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 사태’ 언제까지 계속될까 [김상철의 경제 톺아보기]
  • 김상철 경제 칼럼니스트(전 MBC 논설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10.09 10:05
  • 호수 17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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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톡·강남 언니·삼쩜삼·직방 등 법적 분쟁, 왜?…혁신 플랫폼과 기존 이익단체의 갈등에 우려 

법무부는 9월26일 법률 종합 포털 ‘로톡’에 가입한 변호사들에 대한 변호사협회의 징계 처분을 취소했다. ‘로톡’은 의뢰인이 자신에게 맞는 변호사를 직접 찾아 법률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만든 온라인 플랫폼으로 2014년 출시됐다. 변호사의 전문성과 수임료, 상담 후기, 해결 사례 등 관련 정보 일체가 공개된다. 소규모, 저예산의 법률 자문을 원하는 이용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기존 법조계의 반감이 컸다. 변협은 “변호사의 무한경쟁이 변호사에게 부여된 법치의 수호와 사회정의의 실현이라는 가치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법률 서비스 플랫폼 ‘로톡’ 운영사인 로앤컴퍼니 엄보운 이사(오른쪽)가 10월4일 서울 로앤컴퍼니 강남사옥에서 대한변호사협회 징계 취소 결정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법률 서비스 플랫폼 ‘로톡’ 운영사인 로앤컴퍼니 엄보운 이사(오른쪽)가 10월4일 서울 로앤컴퍼니 강남사옥에서 대한변호사협회 징계 취소 결정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비대면 진료 플랫폼’ 두고도 갈등 지속

로톡 가입 변호사 징계 사건의 쟁점은 로톡에 가입해 활동한 변호사의 행위가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을 위반한 것인지의 문제였다. 법무부 징계위는 “로톡은 변호사와 소비자가 ‘연결될 수 있는 장’을 제공할 뿐, 특정 변호사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서비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광고비 지급 여부와 관계없이 로톡 가입 변호사 전원을 노출한다는 점과 상담 과정에서 수수료를 받지 않는 점 등의 이유도 판단의 근거로 들었다.

변호사들에 대한 변협의 징계는 변호사들을 상당히 위축시켰던 것으로 보인다. 한때 4000명에 가까웠던 로톡 가입 변호사 수가 지금은 약 2200명까지 줄었다고 한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변협의 징계는 처음부터 무리였다. ‘로톡’이 출범하면서부터 변호사협회는 이를 ‘변호사 소개 및 알선 행위를 금지한 변호사법 위반’이라고 주장하며 제동을 걸기 시작했고 여러 차례 고소와 고발을 병행했다. 하지만 그동안 검찰과 경찰은 모두 혐의가 없다고 판단해 왔다. 무혐의 결론이 나온 것만 6번이었다. 변협은 공정거래위원회에도 로톡을 전자상거래법과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신고했으나 역시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오히려 공정위는 변협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처분을 내리기도 했다.

변협은 급기야 변호사 업무 광고 규정을 개정해 법률 플랫폼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막으려 했지만, 이것도 헌법재판소의 일부 위헌 결정을 받았다. 법무부의 징계 취소 결정으로 ‘로톡’은 이제 하나의 고비를 넘긴 셈이지만 그렇다고 앞으로 변협이 자세를 바꿔 ‘로톡’의 확장을 방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로톡과 변협의 갈등은 ‘혁신과 기득권의 충돌’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다. 기존 시스템과 새로 등장한 플랫폼 간 갈등은 지금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대표적인 서비스는 의사가 환자를 직접 만나지 않고 전화나 화상을 통해 상담하고 약을 처방하는 비대면 진료 플랫폼 사업이다.

하지만 9월1일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계도 기간이 종료됐다. 그리고 불과 한 달여 만에 비대면 진료 플랫폼 29개 중 절반 이상이 문을 닫았다고 한다. 원칙적으로 비대면 초진과 약 배송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시행되고 있는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은 재진 환자를 중심으로 허용하고 처방 약은 약국을 직접 방문해 받는 것을 골자로 한다. 재진 환자는 해당 의료기관에서 같은 질환에 대해 추가로 진료를 받는 경우다. 만성질환자의 경우 대면 진료를 받은 지 1년 이내, 그 밖의 질환은 동일 증상으로 30일 이내에 대면 진료 기록이 있어야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이를 위반하는 경우에는 의료기관에 보험급여 청구액 삭감 등의 제재가 가해진다.

