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식, ‘9·19 군사합의 폐기하자’는 발언은 매우 경솔하고 정략적”
“靑 용산 이전 발표? 저도 언론 보도 보고 알았다…의견 교환 전무”
최근 한반도의 외교·안보 상황은 시시각각 변하는 모습이다. 최근 윤석열 정부의 기조로 한·미·일 3국 공조가 긴밀해지면서 북·중·러 ‘신냉전’ 고착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대북강경 기조가 이어질 경우 한반도를 중심으로 무력충돌이 발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 안보를 책임져야 할 신원식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쿠데타 발언’을 비롯한 각종 망언으로 도마에 올랐다. 오히려 국민들의 불신을 받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현실을 진단하기 위해 시사저널은 9월18일 김도균 전 수도방위사령관을 찾았다. 예비역 육군 중장인 김 전 사령관은 2018년 9·19 군사합의 당시 국방부 대북정책관(육군 소장)으로 한국 측 수석대표를 맡아 북측과 협상을 진행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국가안보실 국방개혁비서관을 지냈다. 1984년 육군사관학교에 입학(44기)했고, 2022년 수도방위사령관을 끝으로 전역했다. 전역 후에는 2023년 6월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했다. 지금은 고향인 강원 속초·인제·고성·양양에서 차기 총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김도균 전 수도방위사령관은 인터뷰에서 신 후보자를 향해 “국방부 장관으로서 정상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제가 국방부에서 같이 일했던 ‘과거 신원식’과 ‘정치인 신원식’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고 비판했다. 또 신 후보자의 ‘9·19 군사합의 폐기’ 기조에 대해서도 “경솔하고 정략적”이라며 “남북이 합의를 어떻게 준수해나갈 것인지를 오히려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발생한 각종 재난에 대해서도 고위공직자들의 ‘책임회피’를 원인으로 꼽으며 “실질적인 위기관리시스템 구축을 통해 재난 재발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정부의 대통령집무실 용산 이전에 대해서도 “저는 당시 수방사령관이었음에도 언론보도를 통해 알았다. 사전에 의견 교환이 전혀 없었다”며 “졸속 이전의 문제점이 여전히 그대로 남아있다”고 직격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12·12 쿠데타’ 발언 등으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신 후보자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지.
“신 후보자와는 과거 국방부 정책실에서 함께 근무한 적이 있다. 그때의 신 후보자와 최근 정치인으로서의 신 후보자가 ‘같은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놀랍다. 특히 12·12나 5.16 군사쿠데타처럼 역사적 평가와 헌법적 판단이 명확한 사실조차 부정하는 것을 보며, 앞으로 국방장관으로서 정상적인 임무수행이 가능할 것인지 의문도 든다. 또 을사늑약을 체결한 매국노 이완용을 두둔하는 언행은 도를 넘은 위험한 역사관을 가진 것으로 생각된다.”
신 후보자는 9.19 군사합의를 폐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9.19 합의 주역으로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매우 경솔하고 정략적인 언행이라고 생각한다. ‘9.19 군사합의’는 지금까지 남북 간 군사적 긴장완화와 신뢰구축을 위한 실질적 안전핀 역할을 해왔다. 그럼에도 ‘9.19 군사합의’ 파기를 운운하는 무분별한 언행들은 결코 국익과 국민 안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9.19 군사합의’는 폐기를 운운해야 할 사안이 아니다. 남북이 어떻게 합의를 준수해 나갈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면서 반드시 지켜 나가야할 중요한 사안임을 명심해야 한다.”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에 대해선 어떻게 보는지.
“국가적으로 어려운 문제들이 산적한 시기에 ‘독립 영웅’을 대상으로 ‘역사 논쟁’을 넘어서 ‘이념 논쟁’까지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매우 안타깝다. 오직 조국의 광복을 위해 싸웠던 독립영웅를 이토록 모욕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독립군과 광복군을 대한민국 국군의 뿌리로 삼아야 한다는 우리 사회의 ‘준엄한 합의’를 무시하는 행위는 당장 중단돼야 한다. 지금이라도 불필요한 이념논쟁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은 대대적인 이념 전쟁을 펼치고 있고, 그 중심에 ‘반공’이라는 가치가 자리하고 있다. 관련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현 시기에 ‘반공’이라는 단어를 끄집어내 이해할 수 없는 ‘이념 논쟁’을 하고 있는 현 정부의 행태를 보며 우려스러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지금은 철 지난 ‘이념 논쟁’으로 우리 국민들을 갈라치기 하는데 힘을 쏟을 시기가 아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국제정세에서 국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일에 국정 운영을 집중시켜야 한다.”
최근 ‘오송 참사’, ‘잼버리 사태’ 등 윤석열 정부의 위기관리 대응 능력도 도마에 올랐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된다고 보는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발생한 ‘이태원 참사’, ‘오송 참사’, ‘잼버리 사태’ 등은 국가공무원으로 봉직한 입장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일들이다. 모든 부처는 위기·갈등 상황에 대비해 ‘위기관리매뉴얼’이 있다. 하지만 최근 발생하고 있는 대형 사건들은 주요직위자들의 무관심과 책임회피, 그리고 관계기관들의 낮은 주인의식이 가장 큰 문제였다고 생각한다. 이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더 실질적인 위기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능력 있는 인재도 포진시켜야 한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관련 수사외압 논란도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전직 사령관 출신으로서 무엇이 가장 큰 문제라고 보는지.
“해당 논란 관련한 일련의 사태에 대해 유감스러운 마음을 감출수 없다.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절차는 초기단계에서 지극히 정상적인 업무절차에 따라 이뤄졌다. 그런데 문제는 국방부장관 결재 이후 발생한 일련의 절차였다. 대통령 국가안보실, 국방부 장·차관, 국방부 법무관리관 등 정부의 핵심관계자들이 보여준 언행은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지금부터라도 사건 진상을 규명하고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북한 무인기 침투’ 사태 때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넘어가는 모습도 연출됐다.
“북한 무인기가 서울 상공을 몇 시간동안 침투한 초유의 사건에도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모습은 전례를 찾아 볼 수 없다. 명백한 현행작전 실패문제는 어떤 사안보다도 엄중하게 다뤄져야 한다. 해당 사태로 국가위기관리시스템은 물론 청와대 위기관리체계, 대통령 경호체계까지 심각한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또 국방부와 합참의 통합위기관리 대응체계에도 우려가 많이 남았다. 다시는 이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후속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윤석열 정부에서 지난해 대선 직후 청와대 대통령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수도방위사령관으로서 상황을 어떻게 평가했는지.
“당시 수도권 지역 작전책임을 맡고 있었던 저도 언론보도를 보고서야 청와대의 용산이전 사실을 알았다. 사전에 어떠한 의견 교환도 없었다. 개인의 집도 아니고 대한민국의 대표 국가기관을 몇 사람의 의견으로 ‘졸속 이전’ 결정 하는 것을 보면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더 당황스러웠던 것은 약 50일 내에 용산 이전을 완료하라는 통보였다. 전시 상황에서 전쟁 지도부가 이동하듯이 밀어붙이는 행태였다. 결국 이 같은 졸속 이전으로 많은 문제점들도 노출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