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지 않는 삼성 에어컨 ‘결함 논란'
  • 오종탁 기자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20.07.22 14:00
  • 호수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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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서비스센터 콘드 결함 시인…삼성 측 “열교환기 문제로 단정할 수 없다”

삼성전자의 에어컨 결함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 제품 애프터서비스(A/S)를 담당하는 삼성전자서비스의 일부 지역센터가 최근 에어컨 결함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시사저널 취재 결과 확인됐다. 그럼에도 삼성전자 본사 측은 여전히 ‘결함은 없다’며 대외적으로 무대응 전략을 고수하는 모습이다. 

제보와 가전 업계 반응 등을 종합해 보면, 삼성전자서비스는 현재 전면 무상 수리나 리콜 요구로 번질 수 있는 에어컨 실외기 열교환기(콘덴서, 일명 콘드) 결함 논란을 일축하며 통상적인 A/S 방식으로 대응 중이다. 무상 수리는 없고, 고객들에게 특별 할인 혜택을 주는 것처럼 안내하며 수리비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시내 아파트 베란다에 설치된 삼성 에어컨 실외기 ⓒ시사저널 최준필
서울 시내 아파트 베란다에 설치된 삼성 에어컨 실외기 ⓒ시사저널 최준필

결함 인정하면서도 되레 수리비 요구 

2014년 삼성전자 에어컨(Q9000)을 같이 구매한 제보자 A씨와 A씨 시부모는 바로 다음 해인 2015년부터 매년 에어컨에서 찬바람이 나오지 않는 문제로 고통을 겪었다. 삼성전자서비스뿐 아니라 사설업체를 통해서도 에어컨 수리를 받았으나, 해결 방안은커녕 정확한 원인조차 알 수 없었다. 임시방편으로 냉매가스만 충전해 여름 동안 버틸 뿐이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서비스 수리기사는 지난달 A씨 집을 찾아 “이유를 알 수 없는 문제”라며 “사설업체 수리기사를 불러 냉매가스를 충전하고 다시 증상이 악화하면 연락 달라”고 말하고 돌아갔다. 

다음 날 방문한 사설업체 수리기사는 전혀 새로운 진단을 내놨다. 그는 “콘드 불량 같으니 삼성전자에 연락해 리콜을 받으라”고 권유했다. A씨는 “무척 놀랐고 배신감이 느껴졌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제품 결함에 대해) 얘기해 준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매년 같은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고 냉매가스 충전 비용을 소모하고 연차휴가까지 불필요하게 사용하는 등 A씨가 입은 피해는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A씨를 더욱 황당하게 만든 것은 이어진 삼성전자서비스의 태도였다. 사설업체 수리기사의 진단을 바탕으로 A씨가 문제를 제기하자 삼성전자서비스 측은 마지못해 콘드 불량을 인정하면서도 별도의 교체비를 요구했다. 제품의 근본적인 결함과는 관계없이 ‘구입 후 2년’이란 무상 A/S 기간이 지났으니 수리비를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원래 콘드를 교체하는 데 몇십만원 들지만, 부품값을 제하고 9만원만 받겠다’는 생색을 곁들였다. A씨가 부당함을 호소하자 삼성전자서비스 관계자는 “보상해 줄 수 있는 기준이 없다. 유상으로 수리해야 한다”는 대답만 반복했다. 

삼성전자 에어컨 콘드 결함을 둘러싼 피해는 A씨만의 일도, 어제오늘 일도 아니다. 그럼에도 삼성전자에서 공식적으로 문제를 인정하거나 해결책을 내놓은 적은 한 번도 없다. 삼성전자서비스 차원에서 사전점검 프로모션과 유상 A/S 등을 통해 문제로 불거진 건에 대해서만 임기응변 식으로 조치해 왔을 뿐이다. 

