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백신, 효능은 62% 안전성도 확인 돼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21.02.26 10:00
  • 호수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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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임상시험, 65세 이상에선 데이터 불충분
집단면역 중요한 만큼 ‘접종 유보’ 국민 설득이 숙제

국내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2월26일 시작됐다. 대상자는 전국의 요양병원·요양시설과 정신요양·재활시설의 만 65세 미만 입소자와 종사자 약 30만8930명이다. 이 가운데 약 93%가 접종에 동의했다. 백신 공동구매 국제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받은 화이자 백신 5만8500명분도 27일부터 접종하기 시작했다. 감염병전담병원·중증환자치료병상·생활치료센터 등에서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 가운데 약 94%가 접종에 동의했다. 이들은 코로나19에 취약한 사람들이어서 아무래도 위기의식이 접종 동의율을 높였을 것으로 보인다. 

일반 국민은 백신 접종에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을까.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2월19~20일 전국 성인 102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바로 접종하겠다’는 응답이 45.8%, ‘백신을 맞지 않겠다’는 5.1%로 나타났다. ‘접종을 미루고 상황을 지켜보겠다’(45.7%)와 ‘잘 모르겠다’(3.4%) 등 유보하는 태도를 보인 응답은 49.1%로 집계됐다. 접종받겠다는 사람의 비율이 전체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유보적인 태도를 보인 사람보다도 적었다.

또 한국갤럽이 2월16~18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서 ‘접종받겠다’는 71%, ‘접종 의향이 없다’는 19%로 나타났다. 유보적인 입장은 10%였다. 코로나19 백신 부작용에 대한 질문에 ‘걱정된다’는 의견은 72%, ‘걱정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26%로 집계됐다. 

두 설문조사의 결과를 종합해 볼 때 일단 ‘부정’보다 ‘긍정’ 의견이 많은 것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유보’가 적지 않은 것은 국민이 백신 접종에 불안감을 느끼기 때문으로 보인다. 게다가 한국갤럽이 지난해 12월29일 발표한 ‘코로나19 백신 접종 의향 조사’에서 백신을 맞겠다는 비율이 87%였지만, 약 2개월 만에 71%로 떨어진 점도 백신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이 커졌음을 방증한다.

국민은 백신 접종의 어떤 면에 불안감을 느끼는 것일까. 한국갤럽의 이번 조사 결과에서 국민 10명 중 7명은 백신의 부작용을 걱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류가 처음 접하는 코로나19 백신인 데다 최근 방역 당국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접종 대상에서 65세 이상을 배제하면서 국민의 불안감은 증폭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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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WHO, 18세 이상에 접종 권고

65세 이상 접종 연기는 백신 접종률 하락 막기 위한 조치

국민이 불안할 정도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안전하지 않은 것일까. 안전성과 효능을 확인하는 과정이 임상시험이다. 이 백신의 임상시험 결과는 12월8일 의학저널 ‘란셋’에 발표됐다. 영국 옥스퍼드대학이 1만1636명을 대상으로 4~12주 간격으로 2회 백신을 투여하는 임상시험 3상을 진행했는데, 1차 투여 후 21일 이상 지난 시점에 중증 환자는 10명 발생했는데, 모두 위약군에서 나왔고 백신군에서는 없었다. 2회 모두 투여받은 백신군에서 예방 효능은 62.1%로 집계됐다. 이는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보다 낮은 수치지만 나쁘지 않은 예방 효능이다.

다만 임상시험 참가자는 대부분 18~55세였고, 65세 이상 고령자 수는 적었다. 실제로 아스트라제네카가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한 임상시험 3상 데이터에 포함된 65세 이상 참가자는 660명에 불과했다. 표본이 적어 65세 이상에 대한 유효성을 의학적으로 판단할 수 없는 것이다.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이 65세 이상 접종을 승인하지 않은 것도 안전성 문제가 아니라 유효성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일반적으로 백신 효능은 젊은 사람보다 노인에게서 약간 떨어진다. 따라서 이 백신도 62.1%보다 살짝 낮은 수준의 효능이 65세 이상에서 나타날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그래도 백신으로서 가치는 충분하기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는 2월17일 화이자 백신에 이어 두 번째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승인하면서 18세 이상 모든 성인이 접종 대상이라고 발표했다. 유럽의약품청(EMA)도 모든 연령대에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 접종을 권고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2월15일 예방접종 계획 브리핑에서 “65세 이상 고령자도 안전성과 면역원성이 확인됐고, 중증질환 및 사망 예방 효과도 확인돼 예방접종 목표에 부합하는 백신이라는 점을 예방접종전문위원회도 명백히 했다”고 밝혔다.

