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아베] “아베 떠나도 한·일 관계 개선 쉽지 않다”
  • 임수택 객원편집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9.08 10:00
  • 호수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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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 마쓰시타 정경숙 숙두 오카다 구니히코에게 듣는
‘포스트 아베’ 시대의 일본 

일본은 의원 중심의 내각책임제 국가다. 다수당이 집권하게 되고, 그 당의 총재(대표)는 총리가 된다. 집권 자민당의 아베 총리가 건강상의 이유로 총리직을 사임함으로써 9월15일 자민당 총재 선거가 실시되고, 이어서 17일 새 총리가 탄생한다. 자민당 총재 선거가 한국에서 초미의 관심을 끄는 이유는 단 하나, 아베 총리 체제에서 최악의 한·일 관계가 계속됐기 때문이다. 

5월4일 총리 집무실에서 아베 총리와 스가 관방장관(오른쪽) ⓒAP 연합
5월4일 총리 집무실에서 아베 총리와 스가 관방장관(오른쪽) ⓒAP 연합

자민당 총재 선거에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국회의원과 당원 전체가 참여하는 방식과 이번처럼 긴급 상황이 발생한 경우 국회의원과 도도부현(광역자치단체) 대표들만 참여하는 방식이 그것이다. 후자의 경우, 당 소속 국회의원 396명과 전국 47개 도도부현에서 각각 3표씩 141표가 더해져 총 537표로 치러지게 된다.

자민당은 파벌 정치 구조다. 각 파벌의 좌장이 누구를 지지하느냐에따라 사실상 결과가 결정된다. 현재 가장 큰 파벌은 아베 총리가 소속되어 있는 ‘호소다파’다. 의석수는 98석으로 전체 24.7%다. 두 번째는 현 정권의 2인자인 아소 경제부총리 겸 재무대신 중심인 ‘아소파’다. 고노 다로 국방대신도 이 파벌에 속해 있다. 54석이다. ‘니카이파’도 47석이다. 세 파벌의 의석수가 전체 50%를 넘는다. 이 외에도 이번 총재 선거에 출마한 ‘기시다파’와 ‘이시바파’가 있다. 출마를 표명한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조회장이 이끄는 기시다파는 47석이다. 일본 국민 여론조사 인기 1위인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이 이끄는 이시바파는 17석에 불과하다.

기시다파와 이시바파를 제외한 나머지 5개 파에서 모두 스가 요시히데 현 관방장관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서, 9월3일 현재 스가 장관이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젊은 의원과 무파벌 의원들 사이에서 밀실 야합이라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지만, 오랜 정치 시스템으로 고착된 일본의 파벌 정치가 당장 바뀔 것 같지는 않다.

7년 이상 계속되어 온 아베 총리의 독주가 끝나고 새로운 총리 탄생으로 주변 국가와의 관계 변화가 주목되고 있는 시점이다. 시사저널은 일본의 차세대 정치 지도자 양성기관인 마쓰시타 정경숙(松下政經塾)의 1기 출신으로 마쓰시타 정경숙의 숙두(최고책임자)로서 다년간 젊은 정치 리더들을 양성해 온 오카다 구니히코 와세다대학 공공경영정책연구소 연구원에게 ‘포스트 아베’ 시대 일본의 길과 한·일 관계 전망을 물었다. 오카다 연구원은 현재 일본 대학에서 국제관계와 리더십을 강의하면서, 여야를 넘나들며 많은 정치인에게 정책 조언을하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을 맞이해 그와의 인터뷰는 9월2일과 3일에 걸쳐 서면을 통해 진행됐다.

오카다 구니히코 ⓒ오카다 쿠니히코 제공
오카다 구니히코 ⓒ오카다 쿠니히코 제공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갑자기 부상하기 시작했다. 아베 총리의 배려로 보아야 하는가.

“배려라기보다는 현실적으로 현 정권과 관련 있는 경제계·관계·정계가 (아베 체제의) 정책과 시스템의 연속성을 원하고 있는 결과라고 생각한다.”

호소다파·아소파·니카이파 등 주요 파벌에서 지지함으로써 차기 총재 선거 결과가 어느 정도 예측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렇다. 큰 변화가 없는 한 스가 관방장관이 거의 결정되었다고 생각한다.”

자민당 내 개혁세력과 젊은 의원들은 지방의 당원들이 모두 참여하는 선거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 지도부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이 당원과 국민들의 높은 지지를 받고 있으나, 자민당 지도부는 이시바 전 간사장과 거리를 두는 것 같다.”

