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부당 내부거래 혐의로 세아에 과징금 32억원 부과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3.09.25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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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 감수하며 총수 일가 개인회사에 할인 판매
이태성 사장은 고발 대상서 빠져…“직접 지시 정황 못 잡아”
유성욱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감시국장이 2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업집단 ‘세아’ 계열회사들의 부당내부거래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32억 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며 세부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성욱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감시국장이 2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업집단 ‘세아’ 계열회사들의 부당내부거래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32억 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며 세부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업집단 세아가 부당 내부거래 혐의로 과징금 32억원을 물고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5일 세아 소속 세아창원특수강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32억7600만원(잠정)을 부과하고 세아창원특수강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세아창원특수강이 스테인리스 재인발(강관의 외경과 두께를 줄이는 가공) 업체인 계열회사 CTC에 원소재인 스테인리스 강관을 다른 고객사들에 비해 상당히 낮은 가격으로 판매한 혐의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태성 세아홀딩스 사장은 세아홀딩스 체제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목적으로 2014년 본인이 지분을 100% 소유한 HPP를 설립하고, 이듬해 CTC를 인수하게 했다. CTC를 통해 현금을 벌어들여 HPP가 세아홀딩스 지분을 취득하게 하기 위해서다.

이후 세아창원특수강은 2016년 1분기부터 2019년 2분기까지 총 14회 분기 중 12회에서 정상 할인액(㎏당 400원)보다 더 높은 할인액(㎏당 1000원)을 적용해 다른 비계열사 대비 상당히 낮은 가격으로 CTC에 판매했다. 이 과정에서 세아창원특수강은 CTC만 달성할 수 있는 방식으로 물량 할인 제도를 설계해 제공했는데 다른 기업에는 이런 할인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리지도 않았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이렇게 할인 판매한 스테인리스 강관의 규모는 총 4422톤(t)이며, CTC는 26억5000만원의 경제상 이익을 취했다.

세아창원특수강의 지원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CTC의 매출액은 2015년 92억원에서 2017년 263억원으로 뛰었다. 2018년부턴 재인발 업계 매출액 1위 사업자로 올라섰다.

반면 세아창원특수강은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CTC에 대한 세아창원특수강의 영업이익률은 2014년 30.5%, 2015년 20.2%에서 2016년 –5%로 급감한 것이다. CTC가 덩치를 키우는 동안 세아창원특수강이 영업 적자를 감수한 셈이다.

유성욱 공정위 기업집단감시국장은 “물량 할인 제도라는 외형을 갖췄더라도 계열사 지원을 목적으로 설계·시행되는 등 그 자체가 합리성이 없는 것이라면 부당 내부거래에 해당할 수 있음을 확인한 것”이라며 “대기업 집단 계열사들이 특수관계인 개인 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궁극적으로 특수관계인에게 부를 이전시키고 특수관계인 계열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한 행위를 적발·제재했다는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세아특수강과 HPP에 각각 21억2200만원, 11억5400만원의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다만 공정위는 이태성 사장이 이번 거래에 직접 지시한 정황을 잡지 못해 개인 고발은 하지 않고, 법인에 대한 고발만 했다고 설명했다.

유 국장은 “자연인을 고발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증거가 필요한데 이 사건은 이태성 사장이 지시·관여한 사실이 객관적 자료로 확인되지 않아 법인만 고발했다”며 “이 사건 물량 할인 제도 신설의 주된 목적이 편법적인 경영권 승계보다는 CTC의 수익 개선에 있는 점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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