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시위대가 중국대사관으로 몰려가는 이유
  • 모종혁 중국 통신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2.27 16:00
  • 호수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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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군부 독재는 중국産!”
군부의 인터넷 차단도 ‘중국 지원’으로 의심

2월16일 미얀마 최대 도시인 양곤의 중국대사관 앞에서 일군의 젊은이들이 모여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피켓에는 중국어·영어·미얀마어로 구호를 썼는데, 내용은 ‘군사 쿠데타를 돕는 일을 그만두라’였다. 한 젊은이가 든 피켓에는 ‘미얀마 군부독재는 중국산’이라는 글귀가 쓰여 있었다. 대만 TV 드라마 《포청천》의 주인공 분장을 한 채 작두를 들고 나온 시위대도 있었다. 포청천은 중국 역사상 청백리의 표상이다. 엄연히 불법인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를 지지하고 있는 중국과의 관계를 포청천의 작두로 끊어놓겠다는 퍼포먼스였다.

반중(反中) 시위는 양곤뿐만 아니라 미얀마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졌다. 사실 중국이 미얀마 군부를 도와 쿠데타를 일으켰다는 의심과 소문은 2월초부터 일부 해외언론과 미얀마 SNS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미얀마 제2의 도시 만달레이에서 2월17일(현지시간) 시위대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사진을 들고 미얀마 군부 쿠데타에 대한 중국의 지원 중단을 촉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오랜 기간 미얀마의 주요 무기 공급처와 투자자 역할을 해 온 중국은 미얀마 군부의 ‘뒷배’라는 의심을 사고 있다.ⓒAP 연합
미얀마 제2의 도시 만달레이에서 2월17일(현지시간) 시위대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사진을 들고 미얀마 군부 쿠데타에 대한 중국의 지원 중단을 촉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오랜 기간 미얀마의 주요 무기 공급처와 투자자 역할을 해 온 중국은 미얀마 군부의 ‘뒷배’라는 의심을 사고 있다.ⓒAP 연합

만리 방화벽으로 미얀마 국민 인터넷 차단

2월2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은 1962년 미얀마에서 군부가 집권한 이래 수십 년 동안 군사정권을 지원해 왔다”면서 이번 쿠데타의 배후에 중국이 있음을 암시했다. 미얀마 시민사회는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1월 미얀마를 방문했을 때를 주목했다. 1월12일 왕 부장은 쿠데타의 주역인 민 아웅 흘라잉 총사령관(65)과 만났다. 이 자리에서 그는 “미얀마 군부가 국가 발전 과정에서 역할을 발휘해 공헌하는 걸 지지한다”고 말했다. 흘라잉 총사령관은 “중국과의 우호 협력을 발전시키겠다”면서 “미얀마 군부는 이를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계속하겠다”고 화답했다.

다만 당시 왕 부장은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을 먼저 만났다. 윈 민 대통령도 면담했다. 따라서 왕 부장과 흘라잉 총사령관의 만남은 공식적인 외교 일정의 일환일 수도 있다. 문제는 미얀마에서 쿠데타가 일어난 뒤 중국의 움직임이다. 2월2일 미얀마 문제를 다루기 위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개최됐다. 본래 군부 쿠데타를 비난하는 성명 초안을 마련했으나 확정되지 못했다.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이를 본국에 보내 검토해야 한다며 반대했기 때문이다. 결국 2월4일 발표된 안보리 성명은 “구금된 미얀마 정부 인사들의 석방을 촉구한다”는 수준에서 그쳤다.

군부 쿠데타에 대한 비난이 빠진 데는 중국과 러시아의 방해가 컸다. 특히 중국은 외교부 성명을 통해 줄곧 “미얀마가 외부 간섭이 아닌 국내 협상으로 평화롭게 해결하길 희망한다”면서 국제사회의 관여를 차단했다. 관영매체들은 국제사회의 제재 무용론까지 펼쳤다. 2월3일 중국 영자신문 ‘글로벌타임스’는 “미얀마 문제에 간섭하지 않고 예의 주시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중국의 행보는 SNS를 통해 미얀마에 전해졌다. 그렇기에 쿠데타를 용인하려는 중국에 대한 미얀마 시민들의 불만은 커져만 갔다.

2월9일 미얀마인들의 반중 감정에 기름을 끼얹는 일이 발생했다. 양곤공항에 중국 윈난(雲南)성 쿤밍(昆明)에서 화물기 5대가 연속 도착했는데, 내려진 화물과 사람의 정체가 의심스러웠다. 화물은 전자장비가, 사람은 기술자가 분명했다. 따라서 미얀마인들 사이에서는 군부가 인터넷을 차단하는 것을 도와주기 위해 중국이 만리 방화벽과 운용 기술자를 보낸 것이라는 소문이 퍼졌다. 만리 방화벽은 중국 당국이 해외 사이트를 차단하는 인터넷 검열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중국은 해외의 언론매체, SNS, 커뮤니티 등에 대한 접속을 철저히 막고 있다.

