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표 팔아먹은 고름”…이재명, 비명에 칼 빼들까?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3.10.03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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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름은 살 안돼’ 각 세우는 친명…당내서도 ‘가결파 색출’ 후폭풍 우려
이재명의 과제는 ‘비명 조치’ 아닌 ‘보선 승리’?…“통합 리더십 보여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 이후에도 체포동의안 가결 후폭풍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민주당 내 강성 친명(친이재명)계에선 가결을 주도한 비명(비이재명)계를 ‘고름’이라 비판하며 ‘숙청’까지 요구하고 있다. 반면 일각에선 당 분열을 우려, 이 대표에게 통합의 리더십을 바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와 관련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는 이 대표가 당무 복귀 후 어떤 선택을 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서울중앙지법이 27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 뒤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7일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 앞에서 발언을 마친 뒤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중앙지법이 9월27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 뒤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7일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 앞에서 발언을 마친 뒤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친명계는 ‘징계촉구’, 개딸들은 ‘문자폭탄’

친명계로 채워진 민주당 지도부는 체포동의안 가결 투표가 해당행위라는 것에 대해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 특히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가결파 색출의 선봉장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정 최고위원은 이 대표의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 직후인 9월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가결파를 향해 “제 나라 국민이 제 나라를 팔아먹었듯이 같은 당 국회의원들이 자기 당 대표를 팔아먹었다. 상응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징계 가능성도 예고했다.

정 최고위원은 9월27일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검찰과 한통속이 돼 이재명 구속을 열망했던 민주당 가결파 의원들은 참회하고 속죄해야 한다”며 “통렬한 반성과 사과를 요구하고 반드시 외상값은 계산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연휴 기간인 2일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퉁치고 합? 퉁합과 통합은 다르다’, ‘고름은 살이 되지 않는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비명계 색출을 촉구했다.

친명계인 서은숙 최고위원도 1일 페이스북에서 “가결표 색출은 반대하지만, 당대표가 구속되지 않았다고 해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유야무야 넘어가는 것도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가결 사태 이후 새로 선출된 홍익표 원내대표도 9월26일 당선 소회를 밝히면서 “일부 당원, 지지층에서 문제 제기한 것에 대해 잘 알고 그런 부분을 책임 있게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원외에서도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 관련 반발이 거세다. 친명계 원외 조직 ‘더민주 혁신회의’는 비명계 핵심 인물들의 출당 요구는 물론, 친명 중진인 조정식 사무총장에게까지 ‘가결 사태의 책임이 있다’며 사퇴와 총선 불출마를 1일 요구했다. 여기에 당내 강성 당원들도 비명계 의원들의 영구제명을 촉구하고 있다. 특히 일부 당원들은 이원욱 의원 등에게 ’인간쓰레기, 탈당하세요’ '매국노' '수박(겉은 민주당 속은 국민의힘)' 등의 원색적 비난이 담긴 문자폭탄까지 돌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2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이 대표 지지자들이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2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이 대표 지지자들이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결표 색출시 파장 커질 우려도…이재명은 침묵

다만 이 같은 당내 움직임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9월27일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반명 의원들을 색출해서 징계한다는 것은 지양돼야 한다”며 “이재명 대표는 통합의 정치로 당을 단결시키고 강한 민주당을 만들어서 윤석열 폭정과 투쟁하는 그런 민주당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 발 나아가서 윤석열 정권에 대항하기 위해서 반윤, 범진보 세력의 단결을 해 나가야 된다”고 덧붙였다.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2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정청래 최고(위원)가 이렇게 (가결파 색출과 징계 예고를) 얘기한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 정청래 의원은 그냥 개인 의원이 아니라 친명 지도부고 수석 최고위원 아니냐“며 “무기명 비밀투표였는데 가결표 던진 의원들을 색출해서 징계하겠다는 건 불가능하고 당론으로 (부결투표 방침을) 정하지도 않았다. (징계하면) 파장이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비명계 의원들도 가결표 행사는 민주당을 위한 판단이었다며 맞서고 있다. 이원욱 의원은 9월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이번에 (체포동의안을) 가결한 의원들 덕분에 민주당은 방탄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며 가결 투표가 명분 있는 행위였다고 강조했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도 9월25일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최근 당내 가결파 색출 조짐에 대해 “자기주장을 남에게 강요하는 것은 독재”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같은 당내 상황과 관련해 직접적 언급 없이 침묵을 지키는 모습이다. 당내에서도 이 대표가 직접 나서서 비명계 징계 등 결단을 내릴 가능성은 적다고 보는 분위기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이미 당내 다른 친명계 인사들이 이 대표의 의중을 살피며 직접 행동에 나선 만큼 이 대표까지 직접 메시지를 낼 필요는 없다”며 “현 시점에선 이 대표가 통합의 리더십을 보이는게 정무적인 최선의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일각에선 내년 총선 수도권 민심의 바로미터인 10·11 보궐선거도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이 대표가 비명계에 대한 조치보다 당내 화합에 집중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다른 야권 관계자는 “이 대표는 단식 여파로 건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보궐선거 지원을 위해 최대한 빨리 복귀 의사를 밝히고 있다”며 “이 대표의 메시지도 비명계에 대한 결단보다는 보궐선거 지원에 맞춰서 나오지 않겠나”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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