의학적으로 안전성에 문제가 없으나 방역 당국은 65세 이상에 대한 이 백신의 접종을 미뤘다. ‘65세 이상에 대한 유효성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은 ‘검증이 완벽히 되지 않았다’ 또는 ‘하자가 있는 백신이다’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방역 당국 입장에서는 65세 이상의 접종을 다소 늦추더라도 고령자에 대한 유효성 데이터를 충분히 확보했다는 메시지를 국민에게 줄 필요가 있었다. 

또 ‘사회적 신뢰’도 고려했다. 지난해 독감 백신의 상온 노출 사건이 발생하면서 우리는 사회적 신뢰 추락으로 예방접종 계획 전체가 흔들리는 경험을 했다. 코로나19 백신을 최초로 접종하는 요양시설은 질환을 앓는 고령자가 거주하는 곳이라는 특성상 사망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접종을 시작한 후 사망 사례가 나오면 백신과의 연관성이 극히 낮아도 ‘백신 접종 후 사망’이라는 사회적 각인 효과가 나타난다. 결국 사회적 신뢰가 깨지면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꺼리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정 청장은 “코로나19 예방접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접종률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고령층 백신 논란은 국민과 의료인의 백신 수용성을 낮춰 백신 접종률을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한 바 있다.

정 청장은 2월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2분기에는 아스트라제네카 이외에도 국내 수급이 예정된 화이자·노바백스·얀센 등의 백신을 65세 이상에게 접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원래 계획에서도 65세 이상은 2분기 접종 대상자였다. 다만 1분기 대상이었던 요양병원·요양시설의 65세 이상 37만 명에 대한 접종이 2분기로 늦춰졌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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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자 백신ⓒ연합뉴스

화이자 백신: 효능 95%, 중증 알레르기 반응은 10만 명당 1명꼴

식품의약품안전처 백신검증자문단 “16세 이상에 사용 권고”

아스트라제네카에 이어 두 번째로 접종하는 백신은 화이자 백신이다. 이 백신의 효능과 안전성을 입증하는 임상시험 결과는 지난해 12월31일 의학저널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에 게재됐다. 이 연구 논문에 따르면 4만3448명을 백신군과 위약군으로 나눈 후 이 백신을 3주 간격으로 2회 접종했다. 참가자 중 55세 이상도 42%로 충분히 포함했다. 

2회 백신 접종 7일 후 코로나19 감염자는 모두 170명 나왔다. 각각 1만8000명씩 배정된 백신군에서 8명, 위약군에서 162명의 감염자가 발생해 화이자 백신 효능은 95%로 분석됐다. 효능이 아무리 좋아도 안전성에 하자가 발생하면 백신으로서 가치가 없다. 화이자 백신의 임상시험에서 중증 반응을 보인 참가자는 위약군에서 9명, 백신군에서 1명 등 모두 10명으로 집계됐다. 중증 알레르기 반응은 10만 명당 1명꼴이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화이자 백신 접종 12일째부터 백신군은 위약군에 비해 감염자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1차 접종 후 예방 효능은 82%, 1차와 2차 사이 3주간은 52.4%, 2차 접종 후 7일까지 90.5%, 2차 접종 7일 후 94.8% 등으로 나타났다. 효능 구간은 90.3~97.6%로 그 간격이 좁아 신뢰성이 높다. 또 국소 이상반응이나 전신 이상반응이 거의 없다. 미국 등지에서 접종 시작 후 일부 중증 알레르기 반응이 있었지만 즉시 조치하면 해결할 만한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백신검증자문단은 2월23일 화이자 백신을 16살 이상에게 사용할 것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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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2월18일 도쿄의료센터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연합뉴스

