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의 인간 거주, 현실화되나
  • 김형자 과학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2.27 10:00
  • 호수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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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지구 ‘화성’ 탐사 경쟁 불붙었다
2031년이면 화성 생명체 존재 확인

화성이 성큼 우리 앞으로 다가왔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화성 탐사 로버(이동형 탐사로봇) ‘퍼서비어런스’가 2월19일 오전 5시55분(한국시간) 화성에 안전하게 착륙했고, 지난 10일 오전 12시57분(한국시간)엔 UAE의 화성 탐사선 ‘아말’이 화성 궤도 진입에 성공했다. 아말에 이어 같은 날 8시간 뒤엔 중국 탐사선 ‘톈원1호’가 화성 궤도에 안착해 오는 5월께 화성 착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금까지 50차례 가까이 세계의 탐사선이 화성을 향해 날아가 실패와 성공을 거듭했지만, 이번처럼 한꺼번에 3대의 탐사선이 화성의 땅과 하늘에 도달한 적은 없었다. 한 번에 수조원의 비용이 드는 화성 무인탐사에 각국이 이렇게 몰리는 이유는 화성이 인류가 탐사를 추진하고 있는 행성 중 가장 현실성 있다고 평가되기 때문이다. 생명체의 흔적을 발견할 가능성이 가장 큰 행성이라는 점 외에 행성 개척이라는 상징성에다 국력 과시 등의 이유로 화성에 뛰어들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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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1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에 있는 NASA 제트추진연구소에서 열린 NASA 인버턴스 탐사선 초기 표면 점검 설명회에서 해저드 카메라가 처음으로 보낸 고해상도 컬러 영상이 공개됐다.ⓒREUTERS

‘물이 있는 땅’ 찾아 계속 도전

화성은 지구 바로 바깥쪽을 공전하는 행성이다. ‘제2의 지구’로 불릴 만큼 지구와 가장 비슷한 환경을 가진 매력적인 곳이다. 지구처럼 자전축이 25.2도 기울어져 계절의 변화가 있고 희박하지만 대기도 있다. 자전주기도 지구와 비슷해 24시간 37분이다.

사실 거리나 크기 면에서 비교한다면 금성이 지구와 더 비슷할 수 있다. 금성은 반지름이 6052km로 지구(6378km)와 비슷한 크기인 반면, 화성의 반지름은 3397km로 지구의 반 정도 크기다. 거리도 지구에서 화성까지 7500만km인 데 비해 지구에서 금성까지는 4500만km로 더 가깝다. 하지만 금성의 대기는 주로 이산화탄소로 이뤄져 있다. 이로 인해 금성에선 두꺼운 대기가 태양열을 가둬 온실효과가 일어나 표면 온도가 400도를 넘을 정도로 작열하는 세계다. 게다가 금성은 자전 속도도 느려 일주하는 데 243일이 걸린다. 구름은 유독한 황산 성분이다.

물론 화성 대기의 주성분도 이산화탄소다. 산소는 0.1%에 불과하다. 대기가 희박하기 때문에 온실효과가 적어 낮과 밤의 온도 차가 크다. 낮의 최고 기온은 영상 20도, 밤엔 영하 60도까지 떨어지고, 평균온도도 영하 53도로 매우 춥다. 대기층이 얇아 방사선도 쏟아져 내린다. 화성이나 금성이나 인간이 살기엔 악조건인 셈이다. 그러나 고등생명체는 몰라도 미생물 형태의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은 여전히 화성 쪽에 남아 있다. 그 증거가 물의 존재다.

1997년 탐사 로버 ‘소저너’, 2004년 쌍둥이 탐사 로버 ‘스피릿’과 ‘오퍼튜니티’는 화성에 착륙해 과거 화성에 물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밝혀냈고, 2005년 발사된 화성궤도 정찰위성(MRO)은 최근 화성에 흐르는 물이 있다는 증거를 발견했다. 2016년 NASA의 짐 그린 행성과학국장은 MRO가 촬영해 보내준 자료 분석을 통해 “오늘 우리는 화성의 특정한 환경에서 액체 물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물은 생명체의 생존에 매우 중요한 요소다.

