전 대표가 지난해 9월27일 오후 부산 연제구 부산시의회에서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연합뉴스

고개 드는 친낙계 ‘반명 목소리’

현재 이 전 대표는 미국 조지워싱턴대 한국학연구소에서 방문연구원 자격으로 국제정치를 연구 중이다. 이 전 대표가 출국 전 예고한 유학기간은 1년이다. 약속대로라면 내년 6~7월경 귀국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 정치권 일각에선 ‘이낙연 조기귀국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다만 이 전 대표 측이 직접 부인하면서 ‘조기귀국설’은 낭설로 그치는 모습이다.

이 전 대표의 핵심 측근인 신경민 전 민주당 의원은 지난 25일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낙연 조기귀국설’에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표는 1년 예정으로 갔기 때문에 내년 6월말 7월초쯤 예정대로 귀국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 전 의원은 “이낙연 대표 측은 전혀 움직임이 없다고 봐도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신 전 의원의 부인에도 친낙계의 최근 활동과 발언이 예사롭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우선 이 전 대표 정책자문그룹인 ‘연대와 공생(연공)’이 재가동에 들어갔다. 연공은 지난해 대선 경선 당시 전문가 1000여 명이 참여해 발족했다가 이 전 대표 방미로 해체됐다. 이 전 대표는 최근 연공 관계자들과 화상 회의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연공은 지난 28일 재가동을 위한 첫 행사로 서울 여의도 보훈회관에서 세미나를 열었다. 주제는 ‘미중갈등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었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는 외교와 무관한 ‘민주당의 사당화 논란’이 화두로 등장했다.

친낙계로 분류되는 김철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세미나에 참석해 “요즘 민주당 정신은 사라진 것 같고 많은 국민들은 민주당이 사당화되고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며 “민주당의 지도부와 지도자들은 과연 국민이 판단할 때의 곧고 굳은 정신으로 민주당을 이끌어가고 있고 국민들에게 희망주는지를 한번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이 사당화돼서는 4년반 후에 정권을 되찾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전당대회 이후 공개발언을 삼가던 친낙계 좌장인 설훈 의원도 다시금 ‘이재명 저격수’를 자처하는 모습이다. 그는 이 대표에게 대국민 사과와 대표직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설 의원은 28일 KBS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 출연해 이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구속된 상황을 거론하면서 “두 분이 ‘나는 관련 없다’고 부인을 하는데, 법원이 (구속)영장을 때린 걸 보면 꼭 그렇게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고 했다.

설 의원은 “‘정진상이나 김용 두 사람이 어떻게 했는지 정확히 몰라서 그 부분에 대해 내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지만 적어도 나 개인 이재명은 결백하다’ 선언하고, ‘그걸 내가 보여주겠다. 당에 더 이상 누를 끼치지 않겠다. 나는 떳떳하기 때문에 혼자 싸워서 돌아오겠다’고 선언하고, 당대표를 내놓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며 “그러면 상당히 많은 우리 당 지지자들과 국민들이 ‘역시 이재명이구나’ 하고 박수를 칠지도 모른다”고 했다.

2021년 9월12일 강원 원주시 오크밸리리조트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강원권역 순회경선 합동연설회에서 이낙연, 이재명 후보가 인사한 뒤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2021년 9월12일 강원 원주시 오크밸리리조트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강원권역 순회경선 합동연설회에서 이낙연, 이재명 후보가 인사한 뒤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 복귀한다면 목표는 대권?

다만 현재로서는 이 대표의 퇴진도, 이 전 대표의 복귀도 쉬운 시나리오는 아니다. 당장 ‘당심’이 이 대표 편에 서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지난 전당대회에서 77.77%라는 압도적 득표율로 당선됐다. 여기에 현재 민주당 최고위원 7명 중 6명(정청래·서영교·박찬대·장경태·서은숙·임선숙)이 친명계로 분류된다. 이 탓에 친낙계와 비명계의 주장이 당내에서는 힘을 받지 못하는 분위기다.

그렇다면 ‘정치인 이낙연’은 이대로 은퇴 기로에 서는 걸까. 이 역시 확답은 이르다. 이 대표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이 전 대표를 따르는 호남 기반의 지지 세력이 적지 않다. 이 전 대표가 외교관계를 공부하기 시작한 것 역시 공교롭다. 이 전 대표로서는 미국에서 익힌 지식을 펼칠 공간이 필요한데, 가장 힘 있는 무대는 역시 ‘정치’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낙연과 이재명의 공존’은 어려울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검찰이 이 대표를 기소 할만큼의 물증을 확보하고, ‘이재명 체제’에 균열이 일어야만 ‘이낙연의 공간’이 생길 것이란 얘기다. 김형준 명지대 특임교수는 지난 22일 유튜브 《배성규·배소빈의 정치펀치》에 출연해 “지금 미국에 있는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귀국하고 (이 대표) 손절 기류가 본격화하는 시기가 오면 민주당은 분당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망했다.

만약 이 전 대표가 정치 재기를 모색한다면 그 목표는 ‘대권’일 가능성이 높다. 국무총리, 여당 대표, 지방자치단체장을 모두 역임했던 이 전 대표에게는 대통령만이 못다 이룬 꿈이기 때문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1946년생으로, 미국의 역대 최고령 대통령이 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 전 대표에게 귀감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전 대표는 1952년생, 만 69세다. 윤석열 대통령(60년생)보다 8살 위의 서울대 법대 선배로, 이재명 대표(64년생)와는 ‘띠동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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