모더나 백신: 효능 94.1%, 이상반응 0.03%

접종 후 이상반응까지 걸리는 시간 평균 7.5분

화이자 백신만큼 효능이 높은 백신은 모더나 백신이다. 약 3만 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통해 94.1%의 효능이 확인됐고 중증 반응을 보인 30명은 모두 위약군에서 발생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지난해 12월18일 이 백신의 긴급 사용을 허가했고,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다음 날 의료인과 장기 요양원 입소자에 대한 우선 접종을 권고했다. 지난해 12월21일부터 올해 1월10일까지 약 404만 명이 1차 접종을 마쳤다. 그 결과가 1월22일 질병 발병·사망 주간 보고서(MMWR)로 발표됐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이 백신의 이상반응은 0.03%(1266명)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중증은 108명으로 집계됐다. 접종 후 이상증상이 나타나기까지 시간은 평균 7.5분(1~45분)이며, 이상증상을 보인 사람의 90%는 접종 후 15분 이내에 이상증상을 경험했다. 이 중 아나필락시스(생체 과민반응)는 10명으로, 40만 명당 1명꼴로 분석됐다. 10명 중 9명은 과거 알레르기 병력이 있었고 10명 모두 주사 치료로 회복됐다. 또 47명은 알레르기 반응, 47명은 비알레르기 이상반응, 4명은 조사 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백신은 2분기부터 국내에 도입된다.

 

얀센 백신: 효능 72%, 중증반응 0.2%

중증질환 예방 효능은 85%로 더 좋아

대다수의 백신이 2회 접종을 기본으로 하지만 얀센 백신은 1회 접종이 가능하다. 이 백신의 임상시험 중간결과가 1월29일 발표됐다. 3개 대륙 6개국에서 성인 4만378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시험에서 얀센 백신 효능은 접종 후 28일째 72%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 임상시험 결과인데 중남미와 남아공에서는 각각 66%와 57%로 낮게 집계됐다. 이는 브라질과 남아공의 변이 바이러스 때문으로 보인다.

심각한 부작용은 없었고 발열과 같은 일반적인 면역반응이 참가자의 9%에서 나타났다. 중증은 0.2%에서 생겼는데 백신군보다 위약군에서 많았고 아나필락시스는 없었다. 백신으로 이상증상이 많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이 백신의 특징은 접종 28일 후 중증질환(입원 또는 사망) 예방 효능이 85%라는 점이다. 이 백신은 2분기 국내에 도입된다. 김 교수는 “60세 이상이 임상시험 참가자의 34%로 충분했고 고령자의 폐렴과 사망 예방 효과가 높게 확인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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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바백스 백신: 효능 89.3%, 중증 없음

현재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임상시험 진행 중 

노바백신의 임상시험 결과는 지난 1월28일에 나왔다. 영국에서 1만5000명 이상(65세 이상 고령자 27% 포함)을 대상으로 2차 접종 7일 후 코로나19에 걸린 사람은 62명인데 이 중 백신군은 6명, 위약군은 56명으로 집계돼 효능이 89.3%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경증·중등증은 61명이고 중증은 1명이다. 특히 중증 1명은 위약군에서 나왔으므로 이 백신은 중증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는 데 효과적이라고 볼 수 있다. 

부작용은 크게 1~4단계로 구분한다. 1단계(경증)는 크게 불편하지 않고, 2단계(중등증)는 비마약성 진통제로 해결할 수 있고, 3단계(중증)는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으며 마약성 진통제로 해결하고, 4단계(위급)는 응급실이나 입원 치료가 필요한 수준이다.

현재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이 백신의 임상시험 2상을 진행 중이다. 참가자 4400명 중 44명이 임상시험 도중에 코로나19에 감염됐는데 백신군에서 15명, 위약군에서 29명으로 집계됐다. 44명 가운데 위약군의 1명만 중증이고 나머지는 경증·중등증으로 나타나 안전성에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44명 가운데 27명에 대한 전장유전체(전체 염기서열)를 분석했더니 25명(92.6%)은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이상과 같이 국내에서 사용될 5가지 백신은 모두 효능과 안전성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그러나 백신 접종 초기 단계에서 한국 사회는 예상치 못한 혼란을 겪고 있다. 백신 접종의 궁극적 목표는 집단면역을 확보하는 것이다.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가 면역력을 가져야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 집단면역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80% 이상이 백신을 맞아야 한다. 임신부, 어린아이, 특정 질환 환자 등을 제외하면 사실상 전 국민이 백신 접종을 해야 하는 셈이다. 이는 백신 접종에 ‘유보’ 입장을 보인 국민을 설득해야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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