당원과 국민들이 이시바 전 간사장을 지지하고 있음에도 당 지도부는 스가 관방장관을 지지하는 등 온도 차이가 있는데, 국민들의 반발은 없을까.

“일반적으로는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만약 스가 장관이 (총재에) 당선된다면 나름대로 (국민들에게) 인기를 얻을지도 모른다.”

만약 스가 장관이 당선된다면 독자적인 세력이 없기 때문에 아베 총리나 각 파벌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 자신이 원하는 정치를 하기가 어렵지 않을까 하는 전망이 나온다.

“스가 장관은 카리스마 넘치는 비전을 가지고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사람이 아니다. 원래 각 파벌이나 주요 인물들과 협의해 가면서 최적의 해법을 찾는 타입이다.”

차기 총리 탄생으로 자민당 내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까.

“큰 변화가 일어나지 않도록 안정적인 인물을 선택할 것이기 때문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다. 지금의 일본은 변화보다는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시기다.”

일본 국민들은 자민당의 파벌 정치를 어떻게 생각하나.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정책을 집행하는 데는 나름대로 효율적인 구조일지도 모르겠다. 일본은 대통령제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일본 국민들이 원하는 지도자상은 어떤가.

“젊은이들에게서는 고이즈미 신지로 의원이 인기가 있다. 또 이시바 전 간사장도 인기가 있다. 하지만 이 두 사람은 스포츠카를 혼자서 운전하는 타입으로, 많은 사람을 태우고 주의하면서 운전을 잘할 수 있을지엔 의문이 따른다. 스가 장관이 총리가 된다면 (차기 리더로) 고이즈미 의원을 등용할지도 모르겠다.”

다음 총리가 되는 사람은 현 아베 노선을 계승할까, 아니면 변화가 있을까. 예를 들면 집단적 자위권·헌법 개정·아베노믹스 등과 관련한 정책의 변화는 어떠한가.

“기본적으로는 그다지 바뀔 것 같지 않다. 총리만 바뀔 뿐 관료와 정책집단이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베노믹스가 앞으로도 유효할지는 모르겠다. 실질적으로는 끝났다고 본다.”

다음 총리의 최우선 과제는 무엇인가.

“뭐니 뭐니 해도 코로나19 문제 해결이다. 또 경제 활성화다. 이미 일본의 GDP는 연율 계산으로30% 정도 떨어지고 있다. 이 추세대로 계속되면 가을에는 도산이 계속돼 엄청난 일이 벌어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정권 지지율도 급락할 것이다.”

다음 총리의 임기가 내년 9월까지이기에 ‘과도기 총리’라고도 하는데.

“코로나 대처를 잘하고, 경제를 회생시킨다면 계속할 수도 있을 것이다. 향후 1년간의 성과에 달려 있다.”

내년 9월 이전에 국회를 해산하고 다시 선거를 치를 가능성은 어떤가.

“총리가 되고 나서 (새 내각의) 인기가 오르면 야당을 절멸시키는 차원에서 새롭게 선거를 치를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

야당의 경우 입헌민주당과 국민민주당이 하나가 되는 수순을 밞는 것 같은데.

“가능성이 있고, 또 실제 그렇게 움직이고 있다.”

두 정당이 합해지는 경우 정치 지형이 바뀔까.

“안타깝지만 두 정당이 합쳐져도 자민당에 비해 열세다. 정치 지형에는 별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일 간에는 한국 내 강제징용 일본 기업의 자산 현금화 문제, 위안부 문제 등 과제가 많다. 신임 총리 체제에서의 한·일 관계 변화를 어떻게 예상하나.

“만약 스가 장관이 총리가 되는 경우 아베 총리의 정책노선을 계속 유지할 것이다. 다른 후보가 총리가 되더라도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다.”

한·일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바람직한 방향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안타깝지만 한·일 관계는 레이더 조준 사건에서 상징적으로 보듯이 지금 최악의 상황이다. 한국 정부의 코로나19 방역대책에 대한 평가와는 별도로 일본에서는 현 한국 정부 정책에 대해 그리 (좋은) 평가를 하지 않는 것 같다. 일본은 안전보장상 미사일을 목표로 하는 국가와 가까운 파트너를 하기가 쉽지 않다. 경제적으로 한국은 일본의 중요한 파트너 국가지만, 중·일 관계처럼 (한·일 관계도) 딜레마가 있다. 한·일 관계 개선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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