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통계청장 유경준 의원 “문재인 청와대가 통계청 직원들 혼내…조작 정황 차고 넘쳐”
  • 김현지 기자, 이승주 인턴기자 (metaxy@sisajournal.com)
  • 승인 2023.10.01 10:05
  • 호수 1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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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 "정책 결과 좋지 않으면 오류 수정해야 하지만, 文정부는 되레 '통계가 잘못됐다'며 조작"

문재인 정부의 통계 조작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부동산·소득분배·고용 등 국민 경제와 직결된 주요 통계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김상조·김수현·이호승·장하성) 4명은 물론, 홍장표 전 경제수석과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등 문재인 정부 핵심 인사들이 수사 선상에 올랐다. 감사원은 이들이 포함된 청와대 12명, 국토부 3명, 통계청 5명, 한국부동산원 3명 등 무려 22명(중복 제외)에 대해 통계법 위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감사원은 9월15일 “문재인 정부 청와대 대통령비서실과 국토교통부 등은 통계 작성 기관인 통계청과 한국부동산원을 직간접적으로 압박해 통계수치 조작 등 각종 불법행위를 했다”고 발표했다.

ⓒ시사저널 박은숙

“한국부동산원 압박해 시세 조사 임의대로”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서울 강남병)은 15대 통계청장(2015년 5월26일~2017년 7월11일) 임기 당시부터 문재인 정부의 통계 왜곡을 꾸준히 지적해 왔다. 유 의원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원, 최저임금심의위원회 공익위원 등을 지낸 경제통이다. 9월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시사저널과 만난 유 의원은 이번 문제에 대해 “예견된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통계 조작 정황은 중간 감사 결과에 고스란히 담겼다. 문재인 정부의 국토교통부는 2019년 7월4일 한국부동산원 직원에게 서울 집값 매매 변동률 하향 조정을 지시했다. 그러면서 “제대로 협조하지 않으면 부동산원의 조직과 예산을 날리겠다”고 압박했다. 문재인 정부는 이를 포함해 △2017년 6월~2021년 11월, 청와대-국토교통부가 94회 이상 부동산원의 통계 작성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수치를 조작하고 △같은 기간 부동산원의 자료를 사전 제공 받으며 △2017년 2분기 가계소득이 감소세로 전환하자 취업자가 있는 가구 소득을 가중값으로 곱해 소득을 올린 뒤 이를 통계청장 보고·승인 없이 공표한 점 등 현행법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통계 조작 의혹은 ‘집값’을 계기로 확산했다. 부동산원의 통계가 민간시세와 터무니없이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당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발언이 도화선이 됐다. 김 전 장관은 2020년 7월23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한국부동산원의 통계를 기준으로 “집값이 11% 올랐다”고 말했다. 이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2020년 6월23일 KB주택가격동향 자료를 토대로 발표한 서울 아파트 중위값 변동과 무려 41%포인트 차이다. 당시 경실련은 “문재인 정부의 상승률은 과거 두 정부보다 5배 높았다”며 김 전 장관의 교체까지 요구했다.

정부 통계에 대한 의구심도 짙어졌다. 그도 그럴 것이 국토교통부-부동산원의 ‘주택가격동향조사’와 KB통계의 조사 방식은 다르다. KB통계 조사 방식은 실거래가격으로 조사하거나 해당 지역 부동산 중개업소가 조사표에 입력하는 식이다. 반면 부동산원의 경우, 전문조사자가 유사한 거래 사례 등을 활용해 표본가격을 매기는 방식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자의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가 부동산원을 압박한 것으로 중간 감사 결과 드러났다. 국토교통부가 부동산원에, 부동산원이 전문 조사원에게 지시를 내린 것이다. 유경준 의원은 “KB시세는 기본적으로 실거래가 위주로 조사하기 때문에 조작할 필요성이나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반면 국토교통부-부동산원의 경우 전문조사자 선정 역시 임의대로 할 수 있는 데다, 이조차도 무시하고 부동산원에서 바로 입력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라고 비판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의 부당 지시는 지속적으로 이뤄졌다. 부동산원은 당초 주 1회 주택가격동향조사 통계(확정치)를 발표했다. 그런데 청와대는 2017년 6월부터 서울 주택 매매가격에 대해 주3회(주중치, 속보치, 확정치)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제21대 총선(2020년 4월15일) 직전에는 보고 범위를 수도권으로 확대했다. 유경준 의원은 “주3회 보고에서 앞의 수치가 적게 나오면 뒤의 수치를 유도하는 식으로 조작의 정황은 차고 넘친다”라고 지적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연합뉴스·시사저널 임준선,이종현,박은숙

‘소득주도성장’ 필요 증거로 통계 활용

이러한 윗선의 질책과 통계 개입은 부동산원에서만의 일이 아니었다. 문재인 정부의 기본 경제정책 방향인 ‘소득주도성장’과 관련한 왜곡 문제도 제기됐다. 유경준 의원은 문재인 정부 임기 첫 해 두 달 여간 통계청장을 지내면서 이에 직면했다.

당시 장하성 정책실장과 홍장표 경제수석은 소득주도성장이 필요한 근거로 통계를 활용했다. 소득주도성장은 근로자의 임금 인상이 경제 성장으로 이어지는 '임금주도성장론'을 토대로 한다. 장 실장은 우리나라 고도성장기의 과실(果實)이 가계 대신 기업으로 돌아갔고, 이에 가계소득증가율이 기업총소득증가율보다 감소하고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홍 수석은 나아가 ‘한국은행의 노동소득분배율(피용자보수비율)이 수십 년간 하락했다’고 주장했다. 노동소득분배율은 전체 국민소득에서 노동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이와 관련해 유경준 의원은 2017년 5월을 다음과 같이 회고했다.