2016년 6월 삼성전자서비스 수리기사의 권유로 에어컨 콘드를 교체했다는 한 인터넷 블로거는 “삼성전자서비스 팀장이란 사람이 직원 할인을 적용해 25% 싸게 콘드를 교체해 주겠다더라”면서 “결국 15만원 정도를 내고 콘드를 바꿨다”고 전했다. 

삼성전자서비스는 2018년 여름을 앞두고도 고객들에게 “사전점검서비스를 실시한다”며 전화한 뒤 선제적으로 콘드를 바꿔줬다. 이때도 무상 수리는 아니었다. 원래 20만~30만원가량인 콘드 교체비를 5만원으로 낮춰준다며 마치 혜택을 제공하는 것처럼 설명했다. 당시 시사저널은 단독으로 관련 문제를 보도하면서 삼성전자서비스 수리기사들이 고객 집을 방문해 △에어컨 콘드 결함이 있는 게 사실이다 △특정 기간 내 생산된 제품에서 콘드 결함 문제가 발생한다고 직접 말한 점 등을 밝혀냈다(시사저널 6월20일 기사 참조). 

어떤 수리기사는 “(제조회사를 막론하고 모든 에어컨의) 콘드가 동(銅) 재질이었다가 2009년쯤부터 알루미늄으로 만들기 시작했다”며 “그래서 그때 이후 생산된 제품들 중에선 (부식 때문에) 가스가 새는 경우가 왕왕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가스가 새는 문제라면 콘드 재질이 알루미늄인 사실과 큰 상관이 없다. 가스는 알루미늄으로 된 콘드 날과 닿지 않기 때문”이라며 “혹시라도 알루미늄 부분이 발수(發水)코팅 미비로 인해 부식돼, 가스가 통하는 동관(銅管)에까지 영향을 미쳐 가스가 샜을 여지는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 외 제품들에서 해당 문제가 심화됐다는 소리는 못 들어봤다”고 반박했다. 

민간 소비자 피해 상담기관인 소비자고발센터 게시판을 보면, 올해 들어서도 A씨와 비슷한 피해를 입었다는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역시 2014년 삼성 에어컨을 구매한 뒤 찬바람이 나오지 않는 문제를 겪어왔고, 최근 A/S를 받았다는 한 피해자는 “지난 3월 삼성전자서비스센터로부터 사전점검서비스를 받고 냉매가스도 충전했는데, 날씨가 더워져 에어컨을 켜니 또 온풍기였다(찬바람이 나오지 않았다)”며 “수리기사가 콘드 문제라 교체해야 한다면서 원래 교체비가 24만원인데 삼성전자 지원으로 9만원에 해 준다고 하더라”고 밝혔다. 또 다른 피해자는 “앞서 10년 가까이 쓴 타사 에어컨은 고장 한 번 없었는데 삼성 제품은 사고 나서 계속 말썽”이라며 “삼성전자는 (제품 결함에 관해) 인정할 건 인정하고 리콜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2018년 시사저널 취재에 응한 삼성전자 관계자는 자사 소속 수리기사들의 발언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한 바 있다. 에어컨 콘드 결함은 없으며, 단순히 본사-일부 수리직원 간 소통 문제에서 비롯된 해프닝이라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시사저널에 제보한 A씨의 최근 사례는 과거의 삼성전자 측 반응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A씨는 “(찬바람이 안 나오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던) 첫 번째 수리기사 말고 좀 더 경력이 많은 두 번째 기사는 내가 콘드 불량 이슈에 관해 묻자 직접 검색하며 확인해 보더니 ‘문제 됐던 실외기 모델이 맞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에어컨 실외기 열교환기(콘덴서, 일명 콘드) ⓒ네이버 블로그 ‘즐거운펌핑’
에어컨 실외기 열교환기(콘덴서, 일명 콘드) ⓒ네이버 블로그 ‘즐거운펌핑’
에어컨 실외기 열교환기(콘덴서, 일명 콘드) ⓒ네이버 블로그 ‘즐거운펌핑’
삼성전자서비스 홈페이지에 올라온 에어컨 자가점검 안내 영상 ⓒ삼성전자서비스

