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문재인’ 평화정착 이어달리기 해야”
  • 김종일·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3.09.26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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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9·19 남북 군사합의 주역’ 김도균 전 수도방위사령관
“尹정부, 외교·안보정책을 ‘국익’ 위주로 결정한 게 맞는지 의심스러워”
“尹정부서 국내외 소통 사라져…野대표는 물론 北과도 소통 이어가야”
김도균 전 수도방위사령관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김도균 전 수도방위사령관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안보 질서가 급변하고 있다. 한·미·일 협력의 시대와 북·중·러와의 대립의 시대가 함께 열리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 한반도를 단층선으로 신냉전 구도가 뚜렷해지면서 우리가 사는 이 땅의 평화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 캠프 데이비드의 한·미·일 3각 공조 강화는 한국 외교의 전환점이 됐고, 그렇게 한국 외교는 시험대에 섰다.

두 발을 현실에 딛고 대비하며 대응해야 하는 분야가 바로 외교안보다.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보고, 차가운 머리로 분석해야 한다. 그래서 시사저널은 9월18일 김도균 전 수도방위사령관을 찾았다. 엄혹하고 급변하는 안보 위기를 현장에서 다룬 전문가이기도 하지만, 군 장성 출신으로는 이례적으로 야당에 서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안보에는 만에 하나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말처럼 지금의 외교·안보 노선을 어떻게 하느냐에는 국가의 존망이 달려 있다. 다양한 시선과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예비역 육군 중장인 김 전 사령관은 2018년 9·19 군사합의 당시 국방부 대북정책관(육군 소장)으로 한국 측 수석대표를 맡아 북측과 협상을 진행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국가안보실 국방개혁비서관을 지냈다. 1984년 육군사관학교에 입학(44기)했고, 2022년 수도방위사령관을 끝으로 전역했다. 전역 후에는 2023년 6월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했다. 지금은 고향인 강원 속초·인제·고성·양양에서 차기 총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김 전 사령관은 이날 인터뷰에서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 대해 “정권 출범 1년이 지나고도 여전히 모호하다”며 “‘국익’을 중심에 두고 결정한 것인지 매우 의심스럽다”고 직격했다. 이어 대북 상황에 대해서도 “2017년 전쟁직전까지 치달은 위기상황보다도 더 불안하고 위험한 상황”이라고 진단하며 “‘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문재인’ 평화정착 이어달리기를 해야 한다”고 정부에 촉구했다.

김도균 전 수도방위사령관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김도균 전 수도방위사령관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군사안보 전문가들은 대부분 민주당이 아닌 국민의힘에 입당하는데, 왜 민주당을 선택했는가.

“부모님이 흥남철수 작전 때 피난 온 실향민 2세였고, 저도 6.25 전쟁 수복지구에서 성장했다. 그런 만큼 전쟁의 참혹함을 온몸으로 느꼈다. 때문에 다시는 이 땅에 전쟁이 반복돼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 시절 ‘판문점 선언’과 ‘9.19 군사합의’ 체결·이행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하며, 한반도의 지속가능한 평화를 만드는 일에 인생을 바쳐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 ‘전쟁과 평화’의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진 민주당과 함께 하겠다고 판단했다.”

입당 기자회견에서 키워드로 ‘평화안보’와 ‘평화경제’를 강조했다. 어떤 취지였는지.

“저는 실향민 2세로서 누구보다 전쟁의 참상을 잘 알고 있어 ‘평화안보’가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해왔다. 평화는 안보문제로만 머물러선 안 되고 지역 또는 국가의 경제문제와 직·간접적으로 연계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우리 설악권은 접경지역의 평화문제가 지역주민들의 민생에 깊숙이 연관돼있어 그 무엇보다 ‘평화 경제’가 중요한 만큼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강원 속초·인제·고성·양양 출마를 결정했는데 지역 민심은 어떤지.

