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아덴만의 영웅’ 황기철 신임 국가보훈처장
  • 이상욱 영남본부 기자 (sisa524@sisajournal.com)
  • 승인 2021.03.04 08:00
  • 호수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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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수호 유족들 소홀히 대한다는 얘기 나오지 않게 하겠다”
“독립·호국·민주 3대 영역 간 균형 이룰 터”

‘국민 통합’은 황기철 신임 국가보훈처장 앞에 놓인 최대 과제 중 하나다. 독립·호국·민주 3대 영역 간의 균형 문제라지만 모든 보훈 문제가 국민 통합 속에 포함돼 있다.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부터 보훈 외교, 나아가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 정착에 이르는 모든 난제가 황 처장이 풀어가야 할 사안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보훈을 기반으로 한 국민 통합은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다. 독립·호국·민주 3대 영역 간의 균형이 무너졌다는 평이 나온 지 오래다. 

황 처장은 3대 영역 간의 균형을 애국이라는 가치로 풀어가려 한다. 시사저널은 2월16일 서울지방보훈청에서 그와 인터뷰를 가졌다. 이미 처장 임명 전부터 ‘아덴만의 영웅’으로 알려져 있는 그는 지난 37년간 군에 몸담았으면서도 월남전 고엽제 피해자 보상을 지원한 이력에서 알 수 있듯 우리나라 보훈 정책 수립에도 기여해 왔다. 황 처장은 해군작전사령관으로 있던 2011년 1월, 소말리아 해적에게 피랍된 삼호주얼리호의 선원을 구출하는 ‘아덴만 여명작전’을 성공적으로 이끈 주인공이다.

황기철 신임 국가보훈처장 ©국가보훈처
황기철 신임 국가보훈처장 ©국가보훈처

명예로운 자리를 맡으셨다.

“중책을 맡게 돼 어깨가 무겁다. 국민에게 보훈의 의미를 잘 알리고, 보훈 가족이 체감할 수 있는 보훈이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군과 관련된 업무도 있어 느낌이 남다를 듯하다.

“37년간 군에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제대군인의 고충을 잘 알고 있다. 물론 보훈은 제대군인뿐만 아니라 독립·호국·민주의 세 분야와 우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공무수행까지 포함하고 있다. 그런 만큼 어느 하나에도 소홀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내정부터 임명까지 고심은 없었나.

“보훈이라는 두 글자에 담긴 뜻과 무게를 알기에 걱정이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오히려 보훈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고민이 더 많았던 것 같다. 보훈처장으로 임명된 후부터는 저에게 주어진 소임을 충실히 수행하겠다는 각오가 먼저였다.”

아덴만의 영웅, 참군인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보훈처장 내정 사실이 알려지자 보훈 관계자들 사이에서 보훈 본연의 기능과 위상이 높아질 것이란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대통령의 보훈 철학을 구현할 적임자라고 평가해 주신 것 같아 감사하다. 책임감 또한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국가를 위한 헌신을 잊지 않고 보답하는 나라’라는 국정과제 실천을 위해 분발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나 스스로 더욱 채찍질하도록 하겠다.”

보훈처장으로 임명된 계기가 어디에 있었다고 보나.

“오랜 세월 국가 안보를 위해 일해 온 만큼 국가를 위한 희생과 헌신에 대한 가치를 깊이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또한 군에서 월남전 고엽제 피해자 보상과 전사 또는 순직한 해군 유자녀들을 위해 장학금 등을 지원했던 점 역시 좋게 평가해 주신 것 같다.”

자신의 보훈 철학은 무엇인가.

“보훈은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희생·헌신하신 분들께 합당한 보상과 예우를 드리면서, 이를 바탕으로 더 나은 미래 대한민국을 열어가는 밑거름이다. 특히 우리 국민과 미래 세대들이 그분들을 본받고 그 정신을 계승시켜 애국심을 고양하는 것, 그리고 이를 위해 교육하는 것 역시 보훈의 중요한 역할이다. ‘보훈이 미래다’라는 생각으로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더 큰 미래로 나아가는 ‘젊은 보훈’이 되도록 노력을 집중해 나가려고 한다.”

어떤 보훈처장이 되고 싶나.

