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금 회수 빙자해 미술품 갈취한 MZ 조폭 ‘불사파’ 일당 검거
  • 이금나 디지털팀 기자 (goldlee1209@gmail.com)
  • 승인 2023.09.27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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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에 투자한 투자사 대표, 83년생 모임 ‘불사파’ 동원
“이자 더해 87억 내놔라” 갤러리 대표 감금·폭행·살해 위협
자칭 '불사파' 모임 ⓒ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제공
자칭 '불사파' 모임 ⓒ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제공

투자사 대표가 고가의 미술품에 투자한 돈을 돌려받겠다며 갤러리 대표를 감금·협박하는데 이른바 'MZ 조폭'을 동원했다가 경찰에 검거됐다.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갤러리 대표를 상대로 과도한 투자회수금을 요구하며 감금·협박한 투자사 대표 유아무개(30)씨 등 일당 9명 구속하고 27일 모두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유씨 등은 지난달 1∼2일 미술품 투자금을 회수하겠다며 갤러리 대표 A씨를 서울 서초구 유씨의 회사 사무실과 지하실, 차량 등지에 감금하고 살해 협박한 혐의(폭력행위처벌법상 공동감금·공동협박 등)를 받는다.

유씨 등은 지난 3∼4월 이우환 화백 작품 4점과 데이비드 호크니의 그림 1점에 모두 28억원을 투자하고 42억원으로 불려 돌려받기로 했다. 그러나 약속대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자 마음대로 이자를 정해 모두 87억원을 내놓으라고 했다.

이들은 A씨에게 87억원의 빚이 있다는 진술을 강요해 녹음하고 휴대전화에 몰래 위치공유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 추적한 혐의(위치정보보호법 위반)도 있다.

유씨 등은 지난달 3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갤러리를 찾아가 A씨의 머리를 여러 차례 때리고 갤러리에 있던 시가 3900만원 상당의 그림 3점을 빼앗기도 했다.

일당은 지난달 10일부터 이달 12일까지 모두 645차례 연락하며 A씨를 괴롭혔다. 지난 5월에는 이자 명목으로 3400만원 요구해 받았다. 이달 13일에는 A씨 남편이 운영하는 병원에서 1인 시위를 하겠다고 협박해 2억1000만원을 뜯어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유씨가 동원한 조폭 3명을 불사파 조직원으로 파악했다. 불사파 조직은 2년 전 1983년생 또래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범서방파·이천연합파 출신과 그들의 추종세력으로 구성된 불사파는 2021년 전국 조직을 결성해 정기적으로 지역별 모임을 하며 친목을 다졌다.

불사파는 영화 '넘버3'에서 송강호가 만든 '불사파'의 이름을 따 만들었다고 한다. 이들은 전신 문신을 하고, 일정한 직업이 없는데도 강남의 고급 아파트에 거주하며 고가의 외제차를 몰고 다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불사파 조직원들이 이권에 개입한 다른 범행이 있는지 계속 수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신종 MZ 조폭에도 폭력행위처벌법상 단체 등의 구성·활동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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