사실상 서비스 범위가 동네 의원과 재진 환자 위주로 축소되고 약 배송도 금지하는 엄격한 조건이 붙게 된 것은 의사협회와 약사협회의 반발 때문이다. 의사협회는 안전성 문제를 들어 비대면 초진 진료에 대해 허용할 수 없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고 약사들은 약 배송을 막는 데 주력했다. 결국, 정부와 국회는 비대면 진료를 지금처럼 진료 범위를 제한해 시범사업으로만 허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코로나 기간인 2020년 2월 이후 한시적으로 허용됐던 비대면 진료는 나름의 효과와 안전성을 보여줬다고 평가받고 있다. 지난 3년간 국민 1419만 명이 3786만 건의 진료를 받았다. 국민 3명 중 1명 정도가 이 서비스를 이용했지만 사소한 실수 몇 건 외에 의료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아쉽지만 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비대면 진료는 앞으로 자리를 잡기 어려울 것이다.

‘로톡’과 비대면 진료 외에도 현재 플랫폼 기업이 직능단체와 갈등을 빚고 있는 경우가 많다. 성형 정보 플랫폼인 ‘강남 언니’는 비급여 진료비 정보 공개에 관한 문제를 둘러싸고 대한의사협회와 갈등 중이다. 의협은 ‘강남 언니’가 성형 전문 병원들의 광고를 게재하는 것에 대해 의료행위 알선 등의 의료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세금 신고와 환급 도움 서비스 플랫폼인 ‘삼쩜삼’은 세무사회와 갈등을 겪고 있다. 세무사회는 이미 2020년, ‘삼쩜삼’과 제휴 관계에 있는 세무사 7명에게 징계 처분을 내렸고, 이어 세무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해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다. 부동산 업계에선 부동산 서비스 플랫폼인 ‘직방’과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간에 분쟁이 벌어지고 있다. 모두가 기존 이익집단과 플랫폼 혁신이 충돌하는 모습이다.

 

‘혁신’이 소비자 선택도 못 받고 사라진다면…

이해할 수 없는 일은 아니겠다. 이익단체는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존재한다. 생존에 조금이라도 위협이 될 수 있다면 변화를 환영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다른 나라에선 되는데 우리만 못 하는 사업이라면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플랫폼 기업의 새로운 시도가 저지될 때마다 어김없이 ‘제2의 타다’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승합차를 활용한 차량 호출 서비스인 ‘타다’는 6월1일 대법원에서 드디어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지만 이미 시장 평가를 받을 기회는 사라진 후였다.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우버도 에어비앤비도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자리를 잡지 못했다. 혁신이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보지도 못하고 규제와 기존 업계의 반발 속에 후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플랫폼 기업의 진입과 확산은 시간문제다. 갈수록 영역도 넓어진다. 이용자의 지지를 받으며 그 대상을 확대하고 있는 플랫폼 사업은 디지털 경제 시대에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당장 제한한다고 해서 근본적인 변화의 흐름을 막을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기득권층의 반발을 줄이면서도 이용자의 편익을 극대화할 것인가에 대한 방법의 문제일 것이다. 규제 당국의 비상한 각오가 필요한 것은 물론이다. 야당과의 전선을 만드는 데는 주저하지 않는 한동훈 장관이지만 로톡에 대한 법무부의 결정이 내려지기까지는 무려 9개월이 걸렸다. 보통은 3개월이면 결정을 내리는 과정이고 뻔한 결론이 예상되는 데도 그랬다. 힘이 있는 이익집단일수록 혁신을 위한 규제 개혁이 어렵다. 입시학원이나 일부 시민단체를 이권 카르텔로 규정해 제재하는 수준과는 차원이 다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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