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있는 위험요인 경동맥 협착 [강재헌의 생생건강] 
  •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12.20 13:05
  • 호수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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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손에 힘이 빠져 볼펜 잡기 어려워질 때 의심해봐야

고혈압과 협심증으로 15년 전부터 치료를 받아온 64세 남성이 이틀 전 갑자기 오른손의 힘이 빠져 볼펜을 잡기 어려운 증상이 30분간 있다가 사라졌다. 증상이  재발하지는 않았으나 뇌졸중 증상이 아닌가 걱정되어 병원을 방문했다. 신경학적 진찰에서 특이소견은 없었으나 양측 경동맥 부위를 청진할 때 경동맥 잡음이 들려 경동맥 초음파검사를 한 결과 양측 ‘경동맥 협착’이 관찰되었다. 

경동맥 협착은 목의 양 측면에 위치한 큰 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히는 경우를 말한다. 경동맥은 뇌·얼굴·머리로 혈액을 공급하는 큰 동맥이므로 동맥경화가 진행되어 혈액의 흐름을 막을 경우 뇌졸중 발생 위험이 커지게 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경동맥 폐쇄 및 협착 질환의 건강보험 진료 현황에 따르면, 2016년 약 6만2000명에서 2020년 약 10만 명으로 연평균 12.7%씩 급증했다. 남성이 여성보다 1.5배 많이 발생하고, 60·70대가 3분의 2를 차지했다.

ⓒ시사저널 박정훈
ⓒ시사저널 박정훈

만성질환·운동 부족 등이 위험도 높여

경동맥 협착의 발생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는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등 만성질환과 비만, 운동 부족, 흡연, 수면무호흡증 등이 있다. 동맥경화나 관상동맥질환의 가족력이 있거나 고령일수록 발생 위험이 커진다.

경동맥 협착 초기에는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일과성 허혈 발작이나 뇌졸중을 유발할 정도로 심각한 협착이 올 때까지 모르고 지낼 수 있다. 일과성 허혈 발작은 뇌로 가는 혈액이 일시적으로 부족해져 뇌졸중 증상이 발생한 지 24시간 이내에 완전히 회복되는 경우를 말한다. 일단 일과성 허혈 발작이나 뇌졸중이 발생하면 얼굴이나 팔, 다리 한쪽의 힘이 약해지거나 이상감각이 생길 수 있다. 또한 갑자기 말이나 대화가 어려워지거나, 시력 이상이 나타날 수 있다. 갑자기 극심한 두통이 나타나거나 어지럽고 몸의 균형을 유지하기 어려워지는 경우도 있다.

증상과 경과로 보아 경동맥 협착이 의심될 때, 경동맥 위치에 청진기를 대 좁아진 동맥으로 혈액이 지나갈 때 잡음이 들리면 경동맥 협착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경동맥 협착이 있어도 잡음이 들리지 않는 경우도 흔하므로 의심될 경우 경동맥 초음파검사를 하면 간단히 진단할 수 있다. 필요시 뇌 자기공명 영상검사, 자기공명 혈관조영술, 컴퓨터단층촬영 혈관조영술 등으로 경동맥 협착 정도를 확인할 수 있다. 

경동맥 협착이 진단되면 연령, 병력, 건강 수준 등을 고려해 협착 정도에 따라 치료법을 결정하게 된다.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에 대한 약물치료와 항혈소판제 치료 그리고 생활습관 교정으로 치료하고, 협착 정도가 심하면 경동맥 혈관성형술 및 스텐트 삽입술이나 경동맥 내막절제술 등을 하게 된다.

경동맥 협착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섭취하고 생선과 닭고기, 살코기를 적정 수준으로 섭취할 필요가 있다. 설탕과 소금 사용량을 줄이고 가공식품이나 포화지방 섭취도 줄여야 한다. 또한 금연과 절주를 실천하고, 적정 체중을 유지하며, 규칙적인 유산소운동을 주 3~4회 이상 하고, 스트레스 관리를 잘해야 한다. 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을 조기 진단해 적절히 치료하는 것 역시 경동맥 협착 예방에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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