“항상 ‘현장’을 중심으로 생각하고 결정하는 보훈처장이 되려고 한다. 보훈 가족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면서 보훈 가족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이 함께 보훈을 경험하고 실천하는 ‘더 가깝고, 더 넓은 보훈’ 체계를 정립하는 보훈처장이 될 것이다.” 

보훈에서 지금은 어떤 시기인가. 

“그동안의 원호·예우 개념을 이제는 뛰어넘어야 한다. 다시 말해 질적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해야 하는 시점이다. 또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 정착과 나라의 번영을 위한 국민 통합의 매개로서 보훈의 역할이 더 강화돼야 한다. 이를 위한 지혜를 모으겠다.”

국가를 위한 희생과 헌신에 대한 책임 있는 지원이란 무엇을 의미하나.

“국가가 먼저 의무를 다하는 것이다. 신청주의에 의한 수동적인 것이 아니라, 국가가 먼저 찾아내고 국가가 나서서 이분들의 어려움을 헤아려 그에 맞는 예우와 지원을 하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희생과 헌신에 대한 국가의 의무이자 책임이다.”

‘보훈 외교’도 중요한데.

“물론이다. 보훈 외교는 국제사회에 ‘은혜를 잊지 않고 보답하는 나라’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우리의 대표적 공공 외교 자산이다. 유엔 참전국과 참전용사들에 대한 감사와 보답은 물론 그간의 성과를 바탕으로 국제사회에서 보훈을 주도해 나갈 수 있도록 적극적인 보훈 외교 정책을 수립·추진할 계획이다.”

이전의 보훈처에서는 독립·호국·민주 3대 영역이 충돌했다는 평가가 나오는데.

“독립·호국·민주의 역사는 그 시기와 표출 형태가 다르다. 하지만 모두가 ‘국가와 공동체를 위한 헌신이자 애국’이라는 하나의 가치다. 대통령께서도 ‘3대 영역은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든 애국의 세 기둥’이라고 하실 만큼 이 세 영역이 애국이라는 하나의 가치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 가치들을 어떠한 시각에서 보느냐에 따라 때로는 갈등의 요소가 되기도 한다. 안타까운 마음이다. 이 때문에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균형적인 보훈을 펼칠 것이다. 또한 세 가지의 가치를 더 널리 알리고 교육하는 데 성심을 다할 각오다.”

전임 보훈처장 시절이긴 하지만, 국가보훈처가 지난해 현충일 추념식에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포격 도발, 제1·2 연평해전 전사자 유족과 생존자를 초청하지 않아 논란을 자초했다가 뒤늦게 일부 가족을 초청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예년의 1만여 명에서 300여 명으로 인원을 대폭 축소해야 했다. 이런 탓에 각 보훈단체에서 초청 인사를 추천했는데, 당시 단체 추천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일부에서는 서해 수호 유족들을 소홀히 대한다고 이야기했지만, 이는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앞으로는 그러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더 세심히 살피겠다.”

5·18 3개 단체에 대한 공법단체 설립이 진행되고 있는데.

“5·18 공법단체 설립은 5·18민주유공자가 보훈 대상으로 편입된 지 18년 만에 거둔 의미 있는 성과다. 현재 설립준비위원회 설치 등 제반 절차가 진행 중이니만큼 공법단체 설립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

최근 국가보훈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가보훈-과학기술 정책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어떤 내용인가.

“수년간 연구·개발 노력 끝에 지난 1월말 상이 국가유공자에게 기존 발목형 의족에 비해 착용감이나 활동성이 대폭 향상된 ‘로봇의족’을 지급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보다 다양한 스마트 보철구를 연구·개발해 각 상이별로 불편함을 겪고 있는 유공자들이 더 편안한 일상을 보낼 수 있도록 정부가 앞장서겠다.”

국민과 보훈 가족에게 하고 싶은 말은.

“국가보훈처는 국가유공자를 비롯한 보훈 가족 한 분 한 분을 정성껏 모시는 ‘든든한 보훈’을 실천하고, 우리 국민과 우리 사회 전반에 보훈 문화가 제대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국민과 보훈 가족 여러분의 많은 격려와 성원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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