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증시 테마 ‘BBIG’→‘BIGS’로 바뀐다
  • 김종일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20.12.03 10:00
  • 호수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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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시대, 그린 뉴딜 뜨면서 배터리도 동반 호재
비대면 흐름 강화 속 반도체 수요 급증 예상

“BIGS에 주목하라.” SK증권은 최근 2021년 증시를 전망하는 보고서를 내고 내년 투자자들에게 이 한마디로 요약되는 전략을 제시했다. 무슨 뜻일까. 두 가지 의미가 있다. 먼저 대형기술주를 주목하라는 의미다. 다음은 내년 주식시장을 이끌 테마에 대한 얘기다. 올해가 ‘BBIG(바이오·배터리·인터넷·게임)’의 해였다면 내년은 ‘BIGS(배터리·인터넷·그린 뉴딜·반도체)’의 원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올해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국내 주식시장을 이끈 화두는 단연 ‘테마’였다. ‘비대면’과 ‘2차전지(배터리)’ 등 테마주가 돌아가며 증시를 끌어올렸다. 전문가들은 내년 증시도 테마 장세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각국 정부가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대세가 된 비대면 흐름은 계속될 것이며, 이런 움직임이 4차 산업혁명을 앞당길 것이란 전망이다. 여기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친환경 정책을 대대적으로 실시하면서 세계적으로 ‘그린 열풍’이 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AP 연합
ⓒAP 연합

바이든의 1호 정책 ‘파리협약 복귀’ 

증권가는 바이든 시대가 본격적으로 펼쳐지는 내년에는 친환경 테마가 주식시장을 지배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효석 SK증권 자산전략팀장은 “기후변화에 관심이 많은 바이든 당선인은 그린 뉴딜에 대한 관심을 더욱 고조시킬 것”이라고 했다. 실제 바이든이 전 세계에 내놓은 대선 승리의 첫 메시지는 ‘파리기후변화협약(파리협약)의 복귀’였다. 지난 11월4일 밤 바이든은 트위터를 통해 취임 첫날 트럼프 행정부가 탈퇴한 파리협약에 복귀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친환경 정책은 바이든의 대표 공약이다. 환경 분야 공약의 핵심은 저탄소 청정 에너지 인프라 계획이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10%에 이르는 2조 달러 규모의 예산을 4년 동안 투입해 일자리 100만 개를 창출하고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2조 달러는 우리 돈으로 2200조원이 넘는 엄청난 규모의 예산이다. 내년 한국 정부의 예산이 550조원에 달할 전망인데 그 4배에 달하는 액수다. 바이든의 통상 분야 공약에도 화석연료 사용으로 환경 의무를 준수하지 못하는 국가나 기업 제품에 대해 추가 관세를 물리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교통 분야에서 탄소 배출 차량에 대한 규제를 시사하고 있다. 전기·수소자동차 산업이 그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 확실하다. 전기차의 엔진이라 할 수 있는 배터리 수요도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고 점쳐진다. 시가총액 3위와 9위인 LG화학과 삼성SDI, 21위인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대장주’로서 내년에도 선전이 기대되는 이유다.  

우리 정부도 그린 뉴딜과 디지털 뉴딜을 핵심 축으로 하는 한국형 뉴딜 계획을 추진 중이다. 정부는 2023년까지 그린 뉴딜에만 13조원에 달하는 예산을 투입할 방침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월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2050년 탄소 중립’을 선언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재생 에너지 3020’ 정책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19년 6.5% 수준에 불과했던 재생 에너지 발전 비중을 2030년까지 20%로 확대할 계획이다. 정부는 2023년까지 디지털 뉴딜 분야에도 13조4000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라 네이버와 카카오로 상징되는 ‘인터넷주’들은 내년에도 강세를 이어갈 것이란 분석이 많다.  

 

삼성전자 시총 400조원 돌파의 의미 

11월23일 삼성전자 주가는 6만7500원으로 마감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11월16일 세웠던 최고가 기록을 일주일 만에 갈아치웠다. 이날 삼성전자 시가총액(주가에 주식 수를 곱한 액수)은 402조9603억원을 기록하며 한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종목 가운데 사상 처음으로 400조원을 넘어서는 대기록을 세웠다. 한국 증시에 상장된 2270여 종목 전체 시가총액의 19%다.  

최근 삼성전자 주가 상승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끌고 있다. 이유는 삼성전자의 전체 실적을 좌우하는 D램 반도체 가격이 내년 상반기부터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많기 때문이다. ‘코로나 대 백신’ 대결 상황의 결론을 아직 예측하긴 어렵지만, 비대면 흐름이 이끄는 4차 산업혁명의 속도는 내년에 한층 더 빨라질 것이 틀림없다. 그리고 여기엔 5세대(5G) 인프라가 핵심이고, 5G 인프라 구축에는 메모리 반도체가 필수다. 삼성전자가 비대면 경제의 수혜를 듬뿍 받는 셈이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D램 반도체 산업은 내년 1분기 공급 부족에 진입한 뒤 2022년까지 2년간 장기 호황을 이어갈 전망”이라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2022년 D램 부분 영업이익은 각각 37조원과 24조원으로 급증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실제 삼성전자는 3분기에 분기 기준 최대인 66조9642억원의 매출과 2년 만의 최대치인 12조353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반도체의 경우 대용량 컴퓨터용 수요는 예전처럼 강하지 않지만, 스마트폰용과 PC용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 신제품 출시 효과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이익도 많이 증가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내년에는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라고 불리는 2017~18년에 버금가는 이익을 거둘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국내 반도체에 호재가 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이효석 SK증권 자산전략팀장은 “미국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은 향후에도 계속될 텐데, 미·중의 패권경쟁이 격화될수록 국내 반도체 업종은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며 “국내 반도체에 기회가 찾아왔다”고 했다.  

탄탄한 실적이 예상되는 삼성전자가 앞으로 배당을 늘릴 것이란 전망은 투자자 입장에서 ‘굿 뉴스’다. 삼성 일가(一家)가 이건희 회장 별세에 따른 상속세를 내기 위해 삼성전자의 주주 배당을 확대할 가능성이 클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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