“장하성씨의 (소득주도성장과 관련한) 주장이 기사화됐다. 사실관계가 다른 내용이었다. 도저히 못 참겠더라. 2017년 5월18일 통계청 설명자료를 내고 두 가지 오류를 지적했다. 첫째, 가계소득 관련 통계는 통계청 자료고 기업총소득 증가율 자료는 한국은행에서 나오기 때문에, 두 자료의 기준 자체가 달라 비교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둘째, 과거보다 감소한 가구원수도 고려하지 않았다. 이로부터 3일 뒤 장하성씨가 대통령실 정책실장에 임명됐다. 이후 통계청 국장과 직원들이 나도 모르는 사이 청와대에 불려갔다. 들은 이야기이지만 장 실장이 ‘통계청 공식 자료에 학자(유경준 당시 통계청장)의 사견을 실으면 어떻게 하느냐, 똑바로 안 하느냐’ 등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참 큰일 날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했다. 후임인 황수경 통계청장도 청와대에 불려간 것으로 안다.”

홍장표 수석의 주장에 대한 반박도 이어졌다. 노동소득분배율은 임금근로자의 노동소득과 자영업자의 노동소득을 더한 후, 이를 국민소득(NI)으로 나눈 값이다. 한국은행은 여기에 자영업자의 노동소득을 포함하지 않는다. 그런데 홍 수석은 ①자영업자 노동소득을 포함했고 ②국민소득(NI) 대신 국민총생산(GDP)을 사용했다. 문제는 NI와 달리 GDP에는 고정자본소모가 포함된다는 점이다. 고정자본소모(감가상각)는 기업이 연구개발(R&D)에 사용하는 비용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서 노동소득분배율도 자동적으로 떨어지게 된다. 이와 관련해 유경준 의원은 “구체적인 검증도 없이 소득주도성장을 국가 정책으로 삼았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본질적 한계이자 불행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자영업자도 큰 타격을 받았다. 2017년 결정된 최저임금 인상률은 16.4%(2018년)다. 2019년(10.9%)에도 10% 이상 인상됐다. 주휴수당 등을 포함한 실제 임금 인상률은 2018~19년 약 50%라고 유경준 의원은 판단했다. 유 의원은 “우리나라 자영업자 비중(약 25%)이 해외(약 10%)보다 높은 점을 고려하지 않은 채 소득주도성장이 급조됐다”며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자영업자들이 구인난을 겪는 등 피해를 봤다”고 비판했다.

최저임금 인상 등을 기초로 한 소득주도성장은 분배 문제와 직결된다. 소득분배 관련 통계인 '소득 5분위 배율(최상위 20%의 평균소득을 최하위 20%의 평균소득으로 나눈 값)'은 사회 양극화를 가늠할 수 있는 만큼,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 성패와도 직결된다. 문재인 정부 초에는 최저임금 인상 등에 따른 분배 효과가 기대됐다. 하지만 ‘2018년 1/4분기 소득분배’는 역대 최고 수준으로 악화됐다. 이는 2017년 황수경 청장(2017년 7월12일~2018년 8월26일) 시절 30억여원을 들여 통계청 가계동향조사를 확대 개편한 직후의 일이다. 저소득층과 고소득층의 누락 등 표본 문제를 시정하기 위해 표본을 확대해 조사했는데, 그 결과 분배 상황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유경준 의원은 “이후 홍장표 수석이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의 원자료를 불법 유출해 당시 노동연구원과 보건사회연구원 박사에게 분석을 맡겼다”면서 “노동연구원은 개인정보를 이용해 가구조사에서 임금근로자만의 개인자료를 구축해 조사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근거해 문재인 대통령이 “10%는 소득이 나빠졌지만 90%는 소득이 개선됐다”는 발표를 하게 됐다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 표본에서 빈곤층 비율을 줄였다는 점이다. 당시 강신욱 통계청장은 2019년 130억여원을 들여 가계동향 표본을 다시 개편했다. 그 결과 월 200만원 이하 표본 비율은 무려 7.1%포인트 낮아졌다. 반면 △월 200만~400만원 미만 △400만~600만원 △600만~1000만원 △1000만원 이상 표본 비율은 기존보다 최대 4.0%포인트(200만~400만원 구간) 올랐다. 200만원 미만 표본을 제외한 나머지 200만원 이상 표본 비율은 모두 늘린 것이다. 불과 5년도 안 돼 국가 통계가 개편되거나 표본이 바뀐 것이다.

이에 따른 최대 피해자는 국민이다. 통계는 국가 정책 방향의 밑바탕이기도 하다. 유경준 의원은 우리나라가 ‘통계 후진국’으로 갈 수 있음을 우려하며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통계 문제를 계기로 문재인 정부의 본질적 한계가 드러났다. 정책 결과가 좋지 않으면 반성하고 오류를 수정해야 한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그러지 않았다. 되레 통계가 잘못됐다며 조작했다. 통계 조작·왜곡 문제가 생기면 한국 통계의 신뢰가 떨어진다. 그리스도 국가채무와 관련한 통계를 조작해서 국제 사회의 신뢰를 잃었다. 특히 정확한 소득 분배 수준이나 변화 추이가 ‘오리무중’이 된 점은 뼈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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