民主, 내년 총선 ‘호남 싹쓸이’ 재현 만만찮다…5대 변수 ‘주목’
  •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3.09.26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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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4월 호남 총선 화두는 ‘공천 혁신’…시한폭탄 공천룰
이재명 ‘사법리스크’ 최대 변수…‘친명’ vs ‘비명’ 공천 싸움
제3신당 파괴력, 찻잔속 태풍?…조국 전 장관 光州출마 가능성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호남지역 출마 예정자들이 여의도행 티켓을 잡기 위해 치열한 경쟁에 돌입했다. 하지만 지역 정치권의 시계(視界)는 흐릿하다. 총선 지형의 유동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서다. 국회의원 선거를 6개월 남짓 앞두고 정치적 변수가 적잖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 현실화 우려와 공천 혁신 실현 여부, 제3세력의 파괴력, 민주당 내 친명계와 비명계 간에 ‘공천 싸움’이 대표적이다. 이 같은 5대 변수는 기존 일당 독점체제의 민주당이 이번 총선에서 어느 정도 의석을 차지할지에 귀결된다. 현재 광주·전남북 국회의원 자리는 28석이다. 민주당은 지난 21대 총선에서 호남 전체 의석 가운데 전북 무소속 1석을 제외하고 싹쓸이했다. 

호남지역 인구 유출 현상이 여전히 심각해 올해 1·2분기에만 8490명이 타 지역으로 빠져나갔다. 이 가운데 20대가 4034명으로 절반가량을 차지했으며 광주에서 3개 시도 중 가장 많은 2238명의 인구가 유출됐다. 광주시내 전경 ⓒ광주시
민주당은 지난 21대 총선에서 호남 전체 28석 가운데 전북 무소속 1석을 제외하고 27석을 독차지했다. 하지만 내년 총선에서도 민주당이 4년 전의 ‘호남 싹쓸이’를 재현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장담키 어렵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광주시내 전경 ⓒ광주시

정치 시계(視界) ‘흐릿’…변수 많아 총선지형 유동성 커져

우선 거론되는 총선 변수는 ‘현역 물갈이 폭’이다. 야권 텃밭인 광주·전남북에서는 ‘정권 심판론’과 함께 ‘현역 심판론’ 여론 또한 비등하다. 이는 초선이 다수인 현역 의원들의 무능에서 기인한다. 중앙정치에서의 존재감이 전무하다시피해 호남정치를 주변부로 전락시켰다는 것이다. 현역 교체론이 힘을 받을 경우 적게는 5∼6명, 많게는 10명 안팎이 물갈이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제21대 총선에서는 18명의 지역구 의원 중 광주(7명)와 전남(8명)에서 모두 15명, 비율로는 83%가 새얼굴로 교체됐다. 반면 호남 국회의원 중 현역 최다선이 3선에 불과해 중앙정치 무대에서 무게감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아 유권자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미지수다. 지난 20~21대 호남 총선에서 ‘묻지마 물갈이’가 호남정치의 실종이라는 후폭풍을 불러왔다는 지적은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진짜 국회의원은 재선 이상’이라는 여의도 속설이 이번엔 먹혀들지, 아니면 또다시 물갈이가 재현될 지 주목된다.

지역 정치권에선 내년 총선의 화두로 ‘공천 혁신’을 제시한다. 그러나 사법리스크에 노출돼 있는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민주당이 현역 뱃지들의 반발을 이겨내고 혁신 공천을 밀어붙일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그나마 민심과 당심을 모두 포용할 수 있는 공천룰을 얼마나 정교하고 보편타당하게 만들어낼 지가 관건인 셈이다. 지역정가 한 관계자는 “현역 교체를 위해 무리하게 공천할 경우, 지역 정치권의 거부감이 클 뿐 아니라 공천 잡음으로 무소속 후보가 어부지리로 당선될 수도 있다”며 “공천(룰)은 그야말로 시한폭탄”이라고 말했다.

이를 반영하듯, 벌써부터 민심의 실망감을 바탕으로 한 ‘제3지대 신당’을 통한 야권발(發) 정계개편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민주당을 탈당한 무소속 양향자 의원과 금태섭 전 의원의 신당 창당이 현실화하고 있다. 그들은 창당이후 첫 행선지로 호남행을 선택했다. 2016년 총선 당시 국민의당 ‘녹색 돌풍’의 학습효과다. 하지만, 호남 민심이 이들의 ‘제3당’을 반길지는 의문이다. 20대 총선에서 제3당 역할을 해달라며 광주와 전남 전체 18석 가운데 16석을 몰아줬던 ‘국민의당’이 호남 민심의 기대를 저버렸기 때문이다. 결국 제3신당의 파괴력이 찻잔속에 태풍에 그치면서 호남에서의 민주당 ‘일당 독점체제’가 다시 공고화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오히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신당 창당 후 광주에 광주 출마할 가능성이 있다는 정치권 일각의 시나리오에 관심이 쏠린다.  