지구상의 모든 생물체의 구성은 물과 유기분자가 기본이다. 유기분자란 이산화탄소와 일산화탄소를 제외한 탄소로 이루어진 화합물이다. 그렇기에 지구 밖에서 생명체를 찾는 노력은 물과 유기분자를 찾는 노력으로 이어졌다. 물은 유기분자를 녹여(용해) 상호작용할 수 있는 매질의 역할을 한다. 일단 유기분자들은 우주에 매우 흔하다. 물만 있다면 이들이 물속에 용해돼 다양한 유기분자로 합성되고 생명체로 자라날 수 있으리라는 가정을 하는 것이다.

어떤 행성이나 위성에서 물이 발견되면 먼저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을 기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화성에 물이 있었거나 있다면, 미생물 형태의 생명체가 살았거나 지금도 존재할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해진다. 과학자들이 화성 탐사를 멈추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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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SA의 인버턴스 탐사선이 2월18일 화성에 착륙했을 때 여러 카메라가 촬영한 사진의 일부다. ⓒUPI 연합

생명체 발견되면 인류가 받을 충격 엄청날 것 

UAE·중국·미국의 탐사선 중 화성 땅에 가정 먼저 착륙한 미국의 퍼서비어런스의 탐사 목적도 고대 생명체의 흔적을 찾는 것이다. 퍼서비어런스의 착륙지 ‘예저로(Jezero) 분화구’는 30억~40억 년 전 강물이 흘렀던 삼각주로 추정돼 원시 단세포 생명체가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곳에서 생명체의 흔적이 발견된다면 외계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

그 흔적을 찾기 위해 퍼서비어런스는 역사상 처음으로 지구로 가져올 화성의 토양과 암석 샘플을 채취해 보관한다. 로봇팔(길이 2.1m) 끝에 장착된 드릴로 흙과 암석을 채취하고, 채취한 샘플은 보관함(Cache)에 담긴다. 이 보관함은 NASA와 유럽우주국(ESA)이 손잡고 2026년 발사할 탐사선(지구 귀환 궤도선)이 수거해 2031년 지구로 가져올 계획이다.

이후 화성의 흙과 암석 샘플은 외계생명체 존재 여부를 비롯해 인류 거주에 이상적인 지역을 찾는 연구에 쓰인다. 이를 통해 만일 화성의 생명체가 발견된다면 생명의 기원을 비롯한 우리의 과학 지식체계가 바뀌는 것은 물론, 인간이 받을 충격은 실로 엄청날 것이다.

퍼서비어런스가 이번에 수행할 또 하나의 임무는 화성 대기의 이산화탄소를 산소로 변환시켜 로켓 추진 연료와 산소 호흡기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산소를 사용할 수 있으면 인간은 화성에서 생명을 유지할 수 있고, 지구로의 귀환도 가능하다. 무인우주선과 로봇은 연료 에너지만 있으면 되지만, 유인우주선은 화성을 오가거나 체류할 때 물·산소·식량이 반드시 필요하다. NASA는 현지에서 이들의 상당 부분을 조달하는 것을 전제로 미래의 화성 유인탐사 계획을 세우고 있다.

UAE 아말 탐사선의 탐사 목표는 최초로 화성 대기 아래부터 위쪽까지, 모든 위도에서 상태를 보여주는 날씨도를 제작하는 것이다. 중국 톈원1호는 궤도선과 로버의 관측 데이터를 토대로 화성의 지질 지도를 작성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아말의 날씨도나 톈원1호의 지질 지도 또한 궁극적으로는 어떻게 하면 화성의 환경을 인간에 맞게 개조해 극한의 땅에서 인간이 안전하게 거주할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연구하기 위함이다.

영국의 우주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기후 재앙과 핵 테러, 소행성 충돌 등으로 인류가 지구에서 멸종할지도 모른다며 2030년까지 달 기지를 짓고, 2025년까지 화성에 사람을 보내고, 앞으로 100년 이내에는 또 다른 행성에 식민지를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호킹의 주장 때문은 아니지만 NASA는 공식적으로 2030년대를 목표로 화성 유인탐사를 계획하고 있다.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는 시기를 앞당겨 2024년 유인우주선을 쏘아 올려 2025년 화성에 도착시키고, 2050년까지 화성에 100만 명을 보내겠다고 공언했다. 한편에선 아예 커다란 거주용 위성을 화성에 쏘아 올리자는 황당한 구상도 등장하고 있다. 이들의 계획이 제때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이 같은 프로젝트의 실행이 하나하나 축적되다 보면 수백 년 후에는 진짜로 인간이 화성에 놀러 다니는 일이 생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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