반복되는 결함에 소비자들 ‘부글부글’ 

아울러 A씨가 거듭 강하게 문제를 제기하자 삼성전자 측은 해당 지역 삼성전자서비스센터장과 수리기사를 A씨와 A씨 시부모 집으로 보내 무상으로 콘드를 바꿔줬다. 센터장이 A씨 집 에어컨은 확실치 않더라도 시부모 집 것은 콘드 결함이 맞다고 밝혔다고 A씨는 전했다. A씨는 “우리 집 에어컨의 경우 (콘드 결함이 맞다고 했던) 두 번째 방문 수리기사와는 또 상이한 진단이었다. 그런데도 예방 차원이라며 콘드를 교체해 줬다”며 “시부모 집 에어컨 콘드에 결함이 있었음은 명백히 확인된 셈”이라고 했다. 

공식 A/S센터 책임자가 에어컨 콘드 결함을 사실상 인정한 부분에 관해 묻자 삼성전자 측은 “콘드 결함은 없다는 기존 입장에서 변한 게 없다. 어떤 수리기사가 결함이 있다고 안내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잘 모르는 상황에서, 혹은 개인적 판단에 따라 그렇게 말했는지는 모르겠으나 당황스러울 따름이다. 그 일부가 회사의 공식 채널은 분명히 아니다”고 강조했다. 

또 “에어컨 냉방이 약한 증상이나 (고객) 체감상 냉방 불만의 원인은 설치 환경에 따라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으며, 열교환기의 문제로 단정할 수 없다”면서 “지난해 수리기사 직접고용을 시행한 뒤 체계적인 (A/S)교육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에어컨의 콘드 결함 논란과 관련해 “경쟁사 에어컨에서는 거의 제기되지 않는 문제”라며 “삼성전자 측에서 직접 밝혀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2013~2015년’ 등 어느 기간 내 생산된 제품에서 콘드 결함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설(說)들이 있는데, (삼성전자에서) 다 내놓고 속 시원히 해명하지 않으면 ‘문제 있는 제품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쉬쉬하려 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소비자원 “국내 에어컨 피해 구제 신청 4년간 1251건” 

“냉방기기 사용을 국민 건강·생명과 직결된 기본적인 복지로 봐야 한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이렇게 언급했을 정도로 에어컨은 여름철 필수 가전이 됐다. 에어컨 수요가 늘어나면서 그만큼 A/S나 품질 등과 관련해 피해를 보는 소비자도 많아졌다. 

한국소비자원이 시사저널 의뢰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접수된 에어컨 피해 구제 신청은 총 1251건이었다. 연도별로는 2016년 210건, 2017년 327건, 2018년 379건, 2019년 335건 등으로 집계됐다. 에어컨 관련 소비자 상담 건수는 지난 한 해 동안만 7251건에 달했다. 2016년(6492건), 2017년(8065건), 2018년(8981건)에도 많았다. 

에어컨에 관한 소비자 상담이나 피해 구제 신청은 단연 여름철에 집중된다고 소비자원은 설명했다. 에어컨 사용과 구매, 설치 등이 몰리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소비자원이 파악한 피해 유형은 설치 지연, 설치비 과다 청구, A/S 불만, 냉방 불량 등이다. 

올해 여름 역대급 무더위가 예고된 가운데 에어컨 피해도 예년 못지않게 빈발할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위니아에이드 등 에어컨 제조업체들은 올여름 에어컨 수요가 증가할 것에 대비해 지난달부터 에어컨 생산라인을 풀가동 중이다. 

소비자원은 소비자들에게 피해 예방을 위해선 에어컨을 구매할 때 계약조건을 꼼꼼히 확인하고 설치 후에도 제대로 작동하는지 즉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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