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은 되는데 국악원은 왜? [송혜진의 시론]
  • 송혜진 숙명여대 문화예술대학원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11.27 17:00
  • 호수 162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립국악원이라는 곳이 있다. 국가 음악원으로서의 역사는 1500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로 따지면 내년에 70년을 맞는 유서 깊은 국가기관이다. 옛 음악의 전통을 오늘에 전하고, 그 전통을 동시대와 널리 공유하며, 미래의 문화자산으로 가꾸는 일을 하고 있다. 건축물이나 공예, 미술작품 등 유형 유물과 달리, 사람에서 사람으로 이어지는 공연예술은 그것을 ‘몸소 하는 사람’이 사라지면 그 전통도 고스란히 흔적을 잃고 만다. 그런 연유로 나라에서는 오랜 세월 동안 전문기관을 두어 그 예술 유산이 제대로 대물림될 수 있도록 보살펴왔다. 그럼에도 국립국악원 얘기를 꺼내면 국립박물관은 알아도, 국악원이 있는 줄 몰랐다는 이들을 자주 만난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국립국악원 © 시사저널 임준선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국립국악원 © 시사저널 임준선

국립박물관은 전국에 퍼져 있어, 자주 가지 않더라도 박물관이 어디 있는지, 무엇을 하는 곳인지를 웬만한 이들은 다 안다. 모든 사람의 역사문화 향유 공간으로 자리 잡은 국립박물관들은 최근 다양한 예술 프로그램을 기획하면서 점차 국민 다수를 위한 복합문화기관으로 기능을 확장해 가는 중이다. 평소 우리나라의 유형문화 대표 기관으로서 국립박물관이 있다면, 그에 짝이 되는 무형문화 대표 기관이 국립국악원이라고 믿고 있는 터라 ‘왜 국립국악원은?’이라는 의문을 자주 품는다. 국립국악원도 국립박물관처럼 전국에 퍼져 있으면서 ‘국악 전승 기관’ 역할뿐만 아니라 온 국민이 우리 음악 문화를 좀 더 친근하게, 자연스럽게 향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다.

국립국악원은 1951년부터 1991년까지 유일의 국가 음악원이었다가, 전북 남원(1992)과 전남 진도(1995), 부산(2004)에 차례로 문을 열었다. 지방의 국악원 설립 지역 선정은 ‘국립국악원 전국화’라는 종합계획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특정 지역의 지속적인 ‘간청’이 성사된 결과라는 추측이 많다.

그래서인지 우리 지역에도 국립국악원이 있으면 좋겠다는 사람이 차츰 늘어나면서, 최근 지역 차원의 국립국악원 유치 움직임이 활발하다. ‘우리 지역이야말로 지방 국립국악원 설립의 최적지’라며 뜻을 함께하는 이들과 연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역사문화 지역으로서의 강점, 지역 예술인의 연고, 지역민들의 문화 향유 욕구와 소외의 정도, 타 지역과 다르게 운영하겠다는 전략을 들어보면 저마다 타당한 면이 있다. 아마도 각 지역의 이런 노력과 ‘간청’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고, 어떻게 해서든 우리가 먼저 유치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별별 수고를 아끼지 않을 것이다. 

이 분야 종사자로서 뒷짐만 진 채 ‘아무나 이겨라’라고 지켜보기 민망하다. 지역 국립국악원 설립에 대한 중앙정부의 계획이 명확하게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유치를 위한 지역들의 이런 노력이 과연 바람직한지도 되짚어보게 된다.  

사실 전통공연예술 진흥을 위한 논의 자리에서 ‘1도 1국악원 설립’의 필요성이 제기돼 온 지는 오래됐다. 국립중앙박물관과 여러 지역의 박물관 체제처럼 돼야 한다는 요청이었다. 박물관과 국악원이라는 본연의 성격에는 차이가 있지만, ‘지역의 대표적인 공공 문화시설로서 균등한 문화 향유 기회를 제공하고, 자유로운 접근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논리가 다를 수는 없다.

그럼에도 전국에 46개(2018년 기준)나 설립, 운영 중인 국립박물관에 비하면 국립국악원의 현황은 미미하다. 무작정 기관의 세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이렇게 노력하면 유치할 수 있을 거야’라는 희망을 품고 ‘모종의 힘’에 연줄을 대며 ‘감성 모드’로 접근하려는 지역의 수고로움을 줄여 주고, 유형과 무형의 문화유산 보존 전승과 향유가 균등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논리 체계를 갖춘 종합계획에 의해 진행돼야 한다는 생각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