미얀마 군부는 2월3일 미얀마인 절반이 사용하는 페이스북의 접속을 차단했고, 5일에는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을 차단했다. 이에 맞서 미얀마인들은 가상사설망(VPN)으로 우회해 인터넷을 계속 이용했다. 또한 ‘미얀마나우(www.myanmar-now.org)’라는 대안매체를 통해 미얀마의 실상과 시민들의 시위 소식을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군부는 만리 방화벽으로 미얀마인의 온라인 저항을 무력화시킬 수 있게 됐다. 중국이 군부를 돕는 듯한 모습을 계속 보이면서, 2월10일부터 미얀마인들은 양곤 주재 중국대사관 앞에 모여 항의 시위를 벌였다.

중국에 대한 반감이 급속히 고조되자, 주미얀마 중국대사관은 “화물기는 정기 화물편으로 수산물 등 수출 상품을 싣고 왔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중국대사관의 어설픈 변명은 오히려 미얀마인들을 더욱 자극했다. 쿠데타 이후 군부가 외국에서 오는 항공기의 모든 착륙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시위대는 ‘수산물을 우리에게 나눠달라’는 현수막을 앞세우고 중국대사관을 압박했다. 2월16일에는 천하이(陳海) 주미얀마 중국대사가 직접 나서 “미얀마의 정치적 변화를 사전에 통지받지 못했다”면서 쿠데타 개입설에 대해 “전혀 터무니없다”고 일축했다.   

 

미얀마 군부가 장악한 비취를 사들이는 중국

이렇듯 미얀마에서 반중 시위가 격화되는 이유는 중국이 군부와 밀착했던 전례 때문이다. 여기에는 미얀마가 세계 최대 산지(95%)인 보석 비취와 관련이 있다. 현재 미얀마에서 비취와 관련된 산업과 시장 규모는 400억 달러를 넘는다. 그런데 비취 원석의 채굴광산과 거래회사는 모두 군부나 최고위 장성 및 가족, 관련 재벌이 장악하고 있다. 그들의 해외 합작파트너는 중국과 서구의 자본이다. 이 같은 전모는 2015년 10월에 한 보고서로 낱낱이 폭로됐다. 국제 인권NGO인 글로벌 위트니스가 발간한 ‘비취: 미얀마의 거대한 국가 비밀’이 그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5년 이래 미얀마 군부와 관련 기업이 10년간 해외에 팔아넘긴 비취는 약 1200억 달러였다. 그 기틀을 닦은 이가 탄 슈웨다. 탄 슈웨는 1992년부터 2011년까지 미얀마를 철권 통치했던 독재자다. 흘라잉은 그의 후임자다. 청대부터 비취의 최대 고객은 중국이었다. 중국인은 ‘비취를 차면 평안을 지킨다’고 믿을 정도로 열렬히 사랑한다. 미얀마와 인접한 윈난성의 루이리(瑞麗), 텅충(騰冲), 징훙(景洪) 등에는 거대한 비취 가공 및 거래시장이 개설되었다. 중국은 비취 원석을 가져오는 미얀마인에게 특별 통행증과 거류증을 발급해줄 정도로 우대한다.

미얀마에는 중국이 경제 발전을 위해 필요한 천연자원도 무궁무진하다. 원유 31억5400만 배럴, 천연가스 4조5000억 입방피트 등 막대한 양이 매장되어 있다. 중국은 군부 독재시절 적지 않은 석유와 천연가스 채굴권을 손에 넣었다. 또한 2014년에 미얀마의 짜욱퓨항에서 루이리를 거쳐 쿤밍까지 송유관을 완공하여 운용하고 있다. 송유관의 전체 길이는 원유가 771㎞, 천연가스는 2806㎞에 달한다. 이를 통해 중국은 미국 해군이 장악한 말라카해협과 국제 분쟁지인 남중국해를 통하지 않고, 안전한 에너지 수송로를 확보했다.

이런 현실로 인해 미국은 진퇴양난에 빠졌다. 지난 10년간 미국은 대중 봉쇄에서 구멍이었던 미얀마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해왔다. 하지만 2017년 로힝야족 탄압문제가 터지면서 소원해진 상태다. 그 틈을 노려 중국은 미얀마에 대한 영향력을 더욱 강화했다. 중국은 미얀마의 제1 무역파트너, 제2 투자파트너다. 미국은 그 1/10밖에 안 된다. 그렇기에 미국이 경제 제재를 취해도 실질적 효과가 없다. 따라서 미국 언론은 “미국이 미얀마를 대대적으로 제재하면 중국에 더욱 밀착할 가능성이 크다”며 “조 바이든 행정부가 시험대에 올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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