“속초·인제·고성·양양 지역은 지난 20년간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 적이 없는 험지다. 하지만 지역주민들은 누가 더 지역사회의 변화와 혁신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인지를 냉정하게 판단하시리라 생각한다. 지역의 다양한 현안들을 용기 있게 대변하고, 그동안 해결하지 못했던 군사 분야 규제 등을 앞장서서 해결해나갈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찾아 낼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 시점을 ‘한반도 안보 위기’ 상황이라고 짚었다. 지금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으로 보는지.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지 1년 반이 지나고 있는데 여전히 외교·안보정책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최근 정책들이 국익을 중심에 두고 결정한 것인지도 의심스럽다. 미국 편향적 외교와 친일적 외교행태로는 대한민국의 국익을 담보할 수 없다. 또 대북 강경정책으로도 한반도의 지속가능한 평화를 유지하기 어렵다. 남북 간 대결국면이 고조되는 등 불안정한 안보 위기상황을 방치해선 안 된다. 남북이 끊임없이 대화채널을 가동해야 한다.”

최근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라인은 ‘대북강경파’ 일색이라는 우려가 있는데.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어렵게 만들어 낸 ‘한반도 평화를 위한 발걸음’들이 하루아침에 무너졌다고 생각한다. 남북 간 강대강 대립상황을 만들어 우리 국민들의 안보불안감을 지속적으로 가중시키고 있고, 특히 접경지역일대에서는 지금이라도 무력충돌상황이 발생한다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위기감이 확대되고 있다. 2017년 전쟁직전까지 치달은 위기상황보다도 더 불안하고 위험한 상황이 아닌가 싶다.”

김도균 전 수도방위사령관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김도균 전 수도방위사령관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최근 한·미·일-북·중·러 신냉전 시대가 열렸다는 전망이 나온다. 양안문제 등 역내는 물론 역외 위협에도 한국이 휘말릴 가능성이 점쳐지는데.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미·일 우호관계가 동맹수준으로 강화되면서, 이에 따른 북·중·러의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한·미·일 삼각 공조체제는 미국 중심의 ‘대중견제 전략’에 필요한 우방국의 역량과 능력을 포괄하는 체제로 발전해, 우리 안보문제와 거리가 있는 ‘대만해협’이나 ‘남중국 영유권 분쟁’ 등에도 휘말릴 위험성이 있다. 여기에 3국이 군사동맹 수준의 안보협력체계 구축을 시도할 경우, 북·중·러와의 진영 대결이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신냉전 소용돌이의 중심에 한반도가 위치하게 되는 쓰라린 역사가 반복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외교안보 좌표와 전략은 무엇인지.

“일본의 대한민국에 대한 과거사 인식 변화와 진정성 있는 신뢰회복 노력 없이는 ‘한·미·일’ 또는 ‘한·일’ 군사협력 추진이 우리 국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또 한·미·일 3국 공조가 북·중·러의 군사협력을 견인해 이들의 결속을 강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더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윤석열 정부에게 ‘이것만큼은 꼭 하거나, 절대로 하지 말라’고 전할 메시지가 있다면.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국내외적으로 소통과 대화가 사라지고, 대립과 갈등이 급격하게 증폭된 모습이다. 정부가 출범한지 1년 반이 지났음에도 야당 대표와 대화는 한 번도 없었다. 또 북한과는 모든 대화채널이 완전히 차단돼, 위기상황에서도 서로 전통문 하나도 주고받을 수 없는 상태가 됐다. 지금부터라도 대화와 소통을 위한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 서로 대화를 시작할 때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또 지난 문재인정부의 한반도 평화를 위한 힘겨운 여정도 무시하면 안 된다. ‘판문점 선언’과 ‘평양 공동 선언’은 한반도의 지속 가능한 평화상태 유지를 위해 이어달리기가 필요한 역사적 과제다. 과거 ‘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로 이어지는 한반도 평화정착 이어달리기를 윤석열 정부도 함께 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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