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안 만난다는 尹…與, 이재명 향해 “오만한 방탄 전략”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3.10.01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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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李 제안한 ‘민생 영수회담’ 맹폭하며 “국민께 사과부터”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월19일 서울 강북구 수유동 국립 4·19민주묘지에서 열린 제63주년 4·19혁명 기념식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악수한 뒤 이 대표 앞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월19일 서울 강북구 수유동 국립 4·19민주묘지에서 열린 제63주년 4·19혁명 기념식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악수한 뒤 이 대표 앞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은 구속 위기에서 기사회생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에 영수회담을 제안한 데 대해 '또 다른 방탄 전략'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1일 논평을 내고 이 대표의 '민생 영수회담' 촉구에 "아직 벗어나지 못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집중된 여론을 희석하려는 얄팍한 속셈"이라며 "또 다른 방탄 전략임이 뻔히 보인다"고 맹폭했다.  

강 수석대변인은 "진짜 민생을 위한다면 자신의 체포동의안 가결로 90여 개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고 일하는 국회로 회복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떼쓰기식 영수회담보다 여야 대표 회담을 통해 민생에 대해 치열히 논의할 적기"라고 강조했다. 

김민수 대변인도 "팽개쳤던 민생을 운운하며 방탄용 영수회담을 입에 담으니 '사심불구'(蛇心佛口·뱀의 마음으로 부처의 입을 흉내 내는 꼴)"라며 "여당을 패싱하는 오만한 발상을 멈추고, 김기현 대표가 여러 차례 제시한 여야 회담 자리로 나와 민생을 살피라"고 꼬집었다.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의 과거 발언을 꺼내들어 '내로남불'이라고 비판했다. 

박 정책위의장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지금의 홍 원내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의 수용을 촉구하지만, 4년 전의 홍 수석대변인은 정반대"라며 "여당 때는 영수회담을 구시대 유물이라고 거부하더니, 야당 때는 외상값 맡겨놓은 것처럼 재촉한다"고 반박했다. 

민주당 수석대변인이던 홍 원내대표는 2019년 5월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에 영수회담을 제안하자 "일대일 영수회담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 제왕적 총재가 있었을 때 했던 것"이라며 반대한 바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월28일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을 찾은 홍익표 원내대표와 면담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월28일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을 찾은 홍익표 원내대표와 면담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국민의힘은 또 민주당이 이 대표의 구속영장 기각을 계기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파면을 촉구하며 탄핵까지 거론하는 점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민수 대변인은 "거대 야당 수장의 범죄 혐의를 밝히고 조사한 것에 괘씸죄를 묻겠다는 것인가"라며 "민주당은 권력에 만취해 '권력형 주폭(酒暴)'을 일삼는 '적폐 카르텔'일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4일간의 단식 후 병상에서 회복 치료 중인 이 대표는 추석 당일인 지난달 29일 페이스북에 "윤석열 대통령님께 민생 영수회담을 제안드린다. 최소한 12월 정기국회 (종료) 때까지 정쟁을 멈추고 민생 해결에 몰두하자"며 "대통령님의 전향적인 결단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지난해 8월 당 대표 취임 직후와 올해 신년 기자회견 등 여러 차례 윤 대통령에 영수회담을 제안했지만 결국 성사되지 않았다. 대통령 취임 1년4개월 동안 야당 대표와 단독 회동 또는 다자 방식으로 만남을 갖지 않은 것은 민주화 이후 최장 기록이다.   

대통령실은 이 대표의 이번 제안에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그동안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인 이 대표와 일대일 회담을 하는 것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이는 검찰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를 대통령이 따로 만나는 것은 어떤 형태로든 부적절하며 불필요한 해석을 낳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이번에도 여론 추이 등을 살피며 일단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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