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이후가 더 걱정인 방역당국…‘대확산’ 가능성에 긴장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0.12.03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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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만 수험생 외부활동·모임할까 ‘조마조마’
대입 논술-면접도 확산 촉매될까 우려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에서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나오고 있다. ⓒ 연합뉴스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에서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나오고 있다. ⓒ 연합뉴스

사상 초유의 '코로나 수능'이 종료됐다. 3차 대유행 속에 시험이 진행되면서 우려가 컸지만, 방역 당국은 확산세를 결정지을 중대 변수는 '수능 이후'에 달렸다고 보고 있다. 강력한 통제 속에 치러지는 수능보다 통제 불가능한 개인 생활과 대학별로 진행될 논술·면접 과정에서 대규모 확산이 촉발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3일 전국의 수험생들은 초유의 감염병 사태 속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가림막이 설치된 책상에서 시험을 치렀다. 확진자와 자가격리자들은 학교가 아닌 병원이나 생활치료센터 등에서 시험을 봤다. 

방역당국과 전문가들은 그간 수능 방역에 심혈을 기울여 온 데다, 당일 학생들의 협조로 시험 자체로 인한 감염 전파 우려는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는 "그간의 방역 대응을 돌아보면 '위험하다'고 생각하고 철저히 준비해온 영역은 생각보다 괜찮았다"며 "수능은 규모는 크지만, 시험 자체로 코로나19 유행(확산)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3일 오후 대전시 서구 둔산동 충남고등학교에서 대전시교육청 관계자들이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을 응원하며 이른 귀가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있다. ⓒ 연합뉴스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3일 오후 대전시 서구 둔산동 충남고등학교에서 대전시교육청 관계자들이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을 응원하며 이른 귀가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있다. ⓒ 연합뉴스

수도권 확진자 정점 속에 49만 수험생 움직임에 '촉각'

문제는 당장 이날 오후부터 시작되는 '수능 이후'다. 전국적으로 49만 명의 수험생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뒤풀이나 소모임 등이 활성화 될 경우 대확산의 촉매제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대입 실기나 논술, 면접 준비를 위한 외부 활동이나 소규모 모임이 활성화 될 수 있는 점도 우려를 키우는 부분이다. 

특히 3일 0시 기준, 국내 일일 신규 확진자는 540명으로 이틀 연속 500명 대를 넘어선 데다 수도권 지역은 하룻새 419명이 양성 판정을 받으며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여기에 젊은층인 20~30대 감염자 비중이 커지는 점도 방역당국의 부담을 높이고 있다. 젊은층은 코로나19에 감염되고도 무증상이나 경증 상태로 앓고 지나는 경우가 많아 조기 발견과 선제적 조치가 어렵다. 사회적 활동 반경도 넓어 방역 위험 요소가 크다. 현재 국내 코로나19 환자 가운데, 20∼39세 확진자 비율은 10월 22.3%, 11월 28.7%, 12월 32.3%로 증가 추세다. 

정부도 이같은 흐름을 예의주시하며,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일시적으로 억제된 외부활동이 수능 이후 언제든 폭발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에 긴장을 놓지 않고 있다. 방역당국은 수험생과 가족들에게 대외 활동 자제와 방역 수칙 준수를 각별히 당부했다.

이상원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분석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그간 힘들게 공부해 온 시간을 생각하면 오늘 하루만큼은 압박감을 털고 마음껏 즐기라고 하고 싶지만 지금 상황이 그렇지 못한 게 안타깝다"며 "수능 이후에도 입시 전형이 계속되므로 애써 공부한 수험생의 수고가 헛되지 않도록 사회 구성원의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가급적 불필요한 모임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도 "수도권의 코로나19 상황이 엄중한 만큼, 수능이 끝난 뒤 친구들과 모임을 갖거나 밀폐된 음식점, 카페에서 장시간 대화하는 활동은 최대한 피해달라"고 호소했다. 손 반장은 "수능을 끝낸 학생들뿐 아니라 학부모님들 역시 오늘 같은 날은 식당에서 가족 외식을 계획할 수 있겠지만, 밀폐된 환경이 위험하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외출을 자제해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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