 

호남 민심 전략적 선택·역동성이 최대 변수

거야(巨野) 민주당 내 역학구도 또한 최대 변수 중 하나다. 총선을 앞두고 사법리스크로 공천권을 쥔 당 대표의 거취가 안갯속에 놓이면서다. 이재명 대표 체제가 내년 총선 때까지 계속 유지돼 공천권을 행사할 것인지가 불확실하다. 그의 유고(有故)를 상정한 ‘플랜B’ 논의도 무성하다. 이에 호남에서 현역 의원과 입지자들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이른바 줄을 잘못 설 경우 공천경쟁에서 심각한 내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vs ‘비이재명’ 전선도 뚜렷해지는 양상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친명 원외 정치인과 비명 현역 의원 사이에서 미묘한 파워게임마저 감지된다. 일부 친명계 정치인들이 이 대표의 의중, 이른바 ‘이심(李心)’을 앞세워 비명계 현역 의원들의 지역구 점령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 대표에 대한 동조 단식 참여 여부를 총선 출마예정자의 성향과 계파를 감별하는 계기로 삼고 있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6월 귀국한 이낙연 전 대표가 정치활동 재개에 신중한 모습이어서 친낙 정치인들로 대표되는 비명계의 세가 크게 위축되는 분위기다.

호남 민심의 전략적 선택과 역동성을 최대 변수로 꼽는 이들도 많다. 호남 민심이 지난 총선은 물론 과거 민주당 독점 구도에서도 대폭 현역 물갈이와 최소 3~4명의 무소속 당선자를 배출해 왔다는 점에서 동력과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관측이다. 지난 18대 때는 20개 의석 가운데 강운태(광주 남구), 박지원(목포), 이윤석(무안·신안), 김영록(해남·완도·진도)후보 등 4명이 민주당 바람 속에서도 무소속으로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따라서 이번 총선에 나서는 무소속 출마자들이 어느 정도 의석을 차지할지가 민주당 독점체제 유지 여부를 가르는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역 물갈이 폭과 맞물려 올드보이들의 성적표도 주요 관심사 중 하나다. 목포와 해남·완도·진도 출마를 저울질하던 4선 국회의원 출신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최근 해남에 전입을 마쳤다. 여기에 ‘대선후보’ 정동영, ‘6선’인 천정배 전 국민의당 대표, 3선 출신 ‘예산통’ 장병완 전 의원, 여기에 문재인 정부 국무총리를 지낸 이낙연·정세균 전 총리, ‘행정 전문가’ 강운태·이용섭 전 광주시장, 대학총장 출신 양형일 전 의원 등 돌아온 중진들이 직접 링에 오르거나 일부는 신예들의 정치적 멘토를 자청하고 있다. 지역정가 관계자는 “돌아온 중진들이 경륜을 통해 주변부로 추락한 호남 정치를 다시 중심부로 견인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불모지 호남에서 교두보를 마련할지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서의 여세와 ‘서진(西進)정책’ 등을 통해 호남에서 최소 1~2석의 정치적 진지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적의 본진인 호남에서 국민의힘 천하람·이정현(전남 순천), 정운천(전북 전주을) 등 세 사람의 ‘이변’ 여부가 태풍의 눈이다. 특히 순천에서 천하람(37)과 이정현(65)의 쌍끌이 카드가 참신함과 노련함의 시너지를 얼마나 낼지 주목된다. 이들이 출마할 경우 각각 법조인 출신 소병철·서동용 의원의 대항마로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순천은 전주와 함께 호남지역에서 유일하게 보수당 국회의원을 배출한 지역으로, 민주당 텃밭에서 공식이 통용되지 않는 곳이다. 공진성 조선대(정외과) 교수는 “내년 총선은 현역 의원 물갈이와 혁신 공천, 그리고 호남에서 제3지대 신당의 바람이 얼마나 불지가 관전 포인트다”며 “하지만, 민주당도 광주·전남북 각 지역구에 새로운 인물들이 많지 않다는 한계를 안고 있어 지역 유권자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현재로선 빈익빈 부익부식 정치지형이 예상되지만, 아직 변수가 많은 만큼 결과를 섣불리 예단하기가 어렵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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