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라임’ 김봉현 “여당 정치인에게 억대 로비” 체포 前 녹취록 입수
  • 유지만·조해수 기자 (redpill@sisajournal.com)
  • 승인 2020.11.1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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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춘에게 2억5000만원 줬다” “기동민 의원에게 억대 자금 줬다” 주장
김영춘 “전혀 사실 아니다”, 기동민 “금품 받은 적 없다” 부인

시사저널은 ‘라임자산운용펀드(라임) 사태’로 구속기소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체포되기 전 최측근과 통화한 녹취록을 단독 입수했다. 통화 녹취는 김 전 회장이 도주 중이던 올해 3월20일과 체포되기 3일 전인 4월20일에 이뤄졌다. 김 전 회장이 최근 공개한 옥중편지의 신뢰성이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이 녹취록은 체포 전 김 전 회장의 ‘날 것’ 그대로의 생각을 보여줄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사실 여부에 대해서는 수사가 진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녹취록에는 △체포 전 여당 정치인에 대한 선택적 폭로 △여당 정치인에 대한 로비 △도주 중 검찰 측에게 도움을 받은 정황 및 검찰 로비 △산업통상자원부 로비 등에 대한 상세한 내용이 담겨 있다. 시사저널은 이를 연속 보도한다.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지난 3월 도주 중 측근에게 전화를 걸어 “여당 정치인 비리에 대해 언론에 폭로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과정에서 해당 여당 인사들의 실명과 건네진 자금의 규모 등을 언급하고 있다.

김 전 회장의 체포 전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광주MBC 사장 출신인 이강세 전 스타모빌리티 대표를 통해 김영춘 국회 사무총장,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 김갑수 전 열린우리당(더불어민주당 전신) 부대변인 등 여당 정치인에게 로비를 했다고 밝혔다. 이는 김 전 회장이 최측근 A씨에게 ‘언론에 야당은 빼고 여당 정치인에 대한 로비 정황만 흘리라’고 지시하는 과정에서 언급됐다.([단독] ‘라임’ 김봉현 “야당은 빼고 여당만 다 조져버릴 테니까” 체포 前 녹취록 입수 -https://www.sisa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207607)

왼쪽부터 김영춘 국회 사무총장,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대표) ⓒ연합뉴스
왼쪽부터 김영춘 국회 사무총장,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대표) ⓒ연합뉴스

김봉현 : 2016년도 선거 때도 민주당 김, 김모 의원, 장관 인사. 부산에 모 유력 의원. ○○○식당 가갔고(가서) 돈 준 것들 있다고 얘기해.

A씨 : 알겠습니다.

김봉현 : 실제로 형이 돈을 줬다고 그때 그거.

A씨 : 네, 네.

김봉현 : 형은 2억5000(만원) 줬으니까. 뭔 말인지 알았냐?

A씨 : 예.

김봉현 : 누구냐면 부산, 그 해수부(해양수산부) 장관 김영춘이야. 그때 당시는 완전히 XX이었거든. 선거 동원돼서, 그 돼 버렸잖아, 그때 부산에서 김영춘한테 직접 형이랑 가갔고(가서) 돈 주고 왔단 말이야.

 

김 사무총장은 2016년 20대 총선에서 부산진구 갑에 출마해 당선됐다. 김 전 회장은 녹취록에서 김 사무총장에게 직접 돈을 전달했다고 했지만, 김 사무총장은 지난 10월30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봉현이라는 사람을 모르며, 돈을 받은 적도 없다”고 밝혔다. 김 사무총장 측은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로비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면서 “김 전 회장이 검찰 조사나 법정에서 김 사무총장과 관련한 로비를 언급하면 (명예훼손, 위증죄 등)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김봉현 : 그리고 저 기동민이한테는 두 차례에 걸쳐서 거의 억대(억원대 자금) 갔어. 한 세 차례 갔겠구나. 그 선거, 선거할 때.

 

기 의원은 2016년 20대 총선에서 서울 성북구 을에서 당선됐고, 2020년 21대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현재 김 전 회장은 체포 전과 달리 기 의원에게 돈을 준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강세 전 대표가 검찰 조사에서 “김봉현이 기 의원에게 수천만원을 건네는 것을 직접 봤다”고 진술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왔다. 이에 대해 김 전 회장은 11월5일 입장문을 통해 “기동민 의원에게 돈을 준 사실이 없으며, 그 증거 또한 없다”고 주장했다. 

 

김봉현 : 그리고 이들이 누구냐 하면 저 이강세 플러스 김갑수, 기동민, 이수진. 이수진이라고 저 뭐냐 의료연맹위원장 있어. 걔. 그리고 금융노조위원장 또 있어. 그것들 이제 야인일 때 만들어진 폰타나 모임이라고 있어. 필리핀 모임. 거기에 또 이강세가 주축이야. 필리핀 폰타나 리조트. 그 비행기 탄 근거들이 다 있어. 뭔 말인지 아냐?

