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어렵지만” 진정한 성탄 의미 일깨우는 천사들
  • 오종탁 기자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20.12.25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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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한 운영상 어려움에도 도시락 나눠온 ‘안나의 집’
‘거리 두기 휴업’ 중 라면 기부 선행에 나선 태권도장
붕어빵 아저씨, 하루 1만 원씩 1년 모아 저소득 가정에 전달
김하종 신부가 지난 9월18일 ‘안나의 집’을 찾은 이에게 따뜻한 도시락을 전하는 모습 ⓒ 시사저널 임준선
김하종 신부가 지난 9월18일 따뜻한 도시락을 전하는 모습 ⓒ 시사저널
크리스마스 이브인 12월24일 ‘안나의 집’을 찾은 한 노인 ⓒ 김하종 신부 페이스북
크리스마스 이브인 12월24일 ‘안나의 집’을 찾은 한 노인 ⓒ 김하종 신부 페이스북

여느 때와는 다른 성탄절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 축제 분위기 대신 위로와 격려의 메시지가 사회를 관통하고 있다. 성탄의 진정한 의미인 ‘사랑’을 몸소 실천하는 이들은 주위를 더욱 환하게 만든다. 코로나19 여파에 힘든 시기를 지나면서도 오히려 더욱 소외된 이웃을 돌아보는 천사들이다. 그들은 한결같이 “어려운 시기일수록 나눠야 한다”고 강조한다. 

경기 성남의 사회복지시설 ‘안나의 집’은 성탄절인 12월25일에도 취약계층에게 변함없이 도시락을 전했다. ‘안나의 집’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양질의 도시락을 취약계층에게 제공해 왔다. 

 

숱한 난관에도 10개월째 도시락 나눔 

코로나19 사태 전 ‘안나의 집’은 월~토요일, 오후 4시부터 7시까지 무료급식소를 운영했다. 방역 당국이 지난 2월 사회적 거리 두기 실천을 당부한 뒤 무료급식소는 쭉 사람들을 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급식소의 밥 냄새는 사라지지 않았다. 급식을 도시락 제공으로 대체한 것이다. 

이후 ‘안나의 집’을 찾는 사람은 점점 더 늘어났다. 다른 수많은 무료급식소와 사회복지시설이 문을 닫아서다. 초창기 550개 정도였던 도시락 준비 물량이 650~700개로 증가했다. 이에 '안나의 집' 구성원, 자원봉사자 등의 업무 강도는 부쩍 높아졌다. 소액 후원금, 정부 보조금 등으로 근근이 꾸려가는 살림도 더 빠듯해질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실무자나 자원봉사자, 찾아오는 취약계층 가운데 단 1명이라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 모든 활동은 ‘올스톱’된다. 

크리스마스 이브인 12월24일에는 무려 806명이 ‘안나의 집’을 찾아 끼니를 해결했다. ‘안나의 집’ 설립자이자 대표인 김하종 신부(64, 본명 빈첸시오 보르도)는 이날 본인 페이스북에 “평소보다 늦게 끝나 피곤했으나 행복했다. 도시락 배식이 다 끝난 뒤 도착한 노인에게는 식료품 저장실에 있던 초콜릿 빵과 따뜻한 재킷을 전달했다”며 “노인이 떠나면서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속삭였다. 아마도 그 노인은 나를 보러 온 예수였을 지도 모른다”고 적었다. 

 

“태권도 수련생들이 이웃 사랑 배웠으면” 

같은 날 서울 노원구 라임태권도장의 손민수 관장(38) 등 사범들은 노원구청에 라면을 기부했다. 불우 이웃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기 위해 라면 500개가 든 상자들을 손수 가져왔다. 라임태권도장은 지난 6년간 기부 활동을 해왔는데, 올해는 더욱 감회가 새로울 수밖에 없다. 

지난 12월8일부로 수도권의 거리 두기 단계가 기존 2.0단계에서 2.5단계로 올라감에 따라 관내 태권도장들은 사실상 운영을 멈췄다. 태권도장과 같은 실내체육시설 상당수는 회원을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대출금·월세 등을 감당하지 못해 폐업 위기에 몰렸다. 

손 관장은 “한 달째 휴업 중이지만, 더욱 어려운 사람들에게 힘이 되고자 올해도 기부에 나섰다”면서 “특히 태권도를 수련하는 어린 학생들이 성탄절을 맞아 이웃을 생각하는 선한 마음을 배우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밝혔다. 

서울 노원구 라임태권도장의 손민수 관장 등 사범들이 노원구청에 라면을 기부했다. ⓒ 시사저널
서울 노원구 라임태권도장의 손민수 관장(맨 왼쪽) 등 사범들이 노원구청에 라면을 기부했다. ⓒ 시사저널

붕어빵 팔아 하루 1만 원씩 차곡차곡 

전북 익산의 ‘붕어빵 아저씨’로 유명한 김남수씨(62)는 하루 1만 원씩 모은 돈 365만 원에 1만 원을 더한 366만 원을 시에 기탁했다. 매일 붕어빵을 팔아 얻은 수익금에서 1만 원씩을 떼 모은 것이다. 

성금은 저소득 가정에 지원될 예정이다. 김씨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 사업이 주저앉아 붕어빵 장사를 시작했고, 그때 힘든 시간을 보냈다”며 “어려운 시기일수록 적은 돈으로나마 이웃과 정을 나누고 싶었다”고 했다. 

김씨의 이웃 사랑은 2012년부터 9년째 이어져 오고 있다. 코로나19로 장사가 잘 되지 않는 올해도 기부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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