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법연구회’ 출신이 징계위 관장…文대통령 의중은?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0.12.02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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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非검찰’ 이용구 변호사, 신임 법무부차관에 내정
윤 총장 징계 ‘절차적 정당성’ 확보하겠다는 의중 반영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청와대에서 영상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청와대에서 영상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새 법무부 차관에 이용구 변호사를 내정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징계위원회를 앞두고 속도감 있는 인사로 '차관 공석'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동시에 추미애 장관에 힘을 실어주려는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 내정자는 징계위의 주요 쟁점이 될 '판사 사찰' 의혹 문건에 등장한 '우리법연구회' 회원 출신이어서 윤 총장의 '약점'을 집중 공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文캠프 출신·비검찰 출신 최초 법무실장 이력 

신임 법무부 차관에 지명된 이 변호사는 사시 33회로 광주지법 부장판사와 사법연수원 교수 등을 지냈다. 2013년 변호사 개업 후 법무법인 엘케이비앤파트너스에서 활동했다.

그는 판사 재직 시절 진보성향 법조인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회원으로도 활동했다. 대표적 친여 성향 법조인으로 분류되는 이 변호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 국회 탄핵소추위원단 법률대리인으로 이름을 올렸고,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에서도 활동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8월 비검찰 출신으로는 최초로 법무부 법무실장에 임명돼 2년8개월간 근무했다. 추 장관이 지명됐을 당시에는 인사청문회 준비단장을 맡았다. 이 때문에 이 변호사는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후보로도 꾸준히 거론돼왔다.

법원 결정 이후 '총알 복귀'한 윤 총장과 차관 사퇴로 수세에 몰렸던 추 장관 측이 '총알 인선' 흐름을 타고 재반격의 고삐를 죄면서 이틀 앞으로 다가온 징계위를 둘러싼 긴장감은 한층 고조되는 모양새다. 

문재인 대통령은 2일 법무부 차관에 이용구 변호사를 내정했다. 사진은 이 차관 내정자가 2020년 3월17일 법무부 법무실장으로 근무하던 당시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 의정관에서 열린 법조계 전관 특혜 근절방안 브리핑에서 발언하는 모습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2일 법무부 차관에 이용구 변호사를 내정했다. 사진은 이 차관 내정자가 2020년 3월17일 법무부 법무실장으로 근무하던 당시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 의정관에서 열린 법조계 전관 특혜 근절방안 브리핑에서 발언하는 모습 ⓒ 연합뉴스

尹 약점 타격…징계위 정당성 확보

문 대통령의 이번 인사는 오는 4일로 예정된 윤 총장에 대한 징계위가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전날 고기영 전 법무부 차관의 사의표명으로 징계위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지만, 후임 인선에 속도를 내 하루 만에 이를 진화했다. 

이 내정자의 임기는 징계위를 하루 앞둔 3일부터 시작된다. 따라서 윤 총장의 징계 여부와 수위를 결정할 징계위원장도 이 내정자가 맡게 된다. 추 장관이 징계청구권자이기 때문에 위원장을 맡을 수 없는 상황에서 고 전 차관이 징계위 개최를 막기 위해 사의를 표하며 상황은 윤 총장에 유리하게 흐르는 듯 했다. 

징계위 당연직 위원인 차관을 공석으로 둔 채 징계가 진행되면 향후 절차적 정당성 시비가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날 법원과 법무부 감찰위가 '절차적 흠결'을 지적한 것도 추 장관으로서는 큰 부담이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이 내정자를 지명하면서 추 장관과 윤 총장 간 수싸움은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징계위에서 결정된 사항을 문 대통령이 최종 집행하면서 이번 사태를 매듭지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특히 이 내정자가 윤 총장에 대한 징계청구 당시 제시된 6개 혐의 중 가장 논란이 된 '판사 사찰' 의혹 문건에 관련성이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앞서 윤 총장이 사찰 의혹을 부인하며 공개한 문건에는 "우리법연구회 출신이지만 비교적 합리적"이라는 재판부에 대한 주관적 평가가 포함된 사실이 알려져 파장을 일으켰다. 결국 고 전 차관의 갑작스런 사퇴로 검찰이 평소 '비합리적'이라고 평가해 온 우리법연구회 출신이 윤 총장의 징계위를 관장하는 결과를 낳게 됐다.  

한편,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이 내정자는 검찰개혁 등 법무부 당면 현안을 공정하고 중립적으로 해결하고 조직을 안정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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