 

A씨 : 예, 예, 예.

 

김갑수 전 부대변인은 2002년 16대 대선에서 노무현 대통령 후보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인터넷선거특별본부 방송국장을 지냈고, 2006년 열린우리당 부대변인, 2016년 20대 총선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에 등록했다. 김 전 부대변인은 최근 이강세 전 대표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사저널은 입장을 듣기 위해 김 전 부대변인에게 수차례 전화를 했지만 받지 않았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은 2014년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을 지냈고 21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이 의원은 로비와 관련한 시사저널의 질의에 답변을 하지 않았다.

 

김봉현 : 그리고 이강세가 강기정(당시 청와대 정무수석) 만나러 직접 청와대까지 들어갔다 왔고. 청와대 출입기록 보면 알겠지?

A씨 : 네.

 

김 전 회장은 지난 10월8일 “이강세 (전) 대표가 지난해 7월 강기정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전달하겠다고 해 5000만원을 쇼핑백에 넣어줬다”며 “(이 전 대표가) 연락을 받고 청와대로 들어간다고 해서 (돈이) 전달된 모양이구나 하고 생각했다”라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강기정 전 수석은 “만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5000만원 수수는 새빨간 거짓”이라고 부인했다. 강 전 수석은 김 전 회장을 위증죄와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김 전 회장의 입장은 체포 전후로 180도 바뀌었다. 김 전 회장은 10월21일 옥중편지를 통해 “기○○ 의원, 김○○ 의원, 이○○ 의원은 2016년경 만났던 일이고 라임펀드 관련해서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입니다”라고 밝혔다.

녹취록에서도 여당 정치인과 라임 사태의 연관성은 찾아보기 힘들다. 김 전 회장은 라임 사태가 터지기 오래 전부터 이강세 전 대표-여당 정치인과 유착을 맺고 정기적으로 상납을 해 온 것으로 보인다. 즉, 김 전 회장은 이 전 대표와 여당 정치인들의 ‘스폰서’ 역할을 한 것이다. 특히 선거 과정에서 억대의 돈이 여당 정치인에게 건네진 정황이 나왔다. 즉, 여당 정치인이 라임 사태와 무관하더라도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는 것이다.

 

김봉현 : 2014년도부터 계좌로 한 달에 기본 1000(만원)에서 2000만원씩은 계속 넘어가. 쓰라고 준 거야.

A씨 : 예.

김봉현 : 몇 억(원)도 형이, 내가 준 거야. 빌린 것처럼 해갖고. 또 저기 이것저것 그냥 집에 가서 자금으로 쓰라고. 그렇게 쭉 주기적으로 이어져 왔어. 이해했냐?

A씨 : 예, 예.

김봉현 : 음, 그러니까 싹 잡아넣어.

 

김 전 회장과 이강세 전 대표-정치인의 관계는 십 수 년 간 지속돼 온 것으로 보인다. 녹취록을 보면, 김 전 회장은 18년 전인 2002년 민주당(더불어민주당의 전신) 대통령 경선을 언급하고 있다.

 

김봉현 : 이강세가 옛날 노무현 바람 불 때, 노무현 최초 광주 (민주당) 경선 할 때, 노무현 소위 말하는 당선 대담(후보자 토론회)할 때, 경쟁자들 할 때 이강세가 진행을 했어. 그건 따져보면 나올 거 아니냐?

A씨 : 네.

김봉현 : 그때 노무현이 말을 기가 막히게 해갖고(해서) 그때부터 광주에서 바람이 일었는데, 그때 이강세가 지 선배, 저 프레스센터장 선배 부탁에 의해 가지고, 걔가 그 대담 진행을 하는,  대담자료를 ○○○ 줘버렸어.

김봉현 : 미리. 그런 것도 있고. 다 집어넣어. XX새끼들.

 

녹취록에는 야당 정치인이 등장하지 않는다. 체포 후 김 전 회장은 옥중편지를 통해 “라임펀드 판매 재개 관련 청탁으로 우리은행 행장 로비 관련해서 검사장 출신 야당 유력 정치인 변호사(윤갑근 국민의힘 충북도당위원장) 수억 지급 후 실제 이종필과 우리은행 행장·부행장 등 로비 이뤄졌고 면담 시 얘기 했음에도 수사 진행 안됨”이라면서 “야당 정치인 관련 청탁 사건은 제가 직접 돈을 지급한 사실이 없습니다. 실제로 라임펀드 관계사인 모 시행사 김○○ 회장이 2억을 지급하였고 그와 관련으로 실제로 로비가 이뤄졌음을 제가 직접 들었고 제가 직접 보았습니다”라고 밝혔다.

김봉현 전 회장의 변호인 측은 “일각에서 계속 김 (전) 회장 진술 신빙성을 탄핵하고자 그러는 것 같다”면서 “대부분 핀트가 안 맞는 주장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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