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에 생긴 혈전이 폐 혈관도 막는다 [강재헌의 생생건강] 
  •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2.12.27 11:05
  • 호수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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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걷고 오래 앉아있지 말아야 심부정맥 혈전증 예방할 수 있어 

평소 당뇨병 치료를 받아오던 61세 남성이 5일 전부터 마른기침과 발열이 있어 해열제를 복용해 왔다. 그런데 이틀 전부터 왼쪽 다리가 붓더니 1시간 전부터는 갑자기 흉통과 호흡곤란이 있어 응급실을 방문했다.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T)과 왼쪽 다리의 색조 도플러 초음파 검사를 한 결과, 좌측 총대퇴정맥과 슬와정맥의 급성 심부정맥 혈전증과 폐 혈전색전증 진단을 받았다. 항응고제 투여와 폐 혈전색전증에 대한 치료를 받은 후 증세가 개선되었다.

심부정맥 혈전증은 몸의 심부(깊은 부위) 정맥 중 하나 이상에 혈전(혈액이 응고된 피떡)이 생기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주로 다리에 생기며, 다리에 통증이나 부종이 생길 수 있으나 증상이 없어 모르고 지내는 경우도 흔하다. 심부정맥 혈전증이 심각할 수 있는 이유는 정맥에 존재하는 혈전이 깨져 나와 돌아다니다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혈전이 혈관을 따라 이동해 폐로 가게 되면 폐로 가는 혈류를 막아 폐색전증을 유발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의 심부정맥 혈전증 발생 빈도는 서구인에 비해 2분의 1 내지 3분의 1 정도로 낮아 2020년 기준으로 성인 인구 10만 명당 연간 54건 정도 발생한다. 하지만 인구의 고령화로 인해 2011년에 비해 2020년의 유병률이 4배 가까이 높아지고 있으며, 향후 빠른 속도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심부정맥 혈전증의 위험요인으로는 혈액 응고 위험이 큰 질환자, 암환자, 심부정맥 혈전증 가족력, 외상 및 수술 환자, 버스·트럭·비행기 등을 타고 장시간 앉아있는 경우, 임신부, 비만, 고령자, 흡연자, 피임약 복용 등이 포함된다.

ⓒ시사저널 임준선
ⓒ시사저널 임준선

갑자기 호흡곤란·흉통 생기면 즉시 병원으로 

심부정맥 혈전증 증상으로는 다리의 부종, 통증, 피부색 변화, 다리의 열감 등이 있을 수 있지만, 아무 증상이 없는 경우도 흔하다. 하지만 심부정맥 혈전증의 치명적인 합병증인 폐색전증을 의심할 만한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갑작스러운 호흡곤란이나 흉통이 나타나고 맥박이 빨라지면서 기침에 피가 섞여 나오면 폐색전증을 의심할 수 있다.

도플러 초음파 검사로 간편하게 심부정맥 혈전증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또 정맥조영술, 컴퓨터단층촬영,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통해 심부정맥 혈전증 상태에 대해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 심부정맥 혈전증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부어 있는 다리를 심장 높이보다 올리고 압박 스타킹을 착용하며 항응고제를 복용한다. 심한 경우에는 혈전 제거술이나 혈전 용해술을 통해 빠른 시간 내에 혈전을 제거함으로써 막혀 있던 정맥의 혈류를 회복시킬 수 있다.

심부정맥 혈전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자주 걷고 다리를 꼬고 앉지 않아야 한다. 장거리 차량·열차·항공 여행을 할 때는 다리 스트레칭을 자주 해주고, 좁은 공간에서라도 자주 걷고 다시 앉는 것이 좋다.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금연을 실천하는 것 역시 예방에 중요하다. 비만한 사람은 체중을 조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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